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살5

얼룩말궁뎅이 작성일 14.01.02 16: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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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난 혼자 많은 생각을 하며 오랫만의 집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누나 또한 무슨 생각중인지 며칠동안 문자 한통도 없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내 맘속엔 조바심이 생겨났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난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접근보다는 그 사람에 대한 나의 마음이 어떤가에
중점을 두고 재차 생각에 빠져 들었다.
'돌아가자... 그리고 대화하자... 더 늦기전에 돌아가자...'
일주일만에 난 내가 있던 자리로 누나가 있는 그곳으로 나는 돌아가고 있었다.
멀리 누나가 사는 아파트가 보인다. 지금은 저녁시간 누나는 집에 없을시간이다.
누나가 사는 집에 불도 꺼져있었고 난 올때까지 기다려 다시 얘기를 하고 자초지정을 듣기로 
결심하고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현관에 들어섰다. 전과 달라진건 아무것도 없었다.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고 혹 아무도 살지 않는듯한
적막감 마저 들었다.
침실에 불을 켜고 난 침대에 앉아 맞은편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며 어떻게 대화를 시작할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귓가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몸은 자연스레 위험에 대비한 준비를 했고 난 손에 잡히는대로 아무것이나 힘을 주어 들었다.
거실쪽으로 몸을 옮겼다. 완벽하진 않지만 위험한 상황을 대비해 방어 목적으로 침실의 작은 앉은뱅이
의자도 챙겼다. 한쪽엔 여자들 화장품 스킨병이 다른 한손엔 작은 앉은뱅이 의자.
남아있는 손도 없었고 거실에 불을 켤 겨를 없이 한발짝씩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겼다.
조심스레 가슴쪽을 의자로 가리고 거실쪽 소파를 쳐다봤다...
'쿵 쿵 쿵' 나는 뒤로 두어발짝 밀려 몸에 균형을 잃은체 주저 앉았다.
주저 앉은체로 뒤로 몇걸음 더 떨어진 침실의 빛이 잘 비치는 곳까지 나도 모르게 뒤로 몸을 옮겼다.
'뭐를 본것인가... 분명히 누나였는데...'
누나를 보고 놀란것도 있지만 난 분명히 내 눈으로 보았다.
전부터 의심을 품고 있었지만 아니길 바라며 모른척 했었던... 아이가 누나가 앉은 소파 맞은편 작은
티테이블에 앉아 누나를 보고 있었던것 같고. 내가 거실을 확인하기 위해 얼굴을 들이밀었을때
그 아이가 세상 표정이 아닌거 같은 화난 모습에 입은 알 수 없는 미소로 날 노려봤던 것이다.
그 아이의 표정에 난 뭔가에 떠밀린듯 뒤로 주저 앉았다...
'사람이 아니다... 분명 내가 잘못 본게 아니다...'
뭔지 모르지만 일단 누나를 구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그리고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에 난 
손에 쥐고 있던것들을 내 팽개치고 거실불을 켜고 바로 누나쪽으로 달려들었다.
불을 켜자마자 눈을 질끈 감고 난 그냥 쇼파로 몸을 날렸다. 누나를 감싸안고 소파를 뒹굴며
이 다음에 어떤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해야할지... 찰나지간에 수 없이 많은 생각을 했다.
누나를 감싸 안고 눈을 질끈 감은지 십여초 지났을까... 아무 일도 없었고... 
누나가 힘 없는 목소리로 '왔구나... 기다리고 있었어...'라는 말을 하며 감싼 내 팔을 풀며 말을 꺼냈다.
'누나 봤어? 애 봤어??'라는 내 질문에 누나는 힘없이 픽 웃으며.
'무슨소리야 애는 무슨 애...'라는 소리에 나는 일어나 소파 근처를 살피고 집안 이곳 저곳을 살폈다.
헛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명확히 내 눈으로 본것이지만 감쪽같이 사라지고 나선 나도 도대체 뭘 본것인지,
내가 무슨 행동을 했었는지 모를정도로 혼란스러웠다.
나는 나와 누나의 신변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누나를 살폈다.
아까 집에 들어왔을때 부터 침실과 현재 주방과 거실을 봤다.
거의 일주일이란 시간동안 식기류가 전혀 사용되지 않은거 같았고 누나는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그 오랜
시간을 그냥 한 자리에서 계속 있었던거 같았다. 아니 누나의 몸상태가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아무것도 안먹은거야? 움직이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나 안돌아왔으면 어쩔려고 이렇게 사람이 무식하게
행동하는거야?'
'지금 너 내 옆에 있잖아... 나 피곤하다 잘래...'
누나는 그렇게 의식의 끈을 놓았고. 난 누나를 들쳐 업고 병원으로 갔다.
의사선생님은 영양실조 상태이고 너무 긴시간 굶고 수분섭취가 없어서 탈진 상태이니 영양주사 맞고
일어나거든 죽이나 부드러운 음식으로 속을 채우고 퇴원을 하라 말씀하셨다.
그렇게 짧았지만 길었던 서로 떨어져 있던 시간이 지나고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갔고.
누나가 병원에 입원함으로 난 집에서 본 아이에 대한 기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틀만에 누나는 퇴원을 하고 나와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누나가 쓰러졌을때 얼마나 놀랐는지 거실과 침실에 불을 그대로 켜 놓고 집을 나왔단걸 
집에 들어가서야 알았다. 물론 이틀내내 누나 옆에서 별일 없나를 지켰고 아무일 없이 일어나
나와 함께 집으로 걸어들어온 것에 감사했다.
집에 들어와 우리는 그동안 못한 청소도 하고 밥도 해먹으며 평소처럼 돌아왔다.
그저 아무일 없이 다시 돌아와서 기뻣고 건강도 좋아져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잘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잠에 빠져들었다...
사실 이틀동안 병원 침대에서 불편히 보낸 나는 다른 사랑의 확인(?) 절차 요런건 생략하고
바로 누나를 안고 잠이 들어버렸다.


환하고 이쁜 정원이다... 나비도 날아다니고 햇볕도 따뜻하다... 꽃향기도 나고 웃음소리도 들린다.
웃음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가 웃고 있다... 난 그녀를 부른다. '누나'
그녀는 내가 부르는 소리를 못들었는지 웃고 있다. 그녀 옆에... 옆에... 옆에...
아이가 있다... 아이... 그 아이다... 내가 봤던 아이...
갑자기 어두워 진다. 내 시야엔 오로지 그 아이만 보인다... 그녀와 마주보고 웃고 있던 그 아이가
내쪽을 바라보며 전에 나에게 지었던 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무섭다... 저 아이가 무섭다... 아이가 내 쪽으로 다가온다...
정원 이었던 곳은 황량한 벌판으로 바뀐다.. 아이가 다가온다... 다가오는 만큼 난 뒷걸을질 친다...
몸이 뒤로 기웃뚱, 뒤를 쳐다보니 절벽이다...
목이 불에 데인것 처럼 탄다.... 아이가 걷지 않고 내 앞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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