[단편소설] 의인화2. 끝

최익명 작성일 14.07.22 14: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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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의 몸은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서서히 가라앉아 오는 호흡을 추스르며 그는 옆자리에 누운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보다 키가 더 컸다, 170정도 되어보이는 모델급 신장을 가진 여자였다

육감적인 몸매, 커피색 피부가 은은하게 보였다.. 그녀의 호흡에 맞춰

큰 가슴이 가볍게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고있다, 가는 허리에 가볍게 땀이 배어는데

감각적으로 늘씬한 다리는 아름다운 외모와 걸맞지 않게 양쪽으로 추하게 벌어져 있고, 자극적인

냄새가 풍겼다.

크고 검은 눈과 오뚝한 코.. 숨을 몰아쉬느라 가볍게 벌어진 얇은 입술..

냉혹하게 말하면 도저히 성철같은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할 여자가 아닌 것이다,연예인도 부럽지않을

정도의 현대미를 갖춘 미녀가 덕지덕지 살찐 비만인 몸에, 얼굴은 여드름 투성이인 그와,

키 167cm를 가진, 흔히 '호빗족'으로 불리는 성철과 정사를 나누었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니까, 그녀는 벌레다.

그녀는 바퀴벌레기 때문에, 인간의 자아와 생각이 없다,매력도 모르는 것이다. 그저 생식 본능에 의해

성철에게 몸을 허락했다. 성철은 충혈된 눈으로 그녀를 훏어 보다가 뒤뚱뒤뚱 주방으로 달려가

무언가를 주워 들었다. 아까 바퀴벌레에게 뿌렸던 그 약병이었다, 왠 노망난 늙은이가

그에게 주고 간 물건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 노인이 누구고, 도대체 왜 이런 대단한 물건을 자신에게 주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성철의 머리는 이제 단한가지 생각만이 지배하고 있었다.

'이 약은 내거야!' 엄청난 희열감이 뇌속을 질주했다, 첫 경험의 인상은 그토록 강렬했다.

손으로 움직여 내는 인위적인 쾌락이 아닌,여자의 몸이 내 정(政)을 받아 준다는 것..

그것도 tv속에 여자들이 부럽지 않을 미녀가... 내가 누구에게 말하지 않는 이상,

나는 언제까지고 이 은밀한 비밀을 나 혼자서 즐길수 있는 것이다!




방금 전에 나눈 쾌락을 떠올리자, 성철은 다시금 몸이 뜨거워졌다. 또 한차례의 교감을 나누려

황급히 침실로 향한 그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아름다운 그녀는 온데간데 없이 침대 위에는 다시 한마리의 징그러운 바퀴벌레가 앉아 있었다.

사방으로 꿈틀 대는 더듬이가 더없이 징그럽게 보였다. "이..!" 타악-!

그는 무거운 전공책을 침대위에 떨어뜨리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그와 몸을 섞었던 그여자, 아니 그바퀴벌레는 죽었다. 묘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방금까지 열렬하게 원하던 여자가 사라지고, 바퀴벌레만 남았다. 둘은 같은 것인가?

같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그저 바퀴한마리를 잡아 죽인 것 밖에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는 얼마든지 그만의 암컷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철은 학교에서도 자신감이 생겼다, 그를 비웃던 수많은 여자들을 되려 그가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더욱더 암담해진 인간관계였지만, 성철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는 야릇한 웃음을 머금고 여자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너희들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마냥..

사타구니에서 나는 암컷들의 비릿한 냄새를 마치 나도 맡아보았다는 듯이 위아래로 음흉하게 훏어 보았다.

그 시선에 불안감과 뜻 모를 공포를 느낀 여자들은 더욱 그를 멀리했고, 그는 정말 대학내에서

말한마디 걸어주는 사람 없는 겉도는 인간이 되었다. 그는 개의치 않는다, 내게는 미녀가 많으니까..



"야, 성철아 뭐해?" 고등학교 동창인 민수가 그를 불렀다. 짜증과 귀찮음이 불쑥 뇌리에

솟아 오른다. 대답을 하지 않으면 가지 않을 기세기에 그는 한마디했다. "곤충 채집.."

"곤충.. 채집?" 그러면서 그는 빤히 성철의 채집통을 바라보았다. 채집통에서는 아까잡힌

메뚜기와 여치, 그리고 풍뎅이가 들어있었다. "곤충 채집이 취미였냐? 고등학교때는

집밖에서 나오질 않더니.." 그는 흥미로운듯 채집통을 자세히 살피면서 물었다.

"언제부터 잡기 시작한거야?" 성철은 더이상 대답하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민수는 머쓱히 멈춰서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야, 민수야 뭐해.. 미팅 늦겠다"

이내 그 목소리가 다시 말한다. "너 또 저 폐인한테 말걸어 주고 있었냐?"

"그렇게 말하지마, 그냥 붙임성이 없는것 뿐이야" "너도참.. 됐고, 빨리 가자"

이젠 민수자식의 가식어린 동정도 그의 속을 긁지 못한다. 나는 너희들보다 우월하니까..

성철은 소중한 것을 다룬 다는 듯, 채집통을 소중히 껴안고는 서둘러 걷기 시작했다.

그가 약병의 비밀을 깨닫게 된지 대략 10일 가량이 지났다. 첫 정사가 있은 뒤에 그는

약병을 자세히 살피었고, 이상한 글을 발견할수 있었다.

삐뚤빼둘한 것이 읽기 힘들 정도의 악필이었다. 우습게도 글을 해석하는데만 꼬박 3시간이 걸렸다.

[이 약을 뿌리면, 사람이 된다. 곤충,동물 등의 살아있는 것에
한정 된다. 약에 노출되고 일정 시간이 흐르면 원래대로 돌아가는데,
의인화 시간은 노출된 약의 양에 따라 정헤진다.]

그리고 나서 그는 여러 곤충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동물들은 무리였기에,

쉽게 볼수 있는 곤충들을 채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퀴벌레의 경우보다 힘든 때도 많았다.

모기를 의인화 시켰는데, 남성으로 변하자 그는 성별을 체크하는 법을 익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다시 모기로 돌아오자 성철은 분풀이라도 하듯 모기약을 뿌려 그 모기를 죽였다.

매미를 의인화 시켰을땐 그도 당황했다. 연갈색 머리에 큰 담황색 눈망울을 지닌 귀여운 소녀였는데,

흰 피부에다 전체적으로 빈약하고 조그만 체구를 지닌것이, 16살 가량의 인간여성의 몸이었다,

물론 정사할때에 있어서 죄책감따윈 없었다. 이미 퇴폐적인 일본 성문화에 빠질대로 빠진 그는 동영상과

미연시물에 나오는 성체위를 거리낌없이 행할 정도의 폐인이었으니까. 다만 의인화 되자마자

목청이 터질 정도의 괴음을 질러대는 매미소녀의 반응에 깜짝 놀라고 난뒤에, 결국에는 테이프로 입을 막고

정사를 나누었다. 메뚜기나 여치도 처음은 아니었다. 이 두종류의 의인화로 성철은 의인화된 사람이

곤충에게 영향을 받는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메뚜기와 여치는 전형적인 체육활동을 하는 여성처럼

의인화되었다. 긴 생머리에,보기좋은 근육과 운동으로밖엔 만들어질 수 없는 탄력있는 몸매를

가진 두 여성은, 둘이 함께 성철에게 몸을 허락했다. 비오는달 잡아온 달팽이의 경우에서도 의인화는

본래에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달팽이에게 한두 방울을 떨어뜨리자, 성철은

겁이 많아 보이는 커다란 눈을 깜박대는 가녀린 여자를 볼 수 있었다. 느릿 느릿 움직이는 그녀는

성철과 몸을 섞을때에도 큰 미동없이 몸을 가만히 있었다.

그는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인간아닌 인간들에게 사정을 하면서

외롭지 않다고 느꼈다. 과거에 혐오스럽던 자신이 모두 사라진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의 행복함은 너무나 갑작스레 끝났다.




여느날과 다를것 없던 날이었다. 성철은 곤충 채집을 위해 마을 뒷산에 있는 들판으로 올라갔다.

여지껏 수많은 곤충들을 잡아왔던 곳이었다. 그때 성철의 눈에 노란 날개를 지닌 나비가 보였다.

곤충의 성향이나 미적인 부분이 인간화가 되었을때에 상당히 영향을 준다는걸 아는 그는

충동에 사라잡혀 나비를 따라갔다. 채에 걸릴듯 말듯 하면서 계속 달아나는 나비를 홀리듯 쫓던

그는 그만 앞으로 엎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쨍그랑-! 성철은 목이 부러질듯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보았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안돼! 안돼에!" 성철이 미1친듯 기어가서 절규했다.

약병이 튀어나온 돌부리에 부딫혀 깨진것이 보였다. 약은 모조리 흘려져 땅으로 스며들었을 터였다.

"우우우우...!" 그는 심한 패닉감에 사로잡혀 몸을 웅크렸다. 그때였다.

수십번 보아왔던 빛이 옆에서 강하게 쏘아졌다. 의인화가 이루어질때 곤충에게서 쏘아지던 빛이었다.

그는 미친것처럼 옆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힘껏 눈을 비볐다.

아..! 있었다.

짧은 단발의 아름다운 여인이.. 날카로운 눈매와 뾰족한 턱이 그녀를 예리하게 보이게 만든다.

희디흰 피부가 빛나는 듯 하다. 긴 몸에 큰 가슴과 엉덩이를 지닌, 아름다운 여자였다.

성철은 자제심을 잃어 버리고 그녀에게로 돌진했다. 그가 보아왔던 어느 의인화보다 아름다웠고,

관능적이었다. 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속에 꽉 들어찼다.

흠칫하던 그녀는 정신없이 자신의 그곳을 삽입하려고 하는 성철에게 알았다는 듯 자세를 바꿔

다리를 벌렸다. 성철은 삽입시에도 찌푸림이 전혀 없는 곤충들의 무감정한 얼굴을 알고있었다.

정신없이 움직였다. 마지막이라는, 더이상 쾌락을 이어갈수 없다는 압박감이 그를 가만히 있게

하지 않았다. 더.. 좀 더.. 그렇게 쾌락에 취한 그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의 흰손이 자신의 머리를 잡는 것도 느끼지 못했고, 이내 그녀의 날카로운 이빨이

자신의 입술을 물어뜯는것도 느끼지 못했다. 얼굴살이 뜯겨 나가 너덜 거리는 와중에도 그는

허리를 움직였다.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을 피로 적시고 계속해서 성철의 얼굴을 물어 뜯었다.

눈, 귀, 광대뼈, 볼... 남김없이 뜯어갔다. 질겅 질겅 씹어먹었다.

이윽고 그 열렬했던 사랑이 한차례끝나자 얼굴없는 한 시체만이 들판에 놓이게 되었다.

사방에서 피비린내가 났다. 이제 아름답던 한 여자는 없었다.

얼굴없는 남자의 시체위로 한마리 암사마귀가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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