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여가수 3

hyundc 작성일 13.12.12 17: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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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

마치 야구장에서 응원하는 공기 방망이로 맞는듯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프거나 하진 않는데 누군가 분명히 세게 때린 느낌이요.

 

깜짝 놀라 뒤통수를 만지며 뒤를 돌아 봤는데 누가 있을리가 없죠.

온 몸에 소름은 돋아 있고.

 

그래서 다시 이름을 한자로 쓰려고 보니 웬지 진짜 이름을 쓰면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제 이름이 한자로 조금 어렵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아는 쉬운 한자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한자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순간적으로 그 쉬운 한자로, 다시 말하자면 엉터리로 제 이름을 적어 줬죠.

 

그리고 그때 제가 자시에 태어났다고 말해줬는데,

세월이 한참 지나 나중에 굉장히 유명하신 사주풀이 해주시는 분을 만난적이 있는데

그분이 제가 태어난 시는 자시가 아니라 축시가 맞다고 말씀 해주시 더군요.

 

그분 말씀으로는 자시는 굉장히 민감한 시간이기 때문에 몇분에 태어 났냐도 따져 봐야 하고 12:30분이 지나면 축시로 사주를 풀이 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말씀도 해주십니다.

 

뭐가 정말인지는 확인 하지 못했지만 뭐.

 

아무튼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인적 사항을 엉터리로 적어 주게 된거죠.

그리고 그날을 마지막 으로 그 팀 엑스트라를 그만 두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인가 다다음날 정도 였나?

엑스트라 일을 한 돈을 찾기 위해 통장을 찍어 봤는데

이거 뭐,

제가 일한 돈 보다 한 삼백만원 정도가 더 들어 온 겁니다.

 

삼십만원 이라면 어느정도 이해도 되고 기분도 좋겠지만 삼백만원 이라니 너무 이상한 겁니다.

그래서 그 팀 마스터 한테 전화를 했죠.

그래서 돈이 잘못 들어온 것 같다고 말하니 그 돈이 맞답니다.

자기가 알아서 넣은 돈이니 그냥 말없이 받아 주면 안되냐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평소에 가지고 사는 철학중에 하나가 '모든 돈에는 이유가 있다' 거든요.

 

현대인들이 수세기에 걸쳐 이룩해 놓은 경제학의 법칙은 깊고도 오묘해서 살아보니 아무 이유 없는 돈 이란건 없더군요.

 

그래서 나는 못 받겠다고 잘라 말하고 삼백만원을 그대로 다시 이체 했습니다.

무언가 그 돈을 받으면 안될 것 같은 강한 예감도 들었구요.

 

 

 

그런일이 있던 즈음 어느날 이상한 꿈을 꿉니다.

 

어느 컴컴한 무대 위에 제가 서 있는데 저쪽편 에서 누군가 아주 아름답게 승무를 추면서 다가 오는 거예요.

승무는 잘 모르지만 '! 춤이 정말 아름 답다'   생각을 하고 있는데 춤을 추면서 점점 제쪽으로 다가 옵니다.

얼굴을 고깔 모자에 가려서 보이지 않은채 말이죠.

 

 

 

 

 

138683741128717.jpg
 (모르시는 분들을 위한 승무 이미지)

 

 

 

그러다 고개를 푹 숙인채 춤을 추다 점점 제 앞쪽으로 와서 춤을 멈추더니 고깔을 스윽 드는데

모자 속 얼굴이 무대 위 에서 봤던 그 여자 입니다.

그러더니 저보고

 

"이제 나랑 같이 가야지"

 

라며 씨익 웃더군요.

꿈속에서도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데 제 뒤에서 누군가가

 

"아니 이년이………"

 

라며 크게 욕을 하는 소리가 들리며 잠이 깻습니다.

 

 

잠에서 깨니 얼떨떨 합니다.

 

이 시기에 제가 꾸는 꿈은 뭐가 꿈인지 뭐가 생시인지 구분이 잘 가지않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 꿈을 기점으로 저는 한동안 그 여자 꿈을 계속 꾸게 됩니다.

매일매일 나타난건 아니었고 일주일에 한두번 꼴로 나타 났던 걸로 기억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여자가 싫거나 무섭지 않더군요.

그 때는 무언가의 일이 나에게 일어 났다거나 하는 자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꿈속에서 보는 그녀가 설레이기 까지 했으니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꿈속에서 마주 쳤던 이성에게 마음이 설레어 본 경험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 합니다.

그 때 제가 그런 심정 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꼭 꿈에 말미에 누군가 제 뒤에서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지르면 그녀가 화들짝 놀라 달아 나면서 꿈이 깹니다.

처음에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 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 누군지 알겠더군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돌아가신 제 외할머니 였습니다.

 

 

 

 

어떤 날은 날씨 좋은 야외에서 만나고 있는데 방해 하시고,

어떤 날은 좁은 방안에 둘이 앉아 있는데 방해 하시고,

 

 그리고 그때 참 기분이 묘한게 슬슬 그녀가 꿈속에서 성적으로 유혹을 하는 겁니다.

어느 날은 제 무릎 위에 앉아서 수줍게 교태를 부리고,

어느 날은 제 눈을 빤히 쳐다보며 스스로 윗도리 단추를 풀르다가 꿈에서 깨고.

 

이런 현상이 반복해서 나타 나다 보니 스스로도 뭔가 계속 기분이 꺼림칙 합니다.

 기분도 꺼림칙 하고 꼬추도 꺼림칙 하고......(응?)

 

 

그런 일들이 반복 되서 일어 나고 있을즈음,

그때 우리 팀이 비니지스는 되어 있는데 일을 시작 하기 전 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일 들어가기 일주일 전 쯤 인가 그랬습니다.

 

어느날도 그런 꿈을 꾸고 멍하게 앉아 있다가 문득 갑자기 낚시가 무척 가고 싶은 겁니다.

전 날 까지 아무 생각 없었는데 갑자기 낚시가 가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그 추운날 예전 제가 자주 가던 낚시터는 다 얼어 붙어 있을 거고,

무슨 생각 에선지 일단 주섬주섬 낚시 장비를 대충 차에 싣고 김포에 있는 낚시터로 향했습니다.

물이 얼었으면 드라이브나 하고 오지 뭐 라는 심정으로 말이죠.

 

김포에 제가 자주 가던 낚시터가 있었는데,

정말 외진 곳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고 돈도 받지 않던 무료터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있을지 아직 모르겠네요.

 

암튼 차를 몰고 그쪽으로 가니 역시나 겨울철이라 물도 거의 말라 있고 그나마 있는 물도 깡깡 얼어 있더군요.

 

차를 언덕배기에 세워 놓고 저수지 아래쪽으로 내려가 담배를 피워 물었습니다.

물은 얼었어도 정말 고즈넉 하고 좋더군요.

파카에 양손 다 찔러 놓고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를 피면서 저수지 쪽을 바라 보고 있을 때 였습니다.

 

갑자기 제 귀에다 대고 어떤 여자가

 

 

 

"이렇게 추운데 여기 왜 왔어 빨리 가자"

 

 

 

라고 말을 하는 겁니다.

 

깜작 놀라고 소름이 돋아서 주위를 돌아 보니 아무도 없더군요.

그러면서 순식간에 알수 없는 공포감이 밀려 옵니다.

좀 전까지만 해도 평화롭고 멀쩡 했는데 말이죠.

 

사람이 공포감이 엄습 할때는 한꺼번에 파도 처럼 밀려 오더군요.

 

이것저것 생각 할 것 없이 차로 후다닥 뛰어 올라 갔습니다.

그리고 시동을 걸어서 엑셀을 밟았는데 이런 젠장 산모퉁이 오르막길에 차를 대 놨었는데 차 바퀴가 헛 돕니다.

 

정말 식은땀이 나더군요.

외진 산속이라 오가는 사람 하나 없구요.

밖에 나와 바퀴를 보니 바퀴 아래쪽으로 살얼음이 얼려 있어 쉽게 빠져 나가기 힘든 상황 입니다.

도대체 여길 왜 왔는지 정말 후회 되더군요.

주변에 바퀴아래 뭔가 대놓을게 없나 찾아 보는데 마땅한게 없습니다.

혹시 다른 부목을 댈만한게 있나 찾아보러 위쪽으로 올라가봤습니다.

그 낚시터를 그렇게 오래 다녔어도 위쪽으로 가본적은 없거든요.

 

그런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 위쪽 아래편으로 거대한 공동묘지 숲이더군요.

 

와 진짜,

 

그 추운 겨울에 식은땀은 삐직삐직 나고 있지, 온몸은 공포감에 쌓여서 후덜거리지 정말 미치겠더군요.

 

그리고 위쪽을 쳐다보니 웬지 사람이 다녔던 듯한 샛길이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내친 김에 그리로 올라가 봤습니다.

혹시 무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어라?

 

 조금 더 올라 가니 그 위쪽으로 조그마한 암자가 하나 있는 겁니다.

 

그 앞쪽에 차도 한대 서 있구요.

 

웬지 암자도 보고 차도 보이니 갑자기 마음이 안정이 되더군요.

 

그때 그 앞쪽에 스님 한분이 껄렁껄렁 하게 지나 가십니다.

 

진짜 이분은 껄렁껄렁 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 립니다.

누가 보면 중인지 양아치인지 모를 포스로 어슬렁어슬렁 앞을 걸어 가고 있더군요.

그런데 양아치면 어떻고 땡중이면 뭐 어떻습니까.

그때 뭐 이것저것 따질 게재가 아니었죠.

 

제가 물어 봤죠.

 

"저 스님 저 아래 제 차가 못 움직이고 있는데 좀 도와 주실수 있습니까?" 라고 물었습니다.

 

제 딴에 그렇게 말을 하면 차를 가지고 내려와 끌어내 주겠지 라고 생각 했거든요.

 

그랬더니 그 땡중님이 (?) 걸어 가다 저를 힐끔 쳐다 보더니

"뭐 그럽시다"

라고 쿨하게 대답 하더군요.

 

그러더니 창고 같은 곳으로 가더니 못쓰는 이불 같은걸 들고 나옵니다.

 

같이 내려 와서 그걸 제차 앞 바퀴쪽에 대 놓으니 한방에 차가 올라 가더군요.

 

그래서 그 위쪽 평지 쪽으로 차를 대놓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기왕 이까지 온 것도 인연이니 차나 한잔 하고 가랍니다.

 

저도 공포감도 많이 가셨겠다 차도 빼 냈겠다.

 

따라가서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뭐 하시는 분이냐? 이 겨울에 여기는 왜 왔냐?

등의 이야기를 나눈 것 같습니다.

얘기를 나눠보니 정말 껄렁껄렁한데 악의도 없고 나름 재미있으시고 그런 분이시더군요.

스님 답지 않게 우스개 소리도 잘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겨울이라 해가 짧아 벌써 어둑어둑 혀지려 하기에 그만 가보겠다고 일어 섰죠.

 

그런데 스님이 저를 따라 일어서다가 저를 보며 씨익 웃으며 기절초풍할 얘기를 합니다.

 

 

 

 

 

 

 

 

 

 

 

 

 

 

 

 

 

 

 

 

 

 

"보소 처사, 가는 건 가는 건데 따라온 여자는 여기 떨궈 놓고 가소."

 

 

 

 

4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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