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이 끝나지 않는다 2

므흐읏 작성일 18.10.07 13:21:15
댓글 2조회 2,713추천 6

이 사건을 어떻게 정리하여 전달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도 그럴듯이 내 기억속 사건은 뒤죽박죽인데다 현재 진행형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 너그러이 해석해주시리라 믿는다.

 

 

 

이 끝나지 않는 예비군에 대해서는 이미 친구들에게 털어놓았었다.

이런 정신나간 이야기를 진지하게 할만큼 허풍을 떠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친구들은 곧이 곧대로 믿어주었다.

 

친구들마다 의견이 다분했는데 그냥 단순한 꿈이라느니, 저승세계라느니, 평행 세계라느니..서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뿐 답을 내린것은 없었다.

 

무엇하나 확실한것은 없었지만 딱 한가지 확실한건 훈련을 받는 시간은 내게 현실과 같았으나 지나고 보면 내 삶에 없었던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내게는 너무나 괴로웠다. 이 예비군훈련은 거부할 수 없다. 내가 훈련을 가는게 아니라 잡혀가는 것이라 표현하는 것이 옳다.

 

예비군 날짜가 잡히면 한치의 의심도 없이 그저 수긍하게 된다. 훈련이 끝나고 집에 도착해서야 최면이 풀린것처럼 [왜 그랬지?] 하는 의문만 남는다.

 

같은 내무반을 쓰는 현역들도 이상했다. 훈련을 가게되면 이름이 기억나는데 평상시에는 이름이며 출신지역이며 전혀 기억해낼 수 없다. 물론 옆자리에 있던 예비군 아저씨도 마찬가지다. 대대의 위치나 소속은 말할것도 없다.

 

다시 그 훈련에 대해 얘기하자면, 두번째 소집되었을때는 4주만에 풀려났다. 역시나 근무만 잔뜩 서다가 훈련은 종료되었고, 여전히 집으로 가는 직행 버스는 없었다. 거리때문에 택시는 엄두가 나질 않았으니 버스를 갈아타며 집에 도착해 잠이들었다.

 

세번째 훈련은 비교적 빠른 시일내에 찾아왔다. 1년이 채 안되었을 시기였는데, 이때부터 이 예비군 대대가 이상하다는 것을 훈련중에도 조금씩 자각 하게되었다. 무엇이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탄약고와 주간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다가 야간이 되면 주구장창 들락거리는 대대 사람들..

 

당췌 전역할줄 모르는 현역들...늘 같은 내무실을 배정받는 옆자리 아저씨..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근무시간 배정과 거기에 늘 불평하면서도 이유에 대해 그닥 따지지 않는 우리들..

 

이런저런 의문을 품은채 갸우뚱 하는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여느때와 다를것 없던 저녁점호 시간 내무실 현역 막내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생각했다. 저녀석 나이가 몇살이라 그랬더라?

 

그와 동시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마치 오늘 처음 도착한 사람처럼 주위를 황급히 둘러보았다. 현역들의 이름이 생각나질 않았다. 옆자리 아저씨가 걱정하는 말투로 왜그러냐 묻는데 난 아저씨에게 누구냐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당황한듯 바라보는 현역들을 뒤로한채 내 짐을 챙기고 부리나케 내무실을 뛰쳐나왔다.눈앞에는 어느새 당직사령과 부관이 떡하니 와있었다. 순간 당직사령의 덩치가 이리도 컸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에게 붙잡혀서는 강제퇴소를 당했다. 말그대로 쫓겨난것이다.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위병소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위병소 근무자는 퇴소할때에 자동응답 기계처럼 말하는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하는 말만 되풀이했다.

 

주변을 둘러보자 너무나 어둡고 어두운 산속이었다. 위병소를 제외하곤 빛하나 없는 완전한 산골 그 한가운데... 덜컥 겁이난 나는 숨이 턱까지 차오를만큼 빠르게 뛰어내려갔다. 아니, 정확히는 도망쳐왔다.

 

어두컴컴한 버스터미널에서 뜬눈으로 밤을 세웠다. 달달달 떨며 첫차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버스기사 양반이 걱정해주었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저 풍경들은 분명 진짜였다. 버스를 갈아타고 집에 도착하자 긴장이 풀려 스르륵 잠이들었다.

 

다음날 일어나보면 거짓말처럼 정신이 말짱하다. 대체 왜 그런 말도안돼는 상황을 당연하게 생각했을까 하고 달력을 보면 훈련을 가기 전날과 하룻밤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내게 없었던 일이 되버린것이다.

바로 그날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고, 술자리에서 모든걸 털어놓았었다.

 

이 비상식적인 일들이 내게 일어나고 있다고 하소연 했지만 앞서 말했듯 그 어떤 답도 내려지지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 훈련에서 부터 일어났다.

----------------------------------------------------------------

 

다음내용은 시간이 날때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므흐읏의 최근 게시물

무서운글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