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군인의 이야기

메밀밭파수꾼 작성일 14.07.28 0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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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친구랑 같이 동반입대를 했었어요.
말년휴가 나가기전까지 서로 버팀목되어 주면서 그 길고긴 군생활 막 바지에 다다라서 말년휴가를 가게 됬죠.
사실 군생활... 뭐.. 잘했다면 잘했고 못했다면 못했다고 할만큼 그냥 모든걸 대충대충하고 그랬어요.. 눈치보면서.. 이걸 내가 왜해야되나싶어서 ㅎㅎ
말년휴가라서 들떠있고 드디어 군생활의 끝이 바로 코앞에 있다는 그 기쁨에 친구랑 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죠.
근데 집으로 가는 길에 길가에서 다리가 좀 불편해보이는 할아버지 한분이 폐지, 여러 고철 실은 리어카를 끌고 가시는데 그 방지턱이 너무 높아서 거길 넘지 못하시는거에요.
그래서 친구랑 가서 뒤에서 밀어드렸는데 우리 둘다 너무 힘을 줘서 뒤에 좀 쏟아짐...ㅋㅋㅋ
당황해서 쏟아진거 주워서 다시 싣고 그랬어요.
할아버지도 괜찮다고 고맙다고 그러고 리어카 내려놓고 주워서 싣고 그러시는데 제가 모자를 봤어요.
그 별 그려진 6.25 참전용사 모자더라구요.
우리나라 참전용사 혜택이 안좋다는건 들었지만.. 이렇게 폐지까지 줍고 다닐정도..라고는 생각못했거든요..
그 때뭐... 이제 곧 전역한다는 객기(?) 뭐 그런거였는지는 몰라도.. 친구한테.. 
'야 할아버지 참전용사심 우리 군생활하면서 경례 크게 한거 사단장 봤을때 밖에 없다아님? 이번에 존나 크게 함하자 ㅇㅇ' 
이케 말하고 친구도 알겠다 그래서..
쏟아진거 다시 다 싣고 할아버지가 고맙다고 말하고 가시려고 할때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주신 존경스러운 참전용사님께 대하여 경례!"
"결!전!" 
군 생활하면서도 그렇게 큰 목소리 냈던 적은 없었을거에요 ㅋㅋㅋㅋㅋ
할아버지가 그거 들으시고 우시면서 고맙다고 고맙다고.. 자기가 여태 살면서 들은 말 중에 제일 좋은 말들었다고.. 저희들 꼭 잘 살꺼라고.. 기도해주신다고 ㅠㅠ
그러시는 할아버지 손잡고  "감사합니다." 한마디하고 왔던 기억있네요.
이 일이 전역하고 생각하면 군 생활 2년동안 했던 일 중에 가장 보람있는 일이었어요.
딱.. 이 한가지만 정말 보람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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