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반딧불이가 날아오를 무렵

금산스님 작성일 19.05.09 10: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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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토호쿠에 사는 어느 사람이 한여름 플라이 피싱을 나섰다.

어느 정도 낚시를 하며 다니다 보니 해가 져서 강에는 밤이 드리웠다. 

 


그래도 그날은 꽤 꿈틀꿈틀 입질이 오던 터라,

고집 있게 낚시를 했다고 한다.

 


그러던 도중,

탁 트여서 낚시하기 딱 좋아 보이는 곳이 나왔다.

 


오늘은 여기서 마감해야겠다 싶어 낚싯대를 흔들자,

갑자기 우르르 반딧불이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반딧불이는 마치 수면에서 솟아나듯 날아다녀,

강은 환상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렇게 반딧불이가 많다니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한 순간,

강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귀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정도 크기였지만,

서서히 그 목소리가 커져와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아무래도 주변에서 작은 여자아이가 실종되어,

그 아이를 마을 사람들이 지금 시간까지 찾고 있다는 내용 같았다.

 


내용은 오싹했지만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선 탓에,

슬슬 낚싯대를 흔들며 계속 이야기를 훔쳐들었단다.

마치 TV 드라마를 소리만 듣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사라진 아이의 엄마로 여겨지는 여자 목소리,

수색에 나선 마을 사람들 목소리라는 걸 분명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목소리는 점입가경, 끝내는 마을 사람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여기를 찾아보자고.] 하고 말하더란다.

 


이쯤 되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수색 활동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정말 무슨 다큐멘터리라도 틀어놓은 것처럼,

음성만 수면에서 들려오는 것이다.

 


너무나도 리얼한 대화가 수면에서 들려오자,

마침내 겁에 질린 그 사람은 수면을 향해 소리쳤다.

 


[어떻게 된 겁니까! 누가 있습니까! 누가 없어진 겁니까!]

그 순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듣는 것조차 견디기 힘든 여자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 비명에 겁에 질려,

그 사람은 낚싯대도 걷지 않고 강을 뛰어 달아났다.

 


세워둔 자동차와는 반대 방향으로,

완전히 어두워진 길을 죽어라 달렸다.

 


황망한 와중,

근처에 집 불빛 같은 게 보였다.

 


어쨌든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 집으로 뛰어갔다.

 


[죄송합니다! 누구 안 계시나요!]

안에서는 구부정한 할머니가 나왔다.

 


[목이 말라서 그런데 물 한 잔만 부탁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컵에 물을 따라 가져다주셨다.

 


거기다 한 잔 더 달라고 염치없이 또 부탁했던 모양이다.

물을 두 잔이나 마시니 마음도 좀 진정이 되더란다.

할머니는 [무슨 일이 있었나?] 하고 물었다.

 


그 사람은 실례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방금 일어난 일을 횡설수설 설명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웃어 넘기기는커녕,

침통한 표정이 되어 눈을 꼭 감았다.

 


[그런가. 또 반딧불이가 나왔는가.]

서글프게 중얼거리더란다.

 


할머니 말에 따르면,

옛날 그 강가에는 다른 현에서 이사 온 일가가 집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그 집은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단란했는데,

부모와 세 살 난 외동딸이 함께 살았다.

 


어느 날, 그 집 딸이 놀러나갔다가 실종됐다.

마을 사람들은 부모를 도와 필사적으로 수색에 나섰다.

 


허나 그 마을에서는 가끔 그렇게 실종자가 나오면

대부분 강에서 죽은 채 발견되곤 했단다.

 


저녁때가 되어도 여자아이를 찾지 못하자,

마을 사람들은 절망적인 기분으로 강을 헤매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자아이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강가에 엎드린 채 둥둥 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차마 바라보지 못해 눈을 돌리자,

아이의 어머니는 강으로 첨벙첨벙 뛰어들어 물을 헤치고 죽은 딸을 부둥켜안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듣는 것조차 견디기 힘든 비명이 울려 퍼졌다.

 


결국 딸을 잃은 가족은

그 후 집을 팔고 어딘가로 떠나버렸다고 한다.

 


그 후부터 그 강 근처에서 무서운 체험을 했다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꼭 한여름 저녁,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기 시작할 시간에..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이 집에 새파래진 안색으로 뛰쳐 들어온 사람은 처음이 아닌 듯했다.

 


이야기를 듣고 나자,

그 사람은 무섭기보다는 묘하게 애틋한 기분이 되었다.

 


낚시를 하던 곳은 강이 약간 구부러져,

깊은 웅덩이가 생기는 자리였다.

 


강 상류에서 누군가 떠내려온다면,

시신은 분명 그 자리에 떠오르겠지..

 


이야기를 다 풀어낸 뒤,

할머니는 괴로운 듯한 표정으로 집에 들어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았다.

 


그 사람은 집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컵을 현관에 두고 돌아왔다고 한다.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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