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4

씨바둥 작성일 17.07.10 21: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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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그들의 이상한 행동과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데.
아들의 시체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던 돌발
스런 그들의 행동에 그 노인 역시 멍한 채로
서 있더래. 남편은 그 노인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냐고 물어봤데. 노인은 한 숨을 내쉬며 신
세 한탄조로 얘기하더래.
‘휴... 이게 다 내 업보지.
자식 하나 잘못 둬, 이런 일까지 당했지...
죽어서도 속 썩이다니...
그 놈이 살았을 때는 지 마누라와 딸을 죽
였던 잡놈이었소.
사형당한 시체를 수습해 여기다 묻었더니,
그 시체마저 없어져 속을 썩이고 있다우...’
그랬다는 거야.
이 얘기를 해주면서 남편이 그랬어.
그 톨 게이트에서 살인하고 다니는 놈이 찾
지 못한 시체일지도 모른다고...
그럴 듯 하지?
자기 식구를 몰살시킨 살인자가 무덤에서
나와서 또 살인한다!
어때 좀 무섭지?’
경수 엄마의 얘기에 같이 듣고 있던 직원들
은 막 웃으면서 재미있고 소름끼치는 얘기라
고들 했어요. 어떤 직원은 아예 모든 얘기가
경수엄마가 지어낸 것 아니냐고 놀려대기도
하고요. 경수 엄마는 자기 남편이 정말 겪었던
얘기라고 했고. 여하튼 분위기는 떠도는 으시
시한 얘기를 들은 것처럼 가벼운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그 얘기를 듣고 서로 농담하는 그 분
위기에서 저 혼자만은 이상할 정도의 두려움
과 불길함이 느꼈어요.
내가 본 그 차에 마치 그 사라진 살인범의
시체가 있었던 것 같은...
경수 엄마의 이야기가 제겐 그럴듯한 공포
로 느껴졌어요. 하지만 아무도 그 얘기엔 신경
쓰지 않았어요. 저도 그 무시무시한 얘기를 잊
어버리려 했지만, 뇌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표 받을 때도 그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메우
고 있었고...
그러다가 갑자기 그 차가 지나갈 때 나던 기
분나쁜 냄새가 생각났어요. 생각해보니, 꼭 시
체 썩는 냄새 같았어요.
이런 생각까지 나니, 그 살인마는 정말 무덤
에서 나온 악령같이 느껴졌어요. 혼자만 고민
하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제 생각을 동료들
에게 얘기했어요.
아무도 진지하게 듣지 않았어요. 오히려 제
가 재미없는 농담하는 걸로 생각했어요. 몇 번
을 얘기했지만, 점점 저를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 더 이상 얘기하지 못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한 동안 그 톨 게이트 살인
마가 잠잠 했어요.
분명히 제 생각에는 곧 우리 톨 게이트에 그
살인마가 살인을 저지를 것 같은데 아무 일도
없었던 거예요. 저는 점점 마음이 놓이고 내가
생각했던 것이 신경과민증상으로 생각했어요.
긴장이 느슨해진 것은 저 뿐만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남자직원들도 전부 야간 당직을
싫어했는데, 시간이 가고 아무 일도 않 생기니
까 모두들 야간 당직을 자기가 하려고들 하는
것이었어요. 그 동안 그 살인사건 때문에 야간
당직을 모두 회피하니까, 공단에서 야간 당직
수당을 좀 인상했거든요. 그러니 그 살인 사건
이 없어진 것 같으니 남자 직원들은 야간 당직
을 오히려 하고 싶어했던 거예요.
범인에 대한 단서도 잡지 못한 채, 두 번째
사건이 일어난지 어느덧 한 달이 좀 넘게 지났
어요. 그 사이에 톨 게이트 일 중에서 가장 힘
들다는 추석도 지났어요.
그런 평온한 어느 날이었어요.
그날도 여자 직원들은 모두 퇴근할 준비를
하고 있고, 야간 당직을 하기 위해 남자 직원
두 명이 출근하고 있었어요.
저는 혹시나 몰라 그 사람들에게 조심하라
고 했어요.
그들은 지급 받은 가스총을 카우보이처럼
흔들더니 여유 있는 웃음과 함께 걱정 말라고
하더군요.
그들의 태연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놓였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오늘 밤에 가
을 가뭄을 해소할 비가 내린다는 일기 예보를
들었어요. 그 때는 아무 생각없이 그 예보를
들었어요.
밤에 잠을 이루려는데 자꾸 뭔지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느낌이 들어 잠을 잘 잘 수가 없었
어요. 잠이 덧든 상태에서 계속 기억도 나지
않는 악몽에 시달리는 것 같았어요.
한참을 뒤척이다가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천둥소리에 잠이 깼어요.
눈을 떠보니, 아직 밤이었고 억수같이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시계를 보니 밤 3시 반이 좀 넘었어요.
꿈자리가 뒤숭숭했지만, 한참은 더 잘 수 있
을 것 같아 다시 잠을 청했어요. 번쩍 하고 번
개가 치고, 좀 있다 하늘이 무너질 듯이 천둥
이 쳤어요.
그 순간 머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어요.
바로 비 였어요.
두 번 다 그 살인마는 비올 때 나타나 살인
을 저질렀던 것이 떠올랐어요.
두 번째 살인 사건이후로 그때까지 비가 한
번도 안 내렸던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 사
실을 깨닫게 되자, 소름이 쫙 끼치고 온 몸이
부르르 떨렸어요.
밖에는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퍼붓
고 있었어요.
잠시 생각을 해 보았지만, 그 사실을 알고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침대에서
일어나, 톨 게이트 사무실로 전화해봤어요.
신호는 가는데 아무도 안 받는거예요.
그러니까 더 불안했어요.
내가 틀렸겠지 하고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잘 수가 없었어요.
대충 옷을 챙겨입고, 차를 몰고 억수같이 쏟
아지는 빗속을 뚫고 톨 게이트로 향했어요.
가는 동안 별 생각이 떠올랐어요.
불빛 한점없는 비오는 밤길을 달리다 보니,
무서워졌어요.
저 어둠 속에서 그 살인마라도 나타날 것 같
았아요.
뭔가가 뒤에서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저 길가 암흑속에서 뭔가가 갑자기 튀어나올
것도 같았어요.
비는 오고 어두워서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
는데, 자꾸 뒤가 신경쓰이는 것이었어요. 운전
하면서 뒤가 불안해 힐끗힐끗 뒤를 봤어요.
어둠 속에서 뭔가 불길한 기운마저 느껴지
기까지 했어요.
뭔가에 쫓기듯 빗속을 뚫고 톨 게이트를 향
했어요.
거의 다 도착했을 무렵, 톨 게이트 쪽에서
이쪽을 향하는 자동차 헤트라이트가 보이는
것이었어요.
톨 게이트를 지나오는 것 같은 자동차 불빛
을 보자 좀 마음이 놓였어요. 자동차가 지나다
닌다는 것은 아무 일도 없다는 얘기잖아요.
괜히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을 하며 차의 속
도를 좀 늦쳤어요.
그런데 그 차의 불빛이 갑자기 가까워지는
것이었어요.
그 차의 불빛을 보고 있던 저는 두려움으로
온 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어요.
그 차의 불빛은 보통 헤트라이트 불빛이 아
니었어요.
마치 지옥에서 나온 악마의 붉은 눈빛처럼
보이는 것이었어요.
그 차가 다가오자, 무서워 미칠 것 같았어요.
내 정면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저는 일초라도 빨리 그 차에서 벚어나기 위
해 속력을 높였어요.
그 차는 시시각각으로 기분나쁜 헤트라이트
불빛을 발하며 덮치듯이 나를 향해 다가왔어요.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죠.
순간 그 차는 내 옆을 지나갔어요.
눈을 감았지만, 확실히 느낀 것은 그 차에
타고 있던 그 무언가가 나를 보고 웃었다는 거
예요.
안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전 느꼈어요.
그 차는 이제까지 내게 피묻은 표를 주던 그
차였고, 그 차를 운전하던 그 무엇은 나를 보
고 기분나쁜 미소를 지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순식간에 그 차는 제 옆을 지나갔어요.
혹시나 하고 백밀러를 보았는데, 아니나 다
를까 방금 전에 분명히 내 옆을 지나갔던 그
차가 안보이는 것이었어요.
백 라이트라도 보여야 정상인데, 아무런 흔
적 없이 암흑만이 보이는 것이었어요.
불안해하는 도중에 톨 게이트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정산소의 불빛이 다
꺼져 있던 거예요.
비가 와서 톨 게이트 안에 누가 있는지 잘
안 보였어요.
저는 차를 톨 게이트 앞에 세우고 손전등과
우산을 들고 차에서 내렸어요.
불길한 얘감을 억누르며 천천히 정산소로
향했어요.
소리쳐 불러보았지만, 비 소리 때문인지 아
무런 대답이 없었어요.
손전등으로 정산소를 비춰보았지만, 아무도
안 보이는 것이었어요.
정산소 문앞에 서자 피비린내 같은 것이 났
어요.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았어요.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어요.
손전등으로 정산소 안을 비춰보았어요.
그 순간 저는 놀라서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어요.
불과 몇 시간전만 해도 가스총을 들고 여유
있어 하던 남자 직원이 팔이 잘려 나간 채 피투
성이가 되어 난도질 당한 채 죽어있는 것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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