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어느 bar 에서

hyundc 작성일 15.05.29 00: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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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 그 여자는 언제까지 달고 다닐 거야?

 

그는 술을 집어 들며 내게 말했다.

 

그래? 내 등에 여자가 들러붙어 있나?

 

나는 심드렁하게 되받았다.

 

그는 나를 흘깃, 무심한 듯 한번 바라본 후 손에 든 술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래 뭐, 예쁘긴 한데, 그래도 저렇게 기분 나쁜 웃음을 짓고 있는 여자는 기분 나쁘잖아. 가능 하면 빨리 떨궈 내라구. 저 소름끼치게 웃는 것 좀봐바.

 

나는 흐음 하고 등 쪽으로 고개를 한번 돌렸다.

 

아니 뭐, 붙어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특별히 내게 해를 끼친 것도 없고 잘 모르겠네.

 

나는 계속 무심한 듯 말했다. 도대체 이 카페에 왜. 밖에서 보면 그저 평범한 바일뿐이다.

Jay라고 쓰여진 작은 네온 간판이 걸려 있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열 개 남짓한 테이블과 바텐더를 바라볼 수 있는 바가 놓여 있다. 바에 내리 비치는 조명은 전체적으로 은은한 푸른빛을 띠고 있지만 테이블은 주황색간접조명이 위치하고 있다. 조명에 대한 심미안이 전혀 없는 걸로 봐서 바 사장은 인테리어나 디자인 감각이 형편없음이 틀림없다. 기본적인 감각만 지니고 있어도 이렇게 통일 되지 못한 조명을 설치하진 않았을 것이다.

 

저 봐, 저 봐, 저 여자 자기 얘기 한다고 또 실실 웃는다.

그는 내 등 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우리 얘기를 듣고 있는 건가?

그럼 당연하지 귀신들은 자기 얘기를 해주면 아주 좋아 하거든. 그는 나를 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봐 그럼 그렇게 말만 하지 말고 자네가 좀 떨어뜨려주지. 내 눈에는 뭐가 들러붙어 있는지 업혀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구. 나는 그를 힐난하듯 말했다.

 

아니, , 생각해 보니 나도 쫓아내거나 그런 방법은 알지 못해서 말이야.

그 말을 듣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봐. 나는 그에게 잔을 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내 등 뒤에 귀신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말이야, 자네는 이제 집으로 가는게 어때? 보아하니 이제 술도 마실만큼 마신 것 같은데?

 

? 우리 집? ! 가야지 우리 집, 그럼 가야지.

그는 잔을 들어 내게 건배를 했다. 그의 갈색 체크무늬 타이가 손으로 잡아 댕겼는지 많이 흐트러졌다.

 

그래 이 사람아 이제 그만 집으로 들어가야지.

 

그런데, 아하....이거.... 우리 집이 어디더라?

 

그는 술잔을 내려놓고 이마를 손으로 짚은 채 생각에 잠겼다.

 

 

 

아니, 혼자 앉아서 무슨 말을 그렇게 중얼 거리세요?

 

20대 중반 여자 바텐더는 살갑게 말을 하며 다가 왔다.

 

아니, , 불쌍한 영혼이 도처에 널려 있네.

 

나는 웃으며 여자 빠텐더에게 말했다.

 

아까부터 저기서 보니까 뭔가를 혼자 계속 중얼 거리 시길래. 맥주 하나 더 갖다 드릴까요?

 

아니 맥주는 됐고, 여기 혹시 삼십대 중반에 갈색 타이 메고 주걱턱에 머리 앞가르마 탄 남자 자주 오지 않았었나? 내 질문에 여자 바텐더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바로 말을 받았다.

 

! 그분 저희 단골 한분 있었죠. 오기만 하면 맨날 신세 한탄 하던 분이 계셨는데,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안 오시네. 그 분 아세요?

 

아니 뭐, 그냥. 안 오긴 여기서 죽치고 앉아 있구먼.

 

? 바텐더는 눈이 동그래 진체 되물었다.

 

아냐, 그냥 하는 말이야. 여기 얼마지? 계산을 치르고 바를 걸어 나왔다.

 

서울 한복판에도 억울한 놈 지천 이구만........나는 중얼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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