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살의 공포

백도씨끓는물 작성일 19.05.29 07: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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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의 공포

 

 

1

 

 

 93년의 봄초등학교를 입학했다온실 속에 화초처럼 자랐기 때문에 사십여 명이 되는 교실에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온갖 개성을 가진 녀석들이 떠들어 대는데 정신이 혼란스러웠다그러는 와중에 담임선생님이라고 들어 온 여자는 인상이 썩 좋지 않았다아니나 다를까학부모가 자리를 떠나자 기선제압이 시작됐다교탁을 회초리로 세게 치며자신에게 주목하라고 했다앞으로 말을 듣지 않는다면 뜨거운 맛을 보여준다고 했다그 말은 사실이었다이후에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거나떠들어대면 가차 없이 싸대기를 날렸다웃긴 것은 그것이 사랑의 매라며 포장이 된 것인데사랑이 조금이라도 첨가 되었는지 의문이다.

 

 

 입학을 하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바로 짝꿍 선정이다실제로는 관심이 없는 척 하지만 누구와 될지떨리는 기분이었다사내 녀석들은 저마다 지혜라는 아이와 짝이 되고 싶어 했다나 역시 이하동문이었다지혜로 말할 것 같으면긴 생머리가 잘 어울리는 인형처럼 예쁜 아이였다우리시대의 남자라면 다 안다지혜는 헬로강시에 나오는 여주인공 염염을 닮았었다반면에 꺼려하는 아이도 있었다진숙이었다진숙이는 색이 다 빠진 허름한 옷을 입은 아이였다얼굴도 까맣게 타서 촌스러운 모습이었다어떤 녀석이 침 냄새가 난다며 놀린 탓에 마치 병균이라도 있는 것처럼 꺼렸다부끄럽게도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다누가 지혜와 짝이 될 것인가또는 누가 진숙이와 짝이 될 것인가드디어 나의 차례였다.상자에 손을 넣어 종이 하나를 꺼내었다마음속으로 지혜의 이름만 백번은 외친 것 같다담임은 머뭇거리는 내 손을 하고 치며쪽지를 뺏어 읽었다.

 

 

 “한성윤곽진숙이랑 짝이네어서 저리 가서 앉아!”

 

 

 담임 입에서 진숙이 이름이 나올 때모든 것을 다 잃은 기분이었다풀이 죽은 채로 자리에 앉았다녀석들은 기분을 아는지모르는지 놀려댔다얼굴이 붉어졌다그런 내 모습에 눈치를 보며 진숙이가 조심스레 앉았다나는 고개를 팍 숙였다.

 

 

 우리 반에는 짝이 되고 싶지 않은 세 명이 있었다침 냄새 진숙이울보 도영이성격 더러운 원일이었다나도 나지만두 녀석과 짝이 된 여자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다동병상련이란 감정을 아주 이상한 상황에서 느낀 것이 부끄럽다.

 

 

2

 

 

 첫 입학이란 굉장히 힘든 것이었다수업을 마치고 한 숨이 나왔다그런데 교실 뒷문에서 한 할머니가 고개를 쑥하고 내밀었다절에서 스님들이 입는 회색 옷을 입고 있었다할머니는 진숙이를 보며 웃으며 다가왔다.

 

 

 “진숙아... 학교 어떻드노별일 없었나?”

 

 

 진숙이는 아무 말 없었다그러거나 말거나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할머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니가 진숙이 짝이가아따 마... 눈이 맑은 것이 참말로 선하다인상이 좋다이렇게 된 것도 인연인데우리 진숙이 잘 부탁한다이혹시라도 애들이 괴롭히면 니가 꼭 지켜줘야 한데이...”

 

 

 어른의 일방적인 부탁에 고개만 끄덕이고 나와 버렸다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교문 밖에서 엄마가 기다렸는데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학교 가기가 싫어졌다그날 밥도 안 먹고 하루 종일 누워있던 기억만 난다다음 날학교 가기 싫어서 생떼를 썼지만 소용없었다매 앞에 장사 없다고 그렇게 학교에 등교했다.

 

 

 여전히 짓궂은 녀석들이 놀려댔다진숙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화는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지금이나 그때나 싸움을 더럽게 못하거든녀석 중에 허보라는 놈이 진숙이랑 같은 동네를 사는 것 같았다계속해서 진숙이를 무당이라고 놀려댔다당시에 무당이 뭐하는지 잘 몰랐기에 처음에는 놀리는 줄도 몰랐다하지만 이내무당의 뜻을 알게 되자소름이 돋았다갑자기 반이 소란스러워졌다아이들 각자가 확대해석과 쓸데없는 상상력으로 인해 진숙이를 귀신 취급했다.

 

 

 “침 냄새 우리 동네 살아서 잘 안다즈그 할매 무당인데매일 귀신한테 기도한다 아이가침 냄새말해 봐라.귀신쟁이야.”

 

 

 그날 진숙이의 별명은 침 냄새에서 귀신쟁이로 바뀌었다진숙이는 울먹였지만 울지 않았다철이 없었다.왠지 아이들의 놀림에 동참하지 않으면비아냥거림이 나에게 확산 될 것 같았다그래서 나도 진숙이에게 손가락질 하며 같이 놀려댔다이윽고 진숙이가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당황했지만 놀림감으로부터 제외되었단 사실이 다행이라 생각했다그런데 갑자기 허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악!”

 

 

 우리 반에서 가장 성질머리 고약한 원일이가 주먹으로 허보의 얼굴을 내려 친 것이었다또래 보다 머리 하나 더 큰 허보를 단숨에 날려 버렸다반 아이들 전체가 주목했다원일이는 뭘 보냐며 고함을 질렀다아무도 녀석의 날카로운 눈빛에 대꾸할 수 없었다무엇보다 원일이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행여나 녀석한테 맞을까봐 눈길을 마주치지 않았다원일이가 조용히 자기 자리에 앉자허보의 울음소리가 그제야 크게 들렸다어찌나 서글프게 울어대는지마귀 같은 담임이 금세 뛰쳐나왔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진숙이를 놀린 허보새끼는 담임에게 야단도 받지 않았다왜냐하면 허보 엄마가 담임한테 봉투 좀 찔러 줬거든이미 소문이 파다했다결국 원일이만 싸대기 두 대를 맞고 벌을 서야 했다원일이는 울지 않았다더욱 더 담임을 노려봤다원일이의 눈빛에 담임도 부담이 되었는지밖에 나가서 손이나 들고 있으라고 했다.

 

 

 뒤에 있는 녀석에게 들었다놀이터에서 서너 살 많은 형들이 원일이의 할아버지가 경비라며 놀렸는데그 자리에서 형들을 때려 눕혔단다그 사실을 알고 원일이를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내가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었다하교 길에 누구보다 빠르게 집에 가려고 하는데원일이가 길을 막아섰다무서웠다뒷걸음질이 절로 쳐졌다.

 

 

 “진숙이한테 잘해줘라치사한 새끼야!”

 

 

 이 말만 남기고 자신의 집으로 갔다원일이가 무서웠다이젠 사방이 적이라고 생각하니학교에 더욱 가고 싶지 않았다당장 엄마에게 말했다그러나 통하지 않았다얌전히 학교만 잘 다니라고 했다눈에 보이는 문제만이 문제라고 판단하는 어른들의 시각이 미웠다.

 

 

3

 

 

 난리가 났다며칠 시달리다보니 정신이 없었다준비물을 전혀 챙겨오지 못했다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스케치북도 없었고 크레파스도 없었다당황했다진숙이가 친절하게 스케치북 한 장을 찢어 줬지만 무시했다다시 아이들의 비아냥거림이 내게 올까봐 두려웠다그러나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담임이 알게 된다는 것도 무서웠다온 몸이 화끈거릴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바로 그때원일이가 눈앞으로 뭔가를 툭 던졌다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이었다그리고 아무 말 없이 자기 자리로 갔다녀석은 항상 뾰로통해서 고맙다는 말도 붙이기 힘들었다다행이 담임에게 혼나지 않았지만원일이가 대신 혼이 났다단지 야단정도였지만 말이다다른 녀석들은 뺨을 맞았고허벅지를 꼬집혔다담임이 원일이의 눈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 신기했다.

 

 

 쉬는 시간에 원일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녀석은 내 말을 들은 채도 하지 않고 화장실로 가버렸다하지만 본능적으로 느꼈다원일이는 나쁜 녀석이 아니구나그 뒤로 녀석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말은 가라고 했지만오다리를 나누어주었고짭짤한 옥수수과자도 손에 쥐어줬다그러나 그런 모습을 본 허보가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하교 길허보 일당에게 잡혀 버렸다녀석들은 나를 언덕 위 공터로 끌고 갔다얼굴 몇 대를 맞고복부도 몇 대 맞았다엄청 아팠다울어버렸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녀석들은 나를 때리면서 웃고 있었다원일이와 붙어먹는 것이 기분 나쁘다고 했다그러더니 대뜸 나를 어디론가 데려 갔다달동네로 불리는 곳이었다재개발 때문에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로 귀신이 나온다는 집도 몇 채 있는 곳이었다아니나 다를까어느 이름 모를 집에 나를 넣어버렸다그리고 문을 걸어 잠갔다무서운 마음에 문을 마구 두드렸지만 열어주지 않았다.

 

 

엄마가 말하기를 달동네의 재개발 지역만큼은 가지마라고 했다화장터와 가까울 뿐만 아니라흉흉한 소문이 많이 나있기 때문이었다얼마 전에 누군가가 이 근처에서 귀신을 봤다며 난리를 친 적 있었는데그 이야기를 듣고 무서워서 엄마아빠랑 같이 잔 기억이 있다.

 

 

 무서웠다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조용함이 무서웠다보통사람이나 차가 지나가는 소리라도 들리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저기 멀리서귀신에게 잡혀가라며 녀석들이 악담을 퍼붓는 소리만 들렸다나쁜 새끼들...

 

 

 그 뒤로 아무런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다그날따라 왜 날씨는 또 흐린지본능적으로 소름이 돋았다그 집을 탈출해야만 했다하지만 방법이 없었다잠긴 문이 아닌 약간 높은 벽을 뛰어 넘으려고 했다방으로 들어가서 의자 같은 것이 없는지 찾았다떨리는 마음으로 한 걸음한 걸음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 된 단층 주택이었다파란색 슬레이트집 집으로 거실에는 온갖 생활용품들이 쏟아져 불규칙적으로 나돌아 다녔다벽에는 집주인으로 추정되는 남자의 사진들이 엄청 붙어 있었다얼굴이 우락부락하게 생긴 배나온 중년 아저씨였는데뭔가 인상이 무서워보였다한참 사진을 보다가, ‘아차’ 싶어서 의자를 찾았다그런데 갑자기 현기증 같은 것이 느껴졌다귀에서 이명이 지이잉하고 나더니 어지러웠다한시라도 빨리 의자를 찾기 위해 다음 방문을 열었다.

 

 

 “으아악!”

 

 

 까무러치고 말았다사진 속 아저씨가 팬티만 입고 나를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나를 본 아저씨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다가왔다너무 놀라서 자리에서 오줌을 싸버렸다도망은 가야하는데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힘이 풀린 다리로 대문까지 걸어 나왔다아저씨의 눈에서 검은 눈물이 주륵하고 나왔다흡사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처럼 느껴졌다더욱 무서운 것은 아저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느껴지는 것이었다.

 

 

 “아가야뭐 좀 찾아줄래제발 좀 찾아줘...”

 

 

 “?”

 

 

 나와 아저씨의 거리가 1미터 정도 되었을 때였다대문이 벌컥하고 열렸다누군가가 내 책가방을 잡아 당겼다영문을 몰랐지만당장 뛰쳐나갔다한참을 달릴 때 즘앞에 진숙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진숙이는 달리기가 참 빨랐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뛰어라!”

 

 

 그저 살기위해 진숙이만 쫓아갔다불빛이 보이고 학교 앞 사거리가 보일 때 즘 진숙이가 멈췄다그제야 안전하다며숨을 고르는 진숙이였다.

 

 

 “한성윤... 니 진짜 위험할 뻔 했디... 거기 들어가서 왜 빨리 안 나왔는데?”

 

 

 억울했다빨리 안 나온 것이 아니라허보새끼가 문을 잠갔다고 했다하지만 진숙이는 고개를 저었다.

 

 

 “바보가밖에서 잠그는 문이 어디 있는데니는 느그집 대문을 밖에서 잠그나?”

 

 

 맞는 말이었다그런데 묘하게 진숙이에게 바보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나빴다.

 

 

 “이게 돌았나침 냄새 니는 조용히 해라!”

 

 

 진숙이는 내가 허보일당에게 끌려가는 것을 보고 뒤를 밟았다고 했다하필 할머니가 가지 말라는 곳을 가기에 걱정이 된 것이었다허보일당은 나를 그 집으로 밀어 넣고 문을 잠그지 않았다그래서 내가 나올 줄 알고 문 앞에서 기다린 것이었다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자걱정이 된 것이었다.

 

 

 “니 도대체 왜 아는 척 했는데귀신한테 아는 척 하면 큰일 난다!”

 

 

 진숙이 말로는 아저씨가 귀신이란다오싹했지만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진숙이는 못 믿겠으면 자신의 할머니와 그곳에 같이 가보자고 했다무서웠다다시는 그런 공포를 겪고 싶지 않았다무슨 이유인지 부끄럽고 화가 났다정작 구해준 진숙이에게 고맙다는 말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4

 

 

 다음 날아침 일찍부터 나는 화장실에 끌려가 허보에게 또 괴롭힘을 당했다다행히 원일이가 화장실에 들어오자모르는 척하며 악당들이 교실로 들어갔다원일이가 무섭긴 무서운가보다.

 

 

 그런데 더욱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어제 학교근처에서 어떤 아줌마가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봤다며 미친 여자처럼 비명을 지른 일이 있었단다학교에 소문이 쫙 퍼졌다귀신이란 진정 있는 것일까알 수 없는 불안함이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바로 그때허보의 졸개 중 하나가 나에게 다가왔다마치고 남으라는 것이었다여덟 살 어린 나이에 복잡한 심경을 처음 경험했다말할 기운이 없어서 고개만 끄덕였다제발 시간이 느리게 가길 바랐다하지만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원일이에게 말해도 볼까 했지만우리 반 최대 약골 도영이와 재빨리 어디론가 가버렸다.

 

 

 하는 수 없이 또 끌려갔다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다며 주먹으로 복부를 때렸다너무 아팠다양 팔을 잡히니 꼼짝도 하지 못했다녀석들은 또 다시 달동네로 나를 끌고 갔다그런데 진숙이가 앞길을 막아섰다.

 

 

 “느그들 또 한성윤 괴롭히나빨리 놔줘라!”

 

 

 그걸 본 허보가 가만히 둘 리가 없다둘이 애인이라는 둥 사랑하는 사이라는 둥 비꼬기 시작했다유치하기 짝이 없게도 얼레리꼴레리 노랫소리가 들렸다당시까지만 해도 부끄러워서 내가 진숙이에게 비키라고 했다하지만 진숙이는 물러나지 않았다.

 

 

 허보가 억지로 진숙이를 밀쳤다진숙이가 버티며허보의 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왜 그랬을까내가 뭐라고화가 난 허보새끼가 주먹으로 진숙이의 머리를 강하게 몇 대 내려쳤다진숙이는 끈질겼다그걸 본 졸개들이 강제로 진숙이를 잡고 때어냈다화가 머리까지 난 허보가 진숙이의 뺨을 세게 때렸다.

 

 

 “부모도 없는 게... 어디서 지랄하노?”

 

 

 나는 또 왜 그랬을까그걸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의지와 상관없이 달려 나가 이마로 허보의 코를 찍었다.허보의 코에서 쌍코피가 주르륵하고 흘렀다이번에는 내가 진숙이의 팔을 잡고 뛰었다일단 살고 보자는 생각이었다허보의 울음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속이 시원했다반면에 내일이 또 무서웠다.

 

 

 졸개 중 두 명이 우리를 쫓아왔다꽤 충성도 높은 녀석이라 그런지 끝까지 쫓았다우리는 의도하지 않게 달동네까지 도망쳤다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다시 그 집으로 들어갔다녀석들도 동네가 무서운지 재빨리 떠났다한숨 돌린 것이다.

 

 

 진숙이가 고맙다고 했다왜 그렇게 쑥스러웠을까얼굴이 붉어졌다하지만 진심이 부끄러움을 뚫고 나와 버렸다.

 

 

 “... 저번에 고맙다...”

 

 

 한 동안 우린 말이 없었다한참을 서로 쳐다보다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려버렸다어릴 적 처음으로 느껴본 묘한 감정이었다하지만 그런 감정도 잠시진숙이가 떨리는 손으로 팔을 툭툭 쳤다봐서는 안 될 것을 본 듯 동공이 매우 커져 있었다빨리 나가야 한다며 재촉했다도대체 왜 그러냐며 말하려고 하는 순간또 다시 이명이 지이잉 하고 들렸다눈을 의심했다그 집에서 셀 수 없는 많은 귀신들이 우리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하나 같이 새하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괴기했다대낮에 귀신을 본 적이 있는가선명한 모습때문인지 더 무섭다겁이 나서 그 자리에서 온 몸이 굳어 버렸다진숙이가 내 손을 꽉 잡았다바로 그때집 주인으로 보이는 팬티만 입은 아저씨가 문을 벌컥 열고 튀어나왔다.

 

 

 “아아아악아아아악찾아내어서 찾아내!!!”

 

 

 요란한 고함을 지르며 우리에게 달려왔다그리고 집 안에 있던 새하얀 귀신들이 우릴 쫓아왔다진숙이가 내 손을 잡고 대문 밖으로 나갔다하지만 평 소 저질 체력이던 나는 금세 지쳐버렸다.

 

 

 “이러고 있을 시간 없다... 한기윤좀 뛰어라!”

 

 

 뒤를 돌아보니 새하얀 귀신들 무리가 우리를 쫓아왔다소란스러운 소리가 웅얼웅얼 머릿속을 맴돌았다정말 희한했다청각이 아닌다른 감각으로 듣는 소리였다새하얀 귀신들이 시커먼 입을 벌리며 빠르게 뛰어오는데,당장 그들에게 잡히면 죽을 것 같았다자신 없었다그래서 진숙이에게 너만이라도 도망치라고 했다하지만 진숙이는 오히려 내 앞을 막아섰다바로 그때였다.

 

 

 요란한 방울소리가 마구 들렸다새하얀 귀신들이 귀를 막았다뒤를 돌아보니진숙이 할머니가 인상을 팍 쓰며 방울을 흔들어댔다귀신들이 할머니께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을 했다하지만 이내 다시 그 집으로 줄줄이 들어갔다귀신들이 모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할머니가 우리 둘을 노려봤다나는 겁을 먹고 어깨가 굳어버렸다혼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숙아 어떻게 된 기고여기는 오지 말라 안했나?”

 

 

 진숙이는 허보에게 괴롭힘을 당했는데내가 구해줬다고 했다녀석들로부터 도망치다보니 이곳까지 왔다고 조곤조곤 말했다틀린 말은 아니지만썩 옳다고도 못하겠다그것이 나의 본심이었는지 잘 모르겠다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의 결정은 똑같았을 것이다.

 

 

 할머니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셨다연거푸 고맙다고 했다부모를 일찍 여읜 진숙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했고자신의 직업이 직업인지라 신경을 많이 못 썼다며 눈물을 보이셨다그런 진숙이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안아주셨다이런 분위기에 어떻게 대할 줄 몰라서 쭈뼛쭈뼛 서 있었다그러나 할머니의 뜬금없는 말에 다시 소름이 돋아버렸다.

 

 

 “그런데... 짝궁아니 눈에도 귀신 보이제?”

 그러고 보니그 집에 들어간 이후로 두 번째였다진숙이야 혈통이 무당인지라 귀신을 보는 것이 이상하지 않지만천주교인 내가 잡귀를 보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했다귀신을 보기 전에 이명이 들리면서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하니영안(靈眼)이 열리는 것이라며 걱정하셨다.

 

 

 진숙이네 할머니는 어린 나이부터 귀신을 보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했다자칫 무당의 길로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나의 영안을 닫기 위해서 진숙이네 할머니가 잘 아는 노인을 만나러 갔다학교 근처 아파트에서 경비를 하고 있는 노인이었다.

 

 

여덟살의 공포  

 

 

 

여러분 덕분에 저의 책이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같은 온라인매장에서 판매되게 되었습니다. 저의 책은 <짱공유 : 무서운 이야기>에서 독자께서 좋아해주신 작품으로 선별했으며, 미공개 작품 다섯개가 첨부 되어 있습니다. <문화류씨공포괴담집:저승에서 돌아온 남자>,<문화류씨공포괴담집:무조건 모르는 척 하세요>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옛날귀신 편>과 <현대귀신 편>으로 테마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매우 떨리고, 걱정도 많이 됩니다. 

한 가지 죄송한 점을 전하자면, 지금까지 쓴 이야기 중 책에 들어간 글들은 내렸습니다. 기회를 준 출판사에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이해하여 주셔요. 하지만 차마 여러분들이 써준 응원과 격려는 삭제하고 싶지 않아서 내용 자체를 삭제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진짜 작가로 만들어 주신 많은 독자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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