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괴담] 기지 살인사건6

새터데이 작성일 10.06.19 16: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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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쯤 헌병대장과 수사과장이 부대를 떠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빨리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얼마 동안 자유시간을 즐기는 척 하며 시간을 보낸 후, 서둘러 복장을 챙기고 부대 차량고로 향했다.


저녁 8시에 구름까지 몰려오고 있음에도 주변은 그다지 어두워지지 않았다.


수사관의 말대로 어두운 차량고 앞에 소나타 승용차 한 대가 정차되어 있었다.


운전석에 타고 있는 사람은 역시나 수사관이었다.

 

"뒷좌석에 타십시오. 앞좌석은 위험합니다."

 

내가 좌석에 앉자마자 차는 급히 출발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내 질문에 수사관은 재빨리 대답했다.

 

"일단 부대를 빠져 나간 후 얘기합시다."

 

위병소에 진입을 하자 나는 살짝 긴장감이 몰려왔다.


그러나 위병에서는 퇴소차량은 잡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위병소를 통과한 수사관은 부대를 나와 어딘지 모르는 방향으로 계속 차를 몰았다.

 

"사건현장으로 가는 겁니까?"

 

"묻지 말고 일단 이 걸 읽어보시오"

 

말이 끝나자 수사관은 조수석에 놓인 얇은 서류봉투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앞의 사건기록일지만 보시오."

 

"뭡니까? 이게"

 

"이번 사건조사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오."

 

나는 실내 조명등을 켰다.


그리고 운전에 열중하는 수사관의 도움말을 참고로 사건일지를 읽어 내려갔다.

 

 

[[[[[

-1978년 7월 14일-

육군 [중사 김ㅇㅇ]가 같은 부대원 [중사 고ㅇㅇ], [하사 이 ㅇㅇ]와 자신의 아내를 소총으로 살해하고 본인은 자살.


-1981년 7월 23일-

육군 [중위 정ㅇㅇ]가 술자리를 같이 하던 동료 부대원 [중사 이 ㅇㅇ], [중사 김ㅇㅇ]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하사 최ㅇㅇ]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힘.

부대로 다시 돌아가 부대원에게 총격을 가하던 도중 사살됨.


-1986년 7월 18일-

육군 [중사 강ㅇㅇ]가 만취상태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여동생을 소총으로 살해하고, 군재판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6개월 후 사형집행됨.


-1991년 7월 29일-

육군 [하사 박ㅇㅇ]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흉기로 수십 차례 가슴과 안면 부위를 찔러 살해 한 후, 군재판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4개월 후 사형집행됨.

]]]]

 

 

마지막까지 읽어내려간 나는 수사관에게 물었다.


"이게 뭡니까?"


내 질문에 답을 거부하고 수사관은 오히려 나에게 되물었다.


"그 사건들의 공통점이 보입니까?"


"모두 7월에 발생하였고, 군인들이 일으킨 사건이네요."


"맞습니다. 최중사 사건도 절묘하지 않습니까? 7월 17일......"


"그러고 보니 김병장이 죽은 날도 7월 19일인데...."

 

수사관은 무슨 엄청난 정보라도 알아낸 냥 감탄사를 연발했다.


"캬~~~~ 7월의 저주라....이거 멋진 걸."


수사관은 잠시 장난스런 표정을 짓더니 이내 진지하게 말을 건넸다.


"또 다른 엄청난 공통점이 뭔지 아슈?"


"뭡니까?"


수사관은 잠시 미소를 짓더니 답을 했다.


"사건현장이 모두 같은 곳이라는 겁니다."


"예?????"


"바로 그 모든 사람들이 최중사 집에서 죽어나갔다는 겁니다.

거기에 나와 있는대로 최중사 사건 말고 그 집에서만 20년 동안 모두 7명이 죽었고, 그 집과 관련된 사람을 포함하면 총 10명이 죽었소."

 

나는 놀라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건 완전히 저주받은 집이네요. 그런데 왜 20여년 동안 폐쇄되지 않고 집이 남아있는거죠? "


"7월을 넘기지 않은 군인들과 거기에 살던 민간인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소.

단지 거기서 7월을 보낸 군인들과 그 가족들만이 처참하게 죽어나간 것이오."


그냥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석연치 않았다.

그동안 나 자신이 보고 느껴왔던 일련의 사건들이 오버랩되면서 싸늘한 기운이 내 등골을 타고 내려갔다.


"도대체 누가 이런 끔찍한 저주를 내리고 있는 걸까요?"


나의 넋두리에 수사관이 대답했다.


"귀신이든 아니든 분명히 뭔가 있습니다.

예전에 수사관 교육 받을 때 들은 얘기인데, 강한 자기장이나 방사선에 노출되면 사람이 환청이나 환각을 격는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방사선 같은 경우는 암 같은 질병까지 일으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저주로 치부하기도 한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집에서 일어난 일들의 원인을 밝히는 겁니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차에 올라탄 직후 궁금했던 사항을 다시 물었다.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는 겁니까?"


"거기에 보면 사건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있지 않습니까? 하사 최ㅇㅇ...."


"아니...그 사람 찾았습니까?"


"명색이 군수사관인데 그 쯤이야 껌이죠. 미리 연락도 취해놨소."


"대단하십니다."


"솔직히 직업이 경찰인 사회 친구들 도움을 좀 받았죠. 그 건 그렇고 죽은 김병장 얘기나 해보슈.

사단장한테 뭐라고 보고가 된 겁니까?"

 

나는 잠시 서류에서 눈을 떼고, 긴 한숨을 내뱉았다.

그리고 그 간 벌어졌었던 일련의 미스테리한 일들을 수사관에게 낱낱히 얘기하였다.

얘기를 듣고 있던 군수사관은 자신도 소름이 끼치는지 몇 번의 탄식을 내뱉았다.

특히 김병장이 광신도들의 방언같은 괴상한 말을 쏟아냈다는 부분에서는 진짜로 그랬냐고 몇 번을 되묻기도 했다.

 

우리는 군이수지역을 한 참 벗어난 곳까지 차를 몰았다.

보통의 군인들은 이수지역을 벗어나기 힘들지만 수사관들은 다른 것 같았다.

검문소 헌병들은 수사관의 얼굴만 보고도 그냥 통과시켰다.


1시간 정도 차를 몰아 우리는 외진 시골집에 도착하였다.

대문앞에서 인기척을 보이자 한 쪽 발을 사용하지 못하는 40대의 한 남자가 목발을 짚고 나오는 것이다.

키는 170이 조금 넘고, 마른 체형이었으며, 하얀 얼굴에 며칠동안 깍지않은 듯한 검은 수염이 눈에 들어왔다.

절룩거리는 다리 뿐만 아니라, 함몰되어 있는 양쪽볼이 그가 지금 상당히 병약해져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우리가 찾는 그 남자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신분을 밝히고 여기에 온 목적을 얘기했다.

그는 우리를 천천히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방으로 안내했다.


결혼도 하지 못한 채 그는 국가보조금을 받고 허름한 집에서 연명하는 것 같았다.


"그 날 사건은 아직도 기억에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끔찍했소."


그는 조용히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길게 담배연기를 한 모금 들이키더니 말을 이었다.


"그 날은 무서울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소.

부대 합동훈련이 끝나고 얼마 후 나는 소대장 집에서 선임하사 둘과 간단히 술자리를 같이 했다오.

원래 하사관들과 장교들은 친하지 않은데 소대장이 워낙 넋살이 좋고, 술을 좋아해서 우리 하사관들이 그를 잘 따랐소.

그런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 소대장이 이상한 얘기를 하더이다.

요사이 밤마다 어디서 애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얘기를 듣고 있던 수사관과 나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 애기 울음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다고 그럽디다.

어떤 날은 가위에 눌렸는데 어두운 방안에 어떤 군인이 총을 들고 나타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랍니다.

얼굴과 몸에 온통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군인이었는데 뭔가를 계속 찾고 있더랍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배 위에 올라앉아 징그러운 웃음을 한 번 짓더니 긴 소총을 턱밑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더랍니다."


그는 잠시 담배를 몇 번 빨더니 말을 이었다.


"소대장의 귀신얘기에 우리 하사관들은 그냥 웃어넘기려고 했는데, 소대장 표정이 너무 진지한거요.

우리가 소대장에게 무슨 군인이 겁이 그렇게 많냐며 놀리니까

갑자기 소대장의 표정이 경직되더니...이상한 소리를 하더이다.

'들어봐...지금도 들리잖아..'이러면서 말이오.

휘둥그레 부릅 뜬 두 눈으로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소리의 정체를 찾는 소대장의 표정이 정말 소름끼치도록 무서웠다오.

우리도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들리지 않았다오.

정말 우리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소대장은 미 친 사람처럼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우리를 협박했다오.

'얼럴러..얼러러..들어...들어..들리잖아....'이러면서 말이오.

그거 있잖소, 교회 같은데서 괴상한 소리내면서 기도하는거...."

 

"방언 말입니까?"


"맞아..그 거..."


나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죽은 김병장의 그 괴기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소대장이 계속 그런 소리를 내면서 몸을 부르르 떨더니 눈이 뒤집히더이다."


이럴수가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가.....나는 잠시 한쪽 팔뚝을 쓸어내렸다.


"우리는 그 사람을 진정시킬 생각은 못하고 너무 놀라서 순간 뒤로 물러났는데.............."


얘기를 잠시 멈추는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피우던 담배를 재털이에 짓이기고는 다시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갑...갑자기 소대장이 정신을 차리고 그 괴상한 행동을 멈추더이다.

그리고는 이리 저리 몇 번 목을 꺽더니..........."


그는 갑자기 말문이 막히는지 왼손으로 자신의 입을 감싸쥐었다.


"진정하시고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나는 그가 심하게 격해져 있음을 알고 그를 안심시켰다.


"갑자기 벌떡 일어서 품에서 권총을 꺼내더니...왼쪽의 선임하사부터 차례로 권총을 난사하는거요.....흑흑흑.."


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쏟아냈다.


우리는 잠시 그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잠시 후 그는 옆에 있던 무슨 종류인지 모르는 약을 손에 움켜쥐더니 입에 털어넣고 물 한모금을 들이켰다.

몇 번의 깊은 숨을 몰아쉬고는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맨 왼쪽에 있던 선임하사는 세 발을 머리에 맞아죽고, 가운데 앉아있던 선임하사는 거의 다섯발을 얼굴과 가슴에 맞았소.

갑작스런 총소리에 귀가 멍해져서 있는데 내 얼굴과 몸에 핏물이 마구 튀는거요.

나는 너무 무서워서 죽어라 비명을 질렀소.

이게 꿈이라면 깨길 바랬고, 꿈이 아니라면 누가 좀 소대장을 말려주길 바랬소."


심하게 떨리는 그의 손에서 미처 털어내지 못한 담뱃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런데....흑...두 명을 순식간에 해치운 소대장은 곧바로 나를 죽이지 않고 나에게 미소를 보이더니...총을 겨누고 씨익 웃는게 아니오?

그 때 마지막 순서로 죽음을 기다리는 나의 심정이 어떠했겠소?

내가 그 때 본 것은 소대장이 아니라 악마였소...악마...

그 순간 나는 소대장을 제압하기 위해 괴성을 지르며 온 힘을 다해 그를 향해 튀어올랐소..

그리고는 두어발의 총소리가 들렸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몸이 불편하신 겁니까?"


"한 발은 폐쪽, 한발은 어깨쪽에 맞았고, 마지막 한 발은 대퇴부쪽에 맞았는데, 대퇴부쪽으로 들어간 총탄이 신경을 건드린거요.

하늘이 도왔는지 나에게 세 발을 쏘고나서 소대장의 권총이 실탄을 모두 뱉은거요.

난 실신했고, 소대장은 다시 부대로 돌아가 소동을 벌이다 죽은겁니다.

결국 난 의가사 전역했소.

그나마 살아있음을 감사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십수년간 나는 그 뒤로 매일 밤 악몽이 시달렸소.

매일 밤마다 피떡이 묻은 얼굴로 소대장이 나타나 그 악마같은 모습으로 웃고 있는거요.

지금은 약도 먹고 치료도 받고 해서 많이 나아졌지만, 얘기를 하는 지금 이 순간도 그 때 일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오."

 

모든 얘기가 끝나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아픈 몸을 이끌고 목발의 그 남자가 대문 밖까지 배웅을 하였다.

낮에는 맑아보였던 하늘이었는데 어느새 비구름이 몰려왔는지 빗방울이 한 두방울씩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에게 안부를 전하고 뒤돌아 가려는 순간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내뱉았다.


"그 곳은 저주받은 곳이오."


"예?"


수사관과 나는 고개를 돌려 그의 바라보았다.


어둠속에서 유난히 더 핼쑥해 보이는 그의 얼굴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난 살아 돌아왔지만, 살아 돌아온 댓가를 난 지금 처절하게 치루고 있는 것이오.

부디 몸 조심하시오."

 

 


한 동안 말이 없이 우리는 조용히 달리는 차 안에서 전방을 주시했다.

조금씩 빗방울이 굵어지자, 수사관은 와이퍼를 작동시켰다.

나는 서서히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두려웠다.

사건을 파헤칠 수록 자꾸 죽음이라는 종착역으로 달려가는 것 같아 머릿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뒷좌석이 아닌 조수석에 내가 앉아 있는데도 수사관은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그에게 물었다.


"왜 저를 도와주시는겁니까?"


나의 질문에 운전을 하던 수사관이 씨익 웃었다.

이젠 누가 미소짓는 것만 봐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도와달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만일에 이번 일이 들통나기라도 하면 고생 좀 하실텐데요.

저야 홀몸이라 부담이 없지만 수사관님은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이 있지 않습니까?"

 

"솔직히 난 대위님이 부럽소이다.

나는 내 안위만을 생각한 채, 수사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도 저버린 사람이오.

속으로는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는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죠.

그런데 대위님은 나와 달리 부대원 하나 때문에 사단장의 명령까지 어겨가며 위험한 모험을 하고 있잖소.

당신을 만난 뒤로 예전에 내 가슴속에서 사라졌던 정의감이 불타오르기 시작한거요.

지난 사건은 어쩔 수가 없지만 지금의 사건이라도 제대로 해결하고 싶었소.

그런데 대위님은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거요?"

 

"그냥.....그냥........군인답게 살고 싶었습니다."

 

"헐...명답이로세."


수사관은 얼굴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시간이 10시에 가까워지자, 나는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음을 감지하고 수사관을 제촉했다.


"이제 뭘하죠?"


"죽은 김병장이 말한 곳으로 가봐야죠."


"사건 현장 말입니까?"


"대위님이 거기를 파보려다가 실패한 것 아닙니까?"


"장비도 없는데..."


"오늘 거기 툇마루를 뜯어봅시다. 빠루같은 간단한 장비를 트렁크에 다 실어왔소."

 


사건현장....서서히 굵어지는 빗줄기...그리고 어둠에 묻힌 밤........왠지 불길하다.

 


"수사관님......"


"네?"


"현장에 가기 전에 나하고 약속 하나 합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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