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 아직 대학생이던 무렵 이야기다.
그날은 몸에 열이 좀 있어서 아침부터 계속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침 8시쯤, 엄마는
[일 다녀올게. 상태가 더 안 좋아지면 전화하렴.]하고 말한 뒤 집을 나섰다.
우리 집은 고양이를 키웠는데,
나는 고양이가 침대에 들어오면 신경 쓰여서 잠을 못 이룬다.
몸도 안 좋고 한숨 푹 자야겠다 싶어서
고양이는 방 밖에 내어놓았다.
집이 낡은 탓에 고양이가 문을 세게 밀면
문이 열리기 때문에 문도 잠갔다.
잠시 누워있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을 일으켜 친구와 라인을 하고 있는데 갑작스레 몸 상태가 확 나빠졌다.
몸이 너무 무겁고 추운데다,
눈앞이 마구 흔들려 기분이 나빴다.
서둘러 엄마에게 전화를 하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전파 상태가 나빠 전화가 걸리지 않았다.
불안해지기 시작하는데 문밖에서 고양이가 울었다.
[야옹.]하고, 평소 같은 목소리로..
하지만 어딘가 심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알 것 같다.
목소리가 아래쪽이 아니라 위쪽에서 들려왔던 것이다.
바닥이 아니라, 사람이 말하는 정도 위치에서..
너무 무서운 나머지 나는 문도 못 열고 가만히 있었다.
잠시 뒤,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걱정돼서 돌아왔어.]
분명 엄마 목소리인데,
그것도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심하게 느껴졌다.
목소리 톤이나 단어 선택 같은 게,
평소와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게다가 아직 엄마가 일하러 나간 지 2시간도 안 된 터였다.
이렇게 갑작스레 돌아올 리가 없었다.
문밖에, 뭔가 알 수 없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워서 문을 바라보려 했지만, 몸이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춥고 무서워서 이가 덜덜 떨렸다.
다음 순간, 문 손잡이가 덜컹덜컹하고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물쇠도 오래 돼서 약한 탓에, 저렇게 돌리면 금세 열려버릴 텐데..
숨도 못 쉬고 있는 사이,
문 손잡이가 멈추고,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문 앞에서 "무언가"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나지막하게 들었다.
휴대폰을 보니 전파가 닿고 있어서 서둘러 엄마에게 전화했다.
역시나 엄마는 집에 돌아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후, 걱정이 되어 일찍 돌아온 어머니는
현관에서 고양이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기운차던 고양이가
상처 하나 없이 누운 채 죽어있었다.
우리 고양이는 문밖에 있던 "무언가"가 데리고 가 버린 것일까.
만약 그때 문을 열었더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