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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화괴담] 한여름날의 기묘한 사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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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산스님
  • 19.07.2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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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년 여름,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나는

    여름방학을 맞아 굉장히 한가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아파트 단지가 경사진 언덕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파트 건물은 경사를 따라

    일직선으로 올라가는 길을 중심으로 양옆에 3개씩 있었다.


     

    언덕 가장 아래쪽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슈퍼마켓, 문방구를 비롯한 여러 가게들이 있었다.

     


    우리 집 110동은 언덕 꼭대기에 있었다.

    나는 아침부터 당시 유행하던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했다.

     


    그러다가 점심을 먹고 나니 게임이 질려서

    우리 집 바로 아래층에 사는 A와 함께 바깥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기로 했다.

     


    1층 현관문을 나가자마자 숨이 턱턱 막혀왔다.

    무슨 사우나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그날은 그 해 여름 중에서도 유난히 더운 날이었다.

    얼마나 심한 폭염이었던지 일기예보에서 야외활동을 되도록 하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

     


    나와 A는 잠깐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했으나

    이내 어느 정도 더위에 익숙해져 어떻게든 놀기로 했다.

     


    우리 집 110동 근처에서 10분 정도 놀았는데

    둘이서 노는 건 영 재미가 없었다.

     


    동네의 또래 친구들이 많이 모이는 문방구 쪽으로 가서

    애들을 좀 더 모으기로 했다.

     


    더위 때문이었을까?

    평소 같으면 적어도 3~4명은 있어야 할 곳에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예 상가에 있는 가게 전체가 문을 닫았다.

     


    생각해보니 집에서 문방구까지 오는 100m쯤 되는 길에

    사람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었다.

    1,0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에서 말이다.

     


    이글거리는 햇빛에 아스팔트는 지글지글 끓어 아지랑이가 피어올랐고

    매미 소리만 세차게 들려올 뿐, 온 동네가 죽은 듯이 침묵에 잠겨있었다.

     


    우리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멋쩍은 듯 서로를 보며 씩 웃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가 바로 옆에 있는 108동 아파트로 가봤다.

    108동 아파트는 문방구도 가깝고 주차장도 넓고 사람도 많이 살아서

    동네 아이들이 문방구 다음으로 잘 모이는 곳이다.

     


    특이하게도 나무가 많이 심어져있어서

    약간 음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곳에도 아이들은 없었다.

    우리는 굉장히 실망하며 108동 뒤쪽에 있는 공터로 갔다.

     


    차가 4~5대 정도 주차되어 있을 뿐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A와 나는 아무 말 없이 스케이트를 타며 공터를 빙빙 돌았다.

     


    한 10분쯤 놀았을까?

    이상하리만큼 사람이 없으니 뭔가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어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A와 함께 공터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등골이 엄청나게 오싹해졌다.

    온몸에 있는 닭살이 다 돋는 거 같았다.

     


    친구도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우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뒤를 돌아봤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20m 정도 거리에 주차되어 있는 흰색 승용차 뒤에

    뭔가 기묘한 느낌의 여자가 서있었다.

     


    여자라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흰색의 옷인지 모를 것에 검은 머리인지 모를 물체가

    기분 나쁘게 흐물거리고 있었다. 아니 꾸물거린다고 해야 하나..

     


    우리는 순간 그 자리에 3~4초 정도 얼어붙어있었는데

    그때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갑자기 정신이 들었고 기분 나쁜 물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A와 나는 비명을 지르며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얼마쯤 달리니 거리에 자동차들이 지나다니고

    시끌벅적한 소리의 아이들이 문방구에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때 다른 차원의 세상에 있다가 빠져나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더위조차도 한풀 꺾인 것 같았다.

     


    창백한 얼굴로 달려오는 우리를 본 친구들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왔다.

    우리는 덜덜덜 떨면서 집에서 나온 뒤부터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줬다.

     


    [무슨 소리야? 우린 아침부터 여기서 계속 놀았는데, 너희들이 오는 건 아무도 못 봤다.]

    나와 A는 할 말을 잃고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었다.

     


    한 달 후 A는 집안 사정으로 서울로 이사 갔고

    나도 그 해 10월 말에 다른 동네로 이사 가서 그 친구와는 지금 서로 연락이 안 된다.

     


    우리가 겪은 것 다 무엇이었을까?

    그 괴상한 여자는 무엇이었을까..

    정말 다른 차원에 들어갔었던 걸까?

     


    아니면 단지 우연의 일치로 문방구에서 놀던 아이들과 엇갈렸던 걸까?

    우리가 본건 단지 흰색 승용차에 햇빛이 반사돼서 잘못 본 것일까?

    난 그 해답을 아직도 찾지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다.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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