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괴담] 담력 시험

금산스님 작성일 19.10.10 10: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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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 재밌는 글들을 많이 봐서,

혹시나 보답이 될까 싶어 경험담을 올립니다.

 


전 영감 같은 것도 없을뿐더러,

굉장히 평범한 삶을 살아온 24살 남자입니다.

 


그런데 어릴 적에 기묘한 경험을 한 적이 있고,

그게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초등학생일 무렵 합기도 도장에 다녔었습니다.

도장에서는 여름마다 합숙훈련을 빙자한 캠핑을 가곤 했습니다.

 


한 20명 정도 갔는데 전부 초등학생들이었어요.

저는 그중 유일한 6학년이라, 아이들이 저에게 많이 의지를 했었죠.

 


그 외에도 대학생 형 둘, 누나 둘이 관장님을 도와 합숙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정신교육 같은 것도 받고 훈련도 받고 그랬습니다.

 


솔직히 10년이 지난 일이라

훈련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를 않네요.

 


하지만 마지막 날 밤에 일어난 사건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서울로 돌아오기 바로 전날 밤이었습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담력 시험이 준비되어 있었죠.

 


합숙을 하던 곳이 워낙 교외여서 그랬는지

차를 타고 조금 이동했습니다.

 


도착하니 산비탈에 크게 늘여진 공동묘지가 있더라고요.

그곳이 담력 시험의 장소였죠.

 


길은 외길이고, 좌측으로는 경사진 절벽,

우측으로는 묘지들이 있는 곳을 오르는 게 목표였습니다.

 


걸어서 끝까지는 한 10분 정도 걸린다고 했죠.

우리는 두 명씩 한 조로, 5분 간격을 두고 출발했습니다.

 


저는 친한 동생들끼리 나름 꾀를 내어,

먼저 올라간 조가 뒤에 따라올 조를 기다려 넷이서 같이 올라가자고 했습니다.

 


동생 둘이 먼저 출발을 했고 곧이어 출발한 저희 조와 만나는데 성공해

그렇게 넷이서 묘지를 오르고 있었습니다.

 


산을 오르고 있는데 나무 뒤에서 탈을 쓴 대학생 형이

큰 소리를 내며 위협하듯이 뛰쳐나왔고

저희는 당연히 놀라 자빠진 기억도 생생하게 나네요.

 


동생 한 명이 울자, 대학생 형은 탈을 벗으며 미안하다고

용기 내서 끝까지 올라가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저희 넷은 손을 꼭 잡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죠.

그때, 아주 기묘한 것을 봤습니다.

왼편에 굉장히 컸을 듯한 나무 그루터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위에 소복을 입고,

땅에 닿을 정도로 긴 머리를 한 사람이 쭈그려 앉아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울보였던 동생 한 명은 다시 울기 시작하고요.

 


근데 정말로 이상한 게 보통 담력 시험을 할 때는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놀라게 해야 정상이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은 그냥 우두커니 앉아있었습니다.

굉장히 멀리서부터 이 사람을 발견했기에,

저희는 정말 기어가는 속도로 천천히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앞뒤로 조금씩 몸을 흔들면서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무서워,

결국 어느 지점에서 발을 멈추었습니다.

 


거리는 꽤 가까워졌고,

차라리 지금이라도 소리치면서 우리를 놀라게 해줬으면 싶었습니다.

그러면 오히려 더 편하게 올라가겠다는 생각에서였죠.

 


열 걸음조차 남지 않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저희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들어보니 그 정적 사이로

소복을 입은 사람이 계속 뭐라고 중얼중얼 대고 있었습니다.

 


빠르게 말하는 것도 아닌데,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어요.

 


용기를 내어 그 사람을 지나쳤고,

저희가 지나치는 와중에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계속 몸을 앞뒤로 흔들며 중얼거리고만 있었죠.

 


그 사람을 지나침과 동시에 공포가 극에 달해

저희 넷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산 정상까지 달려갔습니다.

 


대체 누가 저런 분장을 한 건지,

또 대체 왜 저러고 있던 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끝나고 그 사람을 찾아내 마구 때려줄 생각을 하고 있었죠.

 


담력 시험이 끝나고

숙소 복귀를 위해 모였는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입구에서 저희를 올려보낸 형, 탈을 쓰고 놀라게 했던 형,

정상에서 아이들을 받아주던 관장님, 관장님과 함께 아이들을 받아주던 누나..

 


저는 당연히 남은 누나 한 명이

그 소복 입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모이고 보니 그 누나는

무당들이 입을 것 같은 오색의 화려한 한복을 입고 있던 겁니다.

 


게다가 머리는 단발이고,

얼굴에는 구미호 분장이 되어 있었죠.

저희 넷은 서로를 바라보며 엄청난 혼란을 느꼈습니다.

 


그 누나에게 물어보니 누나가 숨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희 넷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정상으로 전력질주를 하더랍니다.

그래서 놀라게 하러 나갈 타이밍을 놓쳤다더라고요.

 


즉, 저희는 탈을 쓴 형을 지나 그 누나에게 가기 전,

소복 입은 "무언가"와 마주쳤고 거기 놀라 도망치느라 그 누나를 지나쳐버린 거죠.

 


저희는 소복 입은 사람 이야기를 꺼냈지만,

형들과 누나들은 하나도 믿어주질 않고 비웃는 표정으로

그런 장난은 안 통한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관장님에게도, 그리고 다른 조 동생들에게도 물어봤지만,

그런 사람을 봤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저 놀리지 마라, 그런 이야기해봐야 하나도 안 무섭다, 그런 장난 쳐봤자다..

결국 저희 넷만 거짓말쟁이가 되었죠.

 


10년, 정확히는 11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날 그 상황만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납니다.

 


대체 뭐였을까요, 그 사람은?

차라리 사람이었으면 좋겠네요.

만약 사람이 아니었다면..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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