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괴담] 기지 살인사건7

새터데이 작성일 10.06.19 16: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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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약속이죠?"


"지금의 모든 주변 환경이 저와 김병장이 사건현장을 방문했을 때 상황과 같습니다."


"음........대위님은 지금 우리 중에 누가 귀신 들릴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신가요?""


"걱정이 되서 하는 말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한 명이 미쳐 날뛰기라도 한다면 지금 뒤에 있는 공구들이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말에 수사관이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럼 어떻게 하잔 말입니까?"


"처음에 김병장이 이상한 행동을 했을 때 제가 김병장을 향해 주먹과 발길질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김병장이 정신을 차리는 겁니다."


"아...그럼 둘 중에 하나 누군가가 귀신 들렸다 판단이 되면 사정없이 후려쳐라 이겁니까?"


"현재로서는 그 방법 밖에 없습니다."


"별 거 아니구만. 일단 알겠소........"

 


나는 고개를 돌려 사정없이 빗줄기가 분쇄되고 있는 앞유리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부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사건현장에 도달하자 주변은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내리는 빗줄기로 사물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우의를 입고 차에서 내리자 질퍽한 흙탕물이 군화 주변을 맴돌았다.

우리는 차량 트렁크에서 장비를 챙겨 들었다.

나는 배척(일명 빠루라고 부르는 못을 뽑을 때 사용하는 긴 쇠막대)을 들고, 수사관은 야전삽과, 해머를 들고 대문 앞에 나란히 섰다.

가끔씩 하늘을 울리는 천둥소리와 빗소리 외에는 그 어느 것도 들리지 않았다.

번갯불에 잠깐씩 얼굴을 드러내는 사건현장의 대문은 우리를 반기는 듯 크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또한 비바람에 찢겨 펄럭이는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어서오라고 반가운 손짓을 보내는 것 같았다.

 

"정신 바짝 차리십시오."


나의 말에 수사관이 맞대응했다.


"대위님이나 그 빠루로 날 찍어 죽이지나 마쇼."


지옥의 입구처럼 보이는 낮은 대문을 통과해 우리는 작은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리저리 손전등을 비추어 우리 외에 다른 누가 있는지 구석구석 살폈다.


눈 앞에 툇마루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수사관에게 말을 건넸다.


"바로 저기입니다. 김병장이 말했던 곳이."


"음...그럼 먼저 마루 밑의 디딤돌부터 치워버립시다."


우리는 배척을 지레삼아 마루 아래에 놓여있는 두 개의 디딤돌을 힘껏 들어내기 시작했다.

디딤돌 주변을 시멘트로 발라 놓았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해머질과 삽질을 번갈아가며 우리는 조금씩 디딤돌을 움직여 나갔다.


기와집 처마 아래로 빗물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보다 번개치는 횟수가 늘어난 듯 보였다.

번갯불이 번쩍일 때마다 마당을 중심으로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우....무섭게 자꾸 번개가 치고 지랄이야..."


수사관이 하늘을 몇 번 쳐다보더니 불평을 토로했다.

 


바로 그 때....


"응애......응애.......응애....."


내 귀속의 고막을 울리는 작은 아기 울음소리.....

빗소리에 섞여 있지만 분명히 들린다.

나는 즉시 행동을 멈추고 쭈그린 자세를 유지한 채, 침을 한 번 꼴깍 삼켰다.


"대위님, 왜 그래요?"


수사관이 걱정스러운 듯,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액체로 흠뻑젖은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없이 다시 한번 침을 삼켰다.


그리고 낮은 숨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안 들립니까?"


"뭐요? 애기소리?"


"네. 애기소리....."


내 말에 수사관이 주변을 이리저리 손전등을 비추기 시작했다.


"어라....난 안들리는데....진짜로 들려요?"


손전등을 통해 주변을 관찰하던 수사관이 나의 얼굴을 비추며, 말을 이었다.


"비오면 고양이 소리가 애기소리처럼 들리기도 해요."


수사관은 나를 안심시키려 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그의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는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순간 번개가 연속으로 플래시를 터트렸다.

나는 수사관을 바라본 채 정수리부터 꼬리뼈까지 쫘악 얼어버렸다.


마당 한가운데 누가 서있는 것이다.

얼굴은 수사관을 향하고 있는데 왼쪽 곁눈으로 그가 보이는 것이다.

나의 왼쪽뺨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뒤늦게 번개를 따라 온 천둥이 사방에 울려퍼졌다.


나도 모르게 오른손에 쥐고 있던 배척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어둠속에 묻힌 마당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번개가 빛을 발했다.

텅빈 마당....그리고 쏟아지는 빗줄기...아무도 없었다.


배척을 쥐어든 나의 오른손이 덜덜 떨렸다.


"괜찮아?"


수사관이 나의 어깨에 손을 탁 얹으며 물었다.


"응애.....응애....응애....."


아기 울음소리.....빗소리는 들리지 않고, 아기 울음소리가 가까이서 들린다.


그런데 뭐지?

수사관이 왜 갑자기 나에게 반말이지?

그리고 목소리가 왜 낯설지?

나는 다시 고개를 천천히 원위치시키며 그를 바라 보았다.


순간 나는 심장이 터져나가는 듯 했다.


얼굴에 온통 피로 덮여있는 낮선 남자가 내 어깨에 손을 얹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짓고 있는 것이다.

번갯불이 번쩍일 때마다 그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아~~~~~악!!! 신발 뭐야!! 아~~~~~~~악!!"


나는 미 친 사람처럼 괴성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뒤로 물러서며 넘어진 나에게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배척을 오른손에서 천천히 들어올렸다.

순간 어떤 강한 힘이 내 얼굴을 강타했다.

차디찬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정신이 확 돌아왔다.


"여길 왜 왔어? 군바리 새끼"


그러나 그 괴상한 음성은 멈추지 않았다.


"너..누..누구야..."


다시 한번 내 얼굴에 큰 타격이 주어졌다.

 

"대위님!! 정신차려요!!!"


수사관이었다.

뒤로 넘어진 자세로 헐떡이는 나에게서 수사관은 배척을 뺏아들었다.


"미쳤어요? 정신차려요!! "


두 눈을 부릅뜨고 뒤로 넘어진 자세로 헉헉대는 나를 향해 세 번째 손이 나에게 날아왔다.


나는 날아오는 그의 손을 덥썩 잡았다.


"그만.....그만..."


수사관은 계속해서 나의 얼굴을 살폈다.


"이젠 괜찮습니다....허..헛 것이 보였어요."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제야 주변의 빗소리가 귀에 다시 들어왔다.


수사관이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건넸다.


"진짜로 미쳐서 이 빠루로 날 찍어 죽일 셈이요?"


"미안합니다....잠시 헛것이 보여서..."


"아까 약속하고 오기를 잘 했네..."


이제야 난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가 정상인 줄 알았는데, 내가 미 친 것이었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그렇다면 김병장과 다리를 건널 때 누가 미쳤던 것인가?

혹시 김병장이 아니라 내가 미쳤다면?

김병장이 똑바로 잡고있던 운전대를 내가 틀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럼 멀쩡히 운전하고 있던 김병장을 내가 죽였단 말인가?


그 날 애기 울음소리는 내가 듣지 않았던가?


"크아~~~악!!! 신발 말도 안돼!!!!!!!!!"


머리를 움켜쥐며 울부짖는 나에게 수사관이 호통을 쳤다.


"왜 그래요? 박대위!!! 이번엔 군화발로 맞고 싶소!!!!!!!"


그래....김병장과 나, 우리는 둘 다 죽을 운명이었어.

그런데 나는 살아 돌아온거야. 혈기 왕성한 한 젊은이를 죽이고....

이젠 평생 이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해.

소대장의 권총세례에서 살아나온 하사의 말이 떠올랐다.

'난 살아 돌아왔지만, 살아 돌아온 댓가를 난 지금 처절하게 치루고 있는 것이오.'

 

"헉헉...말도 안돼...신발!!! "


아무런 대답없이 주저앉아 울먹이며 절규하는 나에게 갑자기 군화발이 날아들었다.


"정신차려!! 박대위!! 당신 미쳤어?"


수사관의 군화발에 나는 마당의 흙탕물 속으로 나뒹굴어졌다.

큰 대자로 누워버린 내 몸위로 차가운 빗줄기가 끝없이 쏟아졌다.

헐떡거리는 내 입속에 빗물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가늘게 눈을 뜨려하자 나의 작은 속눈썹은 쏟아지는 빗물을 연신 걷어내기에 바빴다.


한참을 시체처럼 누워있는 내 앞에 수사관이 삽을 들고 걸어와 멈춰섰다.

한심한 듯 나를 지켜보던 수사관이 입을 열었다.


"박대위...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오. 정신차리시오."


지금 이 순간 그는 나를 때려 죽이러 온 것 같진 않았다.


나는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빗물을 토해내기 위해 몇 번의 기침을 하고는 대답했다.


"김병장이 죽은 날....... 김병장이 미 친 게 아니라..... 제가 미쳤었다면 어떻게 되는겁니까?"


"김병장을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하는거요?"


"만일 그랬다면요?"


내 말에 수사관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지 않았소?

만일 당신이 그랬다하더라도 그건 당신의 의지가 아니었잖소?

김병장이 죽지 않았다면 어쩌면 당신이 죽었을 수도 있는 것이오."


"흑...말도 안돼..."


나는 다시 한번 머리를 움켜 쥐었다.

이러는 나에게 수사관은 나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박대위....최중사나 죽은 김병장이 바라는게 진정 뭐일 것 같소?

이제 정신차리고 마저 하던 일을 계속합시다."


수사관은 조용히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말에 서서히 안도감이 몰려왔다.

왠지 친형처럼 느껴지는 그가 나에겐 큰 힘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얼굴을 뒤덮은 눈물과 빗물을 두 손으로 힘껏 쓸어내리고는 그의 손을 잡아 일어섰다.

무슨 잘못을 하여 스승앞에서 꾸중을 듣는 아이처럼 나는 그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몸에 묻은 흙을 빗물로 천천히 씻어내던 나는 그에게 물었다.


"수사관님, 몇 살이죠?"


"서른 일곱이오. 그런데 나이는 왜 묻소?"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 수사관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제가 서른 하나니까 여섯살 형님이시네요."


"어이쿠 대위님. 생각보다 젊네요."


"모든 일에 있어서 인생 선배들은 어린 사람이 모르는 뭔가를 가지고 덤비는 것 같습니다.

배운 놈이든 못 배운 놈이든 나이를 먹어가면 알아가는 그런 것 있잖습니까?

수사관님에겐 그런게 느껴집니다."

 

"쳇....별 거 없소이다. 마누라 잔소리 들어가며 처자식 먹여살려 보시오.

귀신?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 그런 거 별거 아니게 느낄 것이오.

여기저기 사람들에 치어가며, 욕먹어가며, 아둥바둥 살아가 보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오.

사람이 가장 나를 힘들게 하고, 슬프게 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거랍니다."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나의 감사표시에 그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대위님 부하들은 참 행복하겠습니다. 이런 인간적인 지휘관 밑에서 근무를 하니..."


우리는 잠시 서로 미소를 지으며 우정의 눈빛을 나누고, 다시 장비를 챙겨 디딤돌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드디어 육중한 디딤돌이 밖으로 밀려 나왔다.

수사관은 몸을 옆으로 최대한 눕힌 후 낮은 마루 밑을 향해 이리저리 손전등을 비추었다.

같은 자세를 취한 나도 눈에 띄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때 마루 밑 깊은 곳에 눈에 들어오는 뭔가가 보였다.


"헛...저거 뭐죠?"


나의 질문에 수사관이 2미터 정도 마루 안으로 들어가 있는 그 물체를 유심히 쳐다보며 대답했다.


"먼지로 뒤덮여서 뭔지 나도 잘 모르겠소. 꺼내 봅시다. 그 빠루 한번 줘보슈."


수사관은 내가 건넨 배척을 마루 밑으로 집어넣어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배척의 머리로 물체를 낚아챘다.


"생각보다 가볍네.."


수사관은 반복적으로 그 물체를 배척으로 낚아채가며, 긁어내듯이 조금씩 조금씩 그것을 끌어냈다.


드디어 그 물체가 마루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이거.."


촉감이 섬유질이었다.

먼지를 몇번 털어내자 우리는 그것이 담요 종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한 번 서로의 얼굴을 확인 한 뒤 천천히 담요를 겉부분부터 벗겨냈다.


몇 겹으로 덮인 담요를 들어낸 후,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나자빠졌다.

 

"으아~~~~~악!! 뭐야 이거!!!"


아기였다.


아니 아기 시체였다.


서로 반대방향으로 나자빠진 우리는 다시 한번 멀리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 한 뒤 그 시체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후......신발.....이건 뭐야..."


손전등을 비춘 수사관이 연신 두려움의 탄식을 내뱉았다.


돌도 넘기지 않은 아기 시체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신기하게도 시체는 썩지않고 미이라처럼 검게 말라있었다.

머리부분에 남아있는 많은 양의 검은색 머리카락이 그 신비함을 더했다.


"아니...왜 이런 곳에 애기 시체가 있는거지?"


이리저리 손전등을 비추며 살피던 우리는 작은 쪽지 하나를 발견했다.

건드리면 갑자기 죽은 아기가 깨어나기라도 할 것 같은 생각에, 수사관은 그 쪽지를 두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누렇게 변색된 그 종이를 펼치자, 잉크가 거의 탈색되어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수사관은 그 작은 글씨에 손전등을 가까이 비춰가며 읽어갔다.


"1977년 12월 20일.......김ㅇㅇ"


"우와.....이게 20년이 넘은 시체란 말이예요?"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거 생일인가? 아니면 이 안에 들어온 날인가?

하여튼 이 아기가 뭔가 답을 얘기해 줄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구려...."


그런데 갑자기 수사관이 걱정스런 모습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물었다.


"이젠 어떡하죠?"


"어떡하긴요?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죠."


"그게 아니라 경찰이 오면 신고자인 우릴 조사할거고, 우리가 여기 온 걸 부대에서 알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럼 경찰들한테 군에서 물어보면 우리를 본 적 없다고 부탁하면 안될까요?"


"그것도 어렵습니다. 군관련 사고는 사고 접수 즉시 바로 군헌병대로 전달됩니다.

그럼 헌병대장이나 수사과장한테 보고될 것이고, 우리는 부대에 없다는 것이 밝혀질 게 아닙니까?"


수사관은 연신 걱정스런 심정의 말을 이었다.


"사단장 명령을 어기고 부대를 벗어났으니...보통 일이 아닌데.."


"버리고 갈까요? 가면서 신고하든가 아니면 아침에 마을 사람들이 보고 신고할 것 아닙니까?"


"이대로 버리고 가면, 우리는 더 이상 이 아이에 대해 조사할 시간이 없습니다."


수사관은 입술을 깨물며 해결책을 찾는데 머리를 굴리는 것 같았다.

그 때 불현듯 내 머리를 스치고 가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잠시 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시간이 11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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