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위로
전체메뉴
x
|
  • [단편] 그날의 세입자 下[3]
  • 계급
  • 은기에
  • 19.08.25 14:58
  •  | 
  • 499
  • 조회
  •  | 
  •  5 
  • 추천
  • 정신을 차려보니 집에 돌아와 있는 상태였다어떻게 와있는지 어째서 여기에 다시 있는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설마 박 아주머니가 나를 옮긴건가아니다저 정도의 근력으로는 내 몸을 어찌할 수는 없을거다그럼 사람들을 부른건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뭔가 찝찝하고 더러운 감각이 온 몸을 휘감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찬 바람이라도 맞으면 조금 머리가 맑아질까몸을 일으켜 베란다 쪽으로 걸어가니 박 아주머니 집 앞에 사람들이 제법 몰려 있었다평범하지 않은 사람들그 중에는 방송용 카메라인지 규모가 꽤 큰 카메라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그 외 여러 가지 방송용 장비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 시끄럽겠구만..”
      
    누군가 사고를 친게 분명하다하여간 이 동네는 조용한 날이 없다얼른 여기를 뜨던가 해야지 원.. 딱히 할 일도 없고 무료한 상태여서 사람들을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박 아주머니가 천천히 나왔는데 사람들은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자 술렁거렸다잘 들리진 않았지만 박 아주머니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천천히 걸어나와 사람들을 한 번 훑어 본 박 아주머니는 나직이 말했다
      
    이제 그만 합시다나도 지쳤어요.”
      
    그 말을 시작으로 사람들은 서로 앞다투어 밀치기 시작했다그 중에서 가장 선두에서 박 아주머니의 양손을 잡은 아저씨는 거의 울다시피 사정했다
      
    한 번만요제발.. 한번만 우리 아들 좀 봐주십시오요새 꿈에 나오는데 도통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제발요.”
      
    박 아주머니에게 사정하는 아저씨를 뒤로 제끼며 나타난 또 다른 아주머니 역시 같은 맥락의 말로 사정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연신 촬영해대는 사람과 앵커인지 기자인지 모를 미녀가 마이크를 잡고 담담히 스태프와 사인을 주고 받더니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저는 박 선생님 집 앞에 나와있습니다박 선생님은 작년 은퇴하신 상태이지만 워낙 유명세를 떨치신 분이었기에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 있는 상태입니다저희 제작진들은 정말 박 선생님이 모든 것을 맞추고 볼 수 있는 신기가 있는지 확인해볼 생각입니다.”
      
    그리곤 만족스런 얼굴로 마이크를 거둔 미녀는 사람들과 조금 거리를 두고 지켜보기로 한 모양인지 느긋이 기다리기 시작했다
      
    신기가 있어재밌네아주머니.”
      
    그나저나 놀라운 일이다박 아주머니에게 그런 과거가 있었다니정말 모든걸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건가가만.. 그럼 아주머니가 장님이 아니라는거잖아어쩐지.. 
      
    그만 돌아가난 이제 모든 기운을 다음 사람에게 주었어그래서 이제 아무런 힘이 없단 말이야당신네들이 원하는 그런거 아무것도 못해주니까날 죽이던지 삶던지 알아서 해!”
      
    박 아주머니는 노성을 토해내며 사람들을 밀쳤다그 노도 같은 모습이 조금은 통했을까사람들은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골목길로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
      
    흩어지는 사람들을 보며 박 아주머니는 보이지 않는 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들었다곧 나와 눈이 마주친 박 아주머니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서는 집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 순간을 그대로 놓칠 수 없다는 듯 방송팀들은 박 아주머니 뒤를 쫓았다그 재미난 광경을 왠지 놓치기 싫었다서둘러 집을 나서서 박 아주머니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어차피 난 주인이니까 어딜 가도 막지 못할 것이다
      
    빠른 걸음으로 박 아주머니가 있는 집으로 가보니 대문은 활짝 열려진 상태였다살짝 걸음을 옮겨 고개를 들이밀자 거실에 앉아 있는 박 아주머니와 방송팀들을 볼 수 있었다
      
    어머님잠시면 됩니다아주 잠시만 저희들에게 시간 좀 주시면 안될까요?”
      
    사정사정하는 방송팀들을 보며 박 아주머니는 꿀이라도 먹었는지 강하게 입을 다문 상태였다허나 방송팀들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듯 끈덕지게 물고 늘어졌고결국 그들의 설득아닌 설득에 못이긴 박 아주머니가 힘 없이 입을 열었다.
      
    그래.. 뭐라고 말해.”
      
    그 말에 활짝 웃은 아까의 미녀 기자가 답했다
      
    어머님저희는 한가지 확인하고 싶은게 있어요정말 어머님이 망령들을 볼 수 있는지또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지를요.”
    그걸 알아서 뭐해그리고 내가 한다고 해도 어떻게 증명할건데.”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여기 이 기계가요.”
      
    손바닥만한 검은 색의 기계를 꺼낸 방송팀들은 박 아주머니에게 내밀며 말을 이었다
      
    영적인 기운이 오면 이렇게 게이지가 움직이게 되어있어요여기 전문가도 모셨구요.”
      
    미녀가 전문가라고 소개한 남자는 박 아주머니에게 짧게 인사를 하고서 기계를 잡고 이리저리 셋팅하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박 아주머니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고그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쳤다
      
    “....”
      
    짧은 정적이렇게 서있기도 뭐해서 살짝 목례를 하니 박 아주머니는 본체만체 하며 방송팀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시당한건가..’
      
    그럴만도 하지골목길에 따라간 것도 모자라 고양이에게 해코지까지 했으니아니내가 했었던가그 뒤로 뭔가 본 것 같은데..
      
    다 됐습니다이제 여기 전원을 눌렀고요게이지 상태에.. 따라?”
      
    설명을 하던 전문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기계를 만지작거렸고그 모습을 보며 방송팀들은 왜 그러냐고 되물었지만 전문가는 묵묵히 기계를 만질 뿐이었다그 모습을 보며 박 아주머니는 보이지 않는 한숨을 쉬었다
      
    이상하다.. 분명 여기에..”
      
    어느새 두려운 눈으로 박 아주머니의 집을 둘러보던 전문가는 머리를 긁적였다
      
    여기에 망령이 있습니다.”
      
    그 말에 모두가 동요했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그 중에서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냥 넘기기도 뭐해서 말하기로 했다
      
    저는 이 집 주인입니다촬영을 하시려면 저한테 말씀하시는게..”
      
    허나 그 사람은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이쯤되니 슬슬 열이 받았다대놓고 나를 무시하는건가박 아주머니가 모두에게 시킨걸까이런저런 생각이 들 때쯤.
      
    저기 있어.”
      
    박 아주머니가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가만히 가리킨 손가락 방향을 보니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혹시나 뒤에 누가 있나하고 뒤를 돌아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허한 복도 뿐이었다
      
    여기 정말 있단 말씀이세요?”
      
    흥분한 얼굴로 되묻는 미녀 기자박 아주머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기젊은 총각이야아직 자기가 죽은지 몰라그래서 저렇게 떠돌고 있어.”
      
    그 말과 동시에 내 근처로 온 전문가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정말입니다바로 여기 있어요여기 게이지가..”
    지금 뭐하는거야?”
      
    내 앞에서 쇼를 해도 유분수지이렇게 대놓고 사람을 물먹이는건가이거 집값 떨어트리려는 개수작아니야
      
    어이아저씨.”
      
    바로 앞자신이 전문가라고 소개한 남자의 멱살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대로 통과할 뿐이었다이럴 수가 있나이럴 수 없다왜 손에 잡히지 않는 거야
      
    뭐야..”
      
    다시 한 번이어 방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손을 뻗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왜 이런 엿같은 일이 일어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박 아주머니의 몸에 손을 댔을 때.
      
    그만 해.”
      
    그렇게 말하며 나를 보는 박 아주머니를 볼 수 있었다그리고 천천히 선글라스를 벗은 박 아주머니
      
    그만하면 되었어.”
      
    백안으로 가득한 두 눈을 보고 있자니 온 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다그와 동시에 방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온 몸을 떨며 춥다’ 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이게 어떻게 된거지어떻게 돌아가는거야
      
    아줌마이게 도대체 뭐에요?”
    이제 됐어.. 그만 하면 됐어
    이게 뭐냐고시팔뭐야!”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내가 죽었다고어째서
      
    아니야난 죽지 않았어어제만해도 멀쩡했다고!”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망령으로 되어버릴 뿐이야어서 받아들여그래야 빨리 갈 수 있어.”
      
    덤덤하게 말하며 다시 선글라스를 쓰는 박 아주머니가만히 선글라스를 바라보니 렌즈 사이로 반사되는 방송팀들을 볼 수 있었지만 정작 바로 앞에 있는 내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내가.. 정말 죽었다고..?”

    //

    출판작 [녹색도시] 잘 부탁드립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841469

       

  •  
  •  
  • 덧글  |   운영정책에 위배되는 덧글들은 운영자 판단하에 제재될 수 있습니다.
  • ㅊㅊ
  • ㅊㅊ
  • ㅊㅊ
  • 관리자
  • 계급
  • 금산스님
  • 계급
  • 글쓰기가능
  • 번호
  • 제목
  • 닉네임
  • 추천
  • 조회수
  • 등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