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5] 고양이의 방문 [1편]

퍅셔내 작성일 10.01.12 00: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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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녀석이 그때 사건속의 고양이랑 많이 흡사한 녀석입니다.

지금 보는 색상에서 갈색이 더 선명했고 흰색은 거의 없었던 걸루 기억합니다.

전체적으로 흑빛이 감돌고 검은색띠속에 갈색띠가 있었고 간간히 흰색 반점이

있던 녀석입니다. 얼굴은 사진보다 더 검은 반점이 있어서 검은색이었구요.

 

 

 

저번편에 고양이의 저주라고 했었는데 그 말은 좀 좋지 못하고 딱히 저주란

 

내용은 아닌것 같은 이야기이니 저주 보다는 방문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듯

 

합니다. 그리고 냥이 키우시는분들이 많으신데 이분들에게 혹 결례가 되는

 

내용이 있는데 고민이 되네요. 최대한 순화해서 좋은쪽으로 쓰겠습니다만.

 

동물도 정말 혼이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거든요.

 

이번 에피소드는 완전히 저만 관계된 내용이라 저의 내면적 심리상태가

 

이야기의 주된 관점이 되겠네요. 이 사건으로 한 두어달 고생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4년 초가을이였습니다. 여름의 문턱을 갖 벗어난

 

아직 살짝 더운끼가 남아 있는 그런 날씨였죠.

 

당시 저는 건축회사에 다니고 있었을때였습니다.

 

그때 회사에서 한 대 받아서 운행하던 차가 오피러스였죠.

 

음, 이차를 2003년도쯤에 받았던걸루 기억하네요.

 

회사차라기보다 거의 제 개인용차로 운행했었으니까 상당히 많은

 

날을 저와 함께 한 차입니다. 회사가 지방이고 일 때문에 서울 출장이

 

거의 2주에 한두번꼴이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서울 들락거릴때였죠.

 

장거리 운전이 상당히 많을때였고 당시 에피소드2편에 소개됐던 경험도

 

이때쯤이었습니다. 출장갈때도 그렇고 제 개인적인 용도로도 많이

 

사용했던 차량인데 한번은 친구들과 휴가차 감포(동해안)갔다가

 

식겁 먹은적도 있었고.. 주차장에서 주차 시키려다가 이상한 존재가

 

뒷드렁크에 매달리는 바램에 사고난줄 알고 뛰어내린적도 있었고

 

여하튼 이 오피러스는 이상하게 그런 존재와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운행하고 저랑 같이 생활한 덕분에 더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백미러부분에 염주하나 걸고 기어봉에도 굵은 염주 걸어 놓고

 

가시방안에 묵주넣어 두고 여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부적질을 해

 

놓았습니다. 당시까지 접촉사고 한번 안 난 차량입니다. 사고는 나지

 

않았지요. 단 한번도 말이죠. 하지만 이상하게 이 오피러스 운전할때마다

 

기분이 찝찝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고 점점 운전하기 싫은 날이

 

많아 지고 했었습니다. 왠지 제 기분이 그러했기 때문에 사실 남들에게

 

뭐라고 말하기는 그렇죠. 그래서 괜한 그 기분을 저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중요한 일이 있을때 한번씩 다른사람에게

 

운행하도록 핸들을 맡기는 경우도 종종 있었구요.

 

당시 잠시 일이 정체되는 시점이었던 지라 출장도 뜸하고 잠시 휴식 할

 

시간이 많았죠. 저는 회사출근했다가 간단히 업무보고 받고 난뒤로는

 

하루종일 크게 할 일이 없었지요. 간간히 서울서나 타지방에서 사람

 

내려오면 접대일만 했었고 브링핑만 간간히 해주면 크게 할 일이

 

없었을때였습니다. 그날은 서울서 손님이 오셔서 간단히 회사서 브리핑

 

하고 저녁먹으로 나갔습니다. 이분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분이시라

 

저녁만 먹고 호텔 잡아 드리고는 바로 집으로 돌아 올수 있었죠.

 

그날 말이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왠지 참 기분이 묘했습니다.

 

기분이 축 가라앉아서 말이죠. 음악시디 넣고 볼륨을 높였습니다.

 

집근처로 오피러스는 잘 굴러 가고 있었죠. 막 우리 동네로 들어서는

 

때였습니다. 평평한 일직선 도로를 따라 가다 동네 진입로에 있는

 

좁은 4차선 도로가 나오는데 이곳이 움푹꺼져 있는 지형입니다.

 

원래가 개천이었고 옛날엔 이곳이 동네 아낙들이 모여서 빨래하는

 

빨래터였죠. 도시가 발전하면서 개울이 메워졌고 그 장소가 지금은

 

좁은 4차선 건널목이 된것입니다. 솔직히 이 지형이 참 안좋은 곳입니다.

 

원래가 수로였던탓에 지하엔 수맥이 흐르겠고 음푹꺼져 있는탓에

 

항시 음기가 고여 있는 터였죠. 이곳이 바로 4차선 건널목이 있는곳입니다.

 

이곳을 통과해서 죽나가면 저희 집 진입할수 있는 골목길이 나오죠.

 

음악은 쿵쾅거리며 흘러나오고 있었고 전 무심히 4차선진입로로 들어

 

섰습니다. 마침 신호가 초록불이 들어와서 단번에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엑셀에 발을 올리는 순간이었죠. 진짜 딱 그 순간에 말이죠. 살짝 엑셀을

 

밟은 그 포인트에 먼가 조그만 것이 재차 앞으로 확 뛰어드는것이

 

시야에 잡혔죠.

 

“아”

 

멈추고 뭐고 속도를 줄이고 자시고 없었어요. 오피러스는 이미 죽 밀려

 

나가버렸거든요.

 

“덜컹”

 

먼가 발통에 걸린것이 느낌으로 확연히 전달되어 왔습니다.

 

먼가를 밟은것이었습니다.

 

순간 고개를 들어 백미러를 처다보았죠. 당시 10시정도였던걸루 기억하는데

 

백미러속에 한 고양이가 거의 수직으로 1m가량 공중으로 뛰어 오르더니

 

도로위로 냅따 패대기처지더군요. 그리고 다리를 바들바들 떨더군요.

 

순간이지만 그 장면을 고스란히 볼수 있었죠.

 

재차 뒤에는 바로 택시가 따라 왔는데 황급히 그 고양이를 비켜 가더군요.

 

전 멈출수 없어 그대로 직진했습니다.

 

당시 갓길에 차량이 많이 주차되어 있어서 공간이 없더군요.

 

아. 정말 아찔했습니다. 순간 멍하더군요.

 

내가 고양이를 죽였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더군요.

 

아이고 불쌍해라. 불쌍해라.. 그 소리를 계속 내 뱉으면서 동네 한바퀴를

 

돌아 다시 4차선 건널목으로 돌아 나왔습니다.

 

일단 제가 치었으니 시체라도 수습해야 도리일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아까 펄쩍 뛰어던 생각이 나서 혹 죽지 않았을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기 때문이죠.

 

안쪽 갓길에 비상깜박이 켜 놓고 세우두고 내려보니 도로 한가운데

 

그 고양이가 차갑게 꼼짝 하지 않고 누워 있더군요.

 

누워있는 폼을 보니 이미 생명이 빠져 버린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차량이 그 고양이를 발견하고 다들 피해가더군요.

 

전 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신호가 떨어지자 째빨리

 

현장으로 달려 갔죠.

 

얼룩 고양이었는데 매우 더러웠죠. 보니 길냥인것 같았습니다.

 

여기저기 때국물이 가득한것이 길냥이었죠. 그리고 다큰고양이도 아니고

 

이제 중간정도 자란 아직 새끼티를 다 버리지 못한 중고양이었어요.

 

갈색과 흰색이 드문드문섞여 있었고 전체적인 색깔은 검은색이 많은

 

녀석이었습니다.

 

차에서 내릴때 미리 티슈를 가지고 나왔던터라 티슈를 뽑아들고

 

고양이를 살짝 감싸고 들었는데..

 

아 제길,,, 제가 머릴 밟았더군요.

 

머리 반쪽이 완전 으개져서 한쪽 눈알이 뽑혀져 있었슴다.

 

아놔.. 제길.. 머릿속 내용물이 줄줄 흘러 내렸고 한쪽눈이

 

뽑혀져 덜렁거리더군요. 소름이 지대 올라왔습니다.

 

그렇지만 불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그대로 길가로 들고

 

나왔습니다. 어디 주위를 둘러보니 도시한가운데에 뭐가 있겠습니까.

 

바로 앞에 큰 가로수 밑에 내려 놓았습니다.

 

완전히 축 늘어진것이 이미 죽어있었습니다.

 

아. 기분이 몹시 착찹했습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올때도 기분이

 

축축했는데... 이건 뭐.. 아주 기분이 좋지 않았죠.

 

불쌍도 하고... 나 때문에 한생명 다했으니..

 

녀석의 한쪽눈은 동그렇게 떠져서는 나를 올려다 보고 있더군요.

 

전 티슈한장을 뽑아서 머리를 덮어 버렸습니다.

 

옆에 쭈구리고 앉아서 담배한대 피면서 어찌할까 생각했습니다.

 

묻어줄까? 어디에 어떻게 묻어주나.. 지금은 밤 10시인데..

 

도시 한가운데 묻을곳이 어디있다고...

 

그냥가자.. 고양이 사고나는게 어디 나뿐인가..

 

로드킬은 자주 일어 나는것이다. 나도 일부러 칠려고 했던것도 아니고

 

지가 뛰어 든건데.. 지가 지생명 마감하려고 뛰어든건데..

 

이 오밤중에 내가 무얼 해주겠냐.. 그냥 가자..

 

정말 머리통 터진 애를 어떻게 수습할수도 없었고.. 그 사체를 차에

 

싣을수도 없었고.. 몇분 고민했습니다.

 

여기 가로수밑에 두면 내일 혹 청소차가 발견하던지 청소하는

 

아저씨가 발견하면 치워주겠지.. 하고 단념하고 말았죠..

 

대충 티슈몇개 뽑아서 덮어주고는 자릴 떠버리고 말았죠..

 

제 차쪽으로 걸어가면서 힐끗 힐끗 뒤돌아 봤는데...

 

바람에 제가 덮어논 티슈가 몇장 날려 가더군요.

 

다시 가서 덮어줄까 하다가 또 바람불면 날아 가버릴텐데..

 

그냥 두고 가자..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었는데..

 

아... 기분이 몹시도 우울착찹했습니다.

 

아..이..고.. 불쌍혀라... 어쩌다 내 차에 뛰어 들었니...

 

마지막으로 담배 한 대 물고는 심호흡 좀 하고 차를 몰아

 

현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대충 씻고 자리에 누웠는데

 

니미.. 머릿속에 계속 그 고양이 생각뿐이었습니다.

 

어찌해.. 지금 가서 다시 고양이 사체라도 가지고 와서 내일

 

근처 산에 올라가 묻어 줄까?

 

에이.. 말라고 그래.. 걍 두자.. 내일 청소하는분이 치우겠지..

 

진짜 오만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는데...

 

그러다 잠이 들고 말았지요.

 

번쩍 눈을 뜨고 알람시계를 찾았습니다. 벌써 모닝콜이 울려 대더군요.

 

흐미.. 대충 얼굴에 물찍어 바르고 황급히 출근했습니다.

 

녀석이 아직 그 자리에 있다면 시체를 수습해서 올 짬내서

 

묻어주자..이러고 어제 그 자리로 갔죠.

 

어라.. 차를 세워놓고 그 가로수로 가봤는데..

 

없습니다. 누가 치웠나? 청소하는 사람이 치웠나 보나...

 

고양이 사체도 없고 티슈도 없고.. 혹이라도 자세히 보니

 

분명 터진 머리에서 쏟아진 핏물자국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휴 다행이다. 청소하시는분이 치우셨나 보다...라고 결론지었죠.

 

일단은 회사 나가서 일보고 하니 자연스레 그 일이 쉽게 잊혀지더군요.

 

가끔 혼자 조용히 있을때나 집에 와서 혼자 잠들기전에 가끔씩

 

생각났지만 말이죠. 시간이 조금씩 흘러 애법 쌀쌀한 가을이 왔습니다.

 

여느때처럼 회사에 출근한 저는 사장녀석(친구임다.)과 이야기하다.

 

부탁을 하나 받았는데 집에 세탁기가 고장나서 드럼세탁기하나

 

사고 싶은데 마침 일이 있어 출장가야 하니 대신 하나 사서 집에

 

배달만 넣어주라는것입니다. 뭐 거절할 이유도 없고 녀석 집에서도

 

전 친아들이랑 마찬가지로 잘 해주기 때문에 이왕이면 제가 다리품

 

팔아서 같은 가격에 제일 좋은놈으로 장만해 주겠다라고 했죠.

 

사장은 출장나가고 저는 회사식구들과 점심먹고 세탁기사러 전자점을

 

돌아 다니기 시작했죠. 하이마트도 가보고 LG대리점도 가보고

 

혼자 여러군데 돌아다니며 내물건 구입하는것 처럼 카다록도 챙기고

 

꼼꼼히 분석해서 드뎌 한 개 상품을 낙점했습니다. 그리고 가격을

 

분석해서 제일 싸게 파는 곳이 하이마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하이마트에 가서 공용 주차장에 차를 파킹시켜 놓고 제품을 구매하고

 

배달 설치까지 부탁해 놓았습니다. 당시 토요일이었던걸루 기억하는데

 

하이마트 상당히 붐볐습니다. 전 사람 많은 곳을 이상하게 싫어하는

 

성격입니다. 특히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곳을 아주 미치도록 싫어하죠.

 

대표적인것이 극장입니다. 전 극장 안갑니다. 극장 언제 가봤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백화점이나 시장등 사람 북적이는곳은 왠만해서는

 

안갑니다. 오늘같이 특별히 부탁을 받거나 그쪽에서 특별히 구입해야

 

하는 물건을 사는경우는 제외하고는 절대 안갑니다.

 

이상하게 사람 많은곳에 가면 심란해 집니다. 그날도 북적이는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싫어서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오피러스 시동걸고 후진으로 차를 재빨리 죽 뽑아 냈습니다.

 

그때였죠. ‘쾅’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잠시 출렁했습니다.

 

전 급히 급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차가 춤을 추듯이 출렁하고 멈췄습니다. 전 기어를 파킹으로 밀어넣고

 

사이드브레이크 당기자 마자 뛰어 내리듯이 차에서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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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요즘 조금 시간이 남아 도네요... 아마도 설전후까지는 평안한 생활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할일도 없고 해서 짬짬히 여기 경험담 올리고 놉니다.

이번 이야기는 무섭다기 보다 어떤 분위기속에서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그걸 보여주는 이야기가 될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냥이 좋아하시고 귀엽게 키우시는분들은 조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냥 이야기는 이야기일뿐입니다.

절대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줄려고 이 이야기를 쓰는 것은 아님을 알아 주십시요.

당시 상황이 그러했고 그것이 하필 고양이였을뿐이지 개도 될수 있고 하물며

다른 동물도 될수 있었을 상황이었습니다. 단지 우연하게 고양이와 엮였을뿐이지 말입니다.

최대한 역한 표현은 자제할것이며 단어 선별에 주의를 기울일 생각입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춥네요.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이번 새해에는 작년보다 배는 웃을수 있도록 좋은일만 가득하니 벌어지기를 기원드리겠습니다.

모든 행복은 웃음으로부터 찾아드니 웃는얼굴에 침 못뱉듯 웃음 소리에는 액운이 가까이 근접 못합니다.

항상 웃으시고 그 만큼 복 많이 거둬 들이는 한해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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