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괴담] 달의 몰락

금산스님 작성일 19.09.24 09: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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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국민학교 2학년이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당시 살던 동네는 인천에서 꽤 유명한 달동네인 수도국산이란 곳이었는데,

저희 집은 거기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작은 집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상상하기 힘든 불편한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요즘 같은 빌딩 숲 사이에선 보기 힘든 탁 트인 하늘은 지금 생각해도 그립네요.

 


달동네라는 이름답게 보름달이라도 뜨면

불을 꺼도 될 정도로 은은한 달빛이 동네 전체를 밝혀주곤 했습니다.

 


그해 어느 여름밤이었습니다.

저는 아버지 심부름으로 동네 구멍가게에서

싸게 팔고 있던 수박을 한 통 사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죠.

 


그날은 마침 보름달이 뜬 데다 하늘도 맑아 하늘을 바라보면서

기분 좋게 수박을 덜렁거리며 천천히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보름달에서 갑자기 딱 그 달 정도 크기의 빛덩어리가

동네 아래쪽 공업단지 옆 상가단지 방면으로 빠르게 추락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속도는 나중에 중학생 때 본 별똥별 속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무척 빠른 속도였습니다.

 


떨어진 장소가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서너 번 번쩍거리다 이내 그 빛은 사라졌습니다.

그날 밤은 그렇게 멍하니 바라만 보다 곧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방과 후 저는 전날 그게 너무 신경 쓰여

그 빛덩이가 떨어진 곳으로 먼 발길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그곳엔 당시 동네에서 유명한 작은 바이크 샵이 있었습니다.

달동네다 보니 불량배들도 제법 있었는데,

오토바이 절도범들의 장물아비 역할을 한다는 소문이 나돌던 썩 좋지 못한 곳이었죠.


 

그 가게가 완전히 불에 타 시커먼 네모 구멍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2층짜리 건물이라 1층에는 그 샵 이외에도 2개의 다른 가게가 있었는데,

마치 안에서 수류탄이라도 터진 것 마냥 그 샵만 전소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폭발에 의한 사고 같은데

그 건물의 유리창은 한 개도 깨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전날 본 그 빛덩이가 떨어질 때 폭발음 같은 것도 들리지 않았었고요.

 


자주 다니던 길이 아니었으니 훨씬 전에 사고 난 장소와

제가 본 현상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애초에 제가 본 빛덩이는 뭐였던 걸까요..?

 


그 뒤로 중학생이 되어 동네를 떠났습니다.

그 빛덩이는 다시 보지 못했고요.

 


벌써 20년이나 지난 옛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는 기묘한 사건입니다.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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