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소녀원

금산스님 작성일 19.05.22 09: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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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라진 히로시마의 심령 스폿,

소녀원에서 내가 10대 시절 겪은 이야기다.

 


소녀원이라는 건 사용하지 않게 되어 폐허가 된 여자 형무소의 별명이다.

10여 년 전에는 히로시마에서 유명한 심령 스폿 중 하나였다.

 


당시 면허를 막 따서 운전에 맛을 들인 젊은이들은

밤이면 밤마다 심령 스폿을 돌아다니곤 했거든.

 


코이 언덕이니, 우오키리 댐이니,

나바라 계곡이니 여러 곳 유명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소녀원은 차에서 내려

폐가가 늘어선 넓은 부지를 돌아다니는 분위기 사는 곳이었다.

 


그날은 꽤 사람이 몰렸다.

남자 셋, 여자 셋.

 


친구네 아버지 승합차를 타고,

[소녀원에서는 살해당한 왕따 수감자 귀신이 나온대!]라는 둥,

지어낸 이야기로 여자애들을 겁주고 있었다.

 


좁은 길을 조금 올라가 소녀원에 도착했다.

입구 앞에 차를 세웠다.

 


입구에는 이미 세단이 한 대 서 있다.

여기에 차를 세워놓고 다른 데를 갈 리도 없으니

누가 먼저 왔다는 거겠지. 에이, 분위기 팍 죽네..

 


먼저 온 차가 나갈 수 있도록

길을 따라 차를 세워두고, 소녀원에 들어섰다.

 


평소에는 연결로와 교차되는 중앙 통로를 따라 들어가지만,

누가 먼저 와 있을 터다.

 


우연히 마주치면 재미없으니,

좀 옆으로 돌아서 건물 뒤쪽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뒤라고는 해도 골목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니,

산길로 오르듯 가서 건물 창문으로 들어간다.

 


남자 놈들끼리는 신선하다느니 떠들었지만,

여자애들은 좀 가기 싫어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결국 역시 앞으로 가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바뀌어,

창문으로 다시 나가는 게 아니라, 현관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거기서 먼저 온 사람들과 갑자기 마주쳤다.

깜짝 놀라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6명 모두 비명을 질렀지만,

곧 안도의 웃음이 쏟아졌다.

 


상대는 4, 5명 정도..

여자가 둘 있는 것 같았다.

 


다들 [깜짝 놀랐네!]라느니,

[완전 쫄았어!]라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점점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상대가 전혀 반응이 없는 것이다.

 


정말 아무 말 한마디 없이,

우리들을 지나쳐 안쪽으로 향해 갔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잔뜩 위축돼서 소곤소곤 이야기했다.

 


[뭐야, 저거..], [무섭잖아..] 하고 떠들어대며,

그 건물에서 사람들이 다시 나오기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건물에서 나와,

뒤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다,

누군가 [어쩔 거야? 기분 나쁜데 이만 돌아갈까?] 하고 말을 꺼냈다.

 


여자아이 중 한 명이 엄청 무서워하면서 싫다고 계속 되뇌고 있었지만,

원래 겁쟁이였기 때문에 안까지는 갔다가 돌아오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결국 거기서 안까지 들어갔다가 입구에 돌아올 때까지,

먼저 간 사람들과는 만나지 못했다.

 


[안 만났네.] 하고 말해대면서 밖으로 나오자,

그 사람들이 입구 앞에 세워둔 세단 근처에 있었다.

 


[우와, 벌써 나와있잖아.]

[돌아갈까.. 아니, 근데 저 녀석들 뭐하는 거지?]

 


4명이 각각 문 앞에 서 있는데,

차에 타려는 것도 아니고 뭔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 쪽을 보면서 서 있었다.

 


우리 차로 돌아오려면 그 사람들 옆을 지나가야만 하는데,

그동안에도 계속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짜증 내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째려보는 것 같은 느낌도 나서 기분 나쁜 분위기가 가득했다.

 


친구 중 한 놈이 그걸 견디지 못했는지,

[너희들 뭘 보고 있는 거야!]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러웠기에 다들 움찔했는데,

정작 상대는 전혀 주눅 드는 기색 없이 가만히 우리를 보고 있었다.

 


정말 기분이 나빠서,

어서 가자고 그 사람들을 무시하며 차에 올라탔다.

 


차를 출발시켰지만,

그 녀석들은 계속 우리를 보고 있었다.

 


다들 [뭐야, 저게.. 기분 나빠.],

[짜증 나네, 진짜.] 하고 투덜거렸다.

 


서부 순환도로를 달리면서 한바탕 짜증을 늘어놓다가,

문득 [그래도 귀여운 여자애 한 명 있었지 않았냐.] 하고 이야기가 나왔다.

 


[너 잘도 보고 있었네. 누구?]

[머리 짧은 애.]

 


[그런 애가 있었나?]

[있었어.]

[완전 별로다, 너.]

 


운전하던 녀석이 [아니 그건 그렇고, 여자가 있었다고?] 하고 말하자,

[그건 좀 심하지 않냐?]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제대로 안 봤었나.. 아니, 여자애가 있던 거 같지가 않은데..]

그러는 사이 이야기가 바뀌었다.

 


[그건 그렇고 그 녀석들 차는 어떻게 타고 왔지?]

[뭔 소리야, 자기네 차 타고 왔지.]

[그 차에는 다 못 탈거 아냐.]

[트렁크에라도 타나 보지.]

 


[엥? 뭔 소리야?]

[아니, 그거 한 대에 다 못 탈 정도였잖아.]

[어라, 다섯 명이면 탈 수 있잖아.]

 


어? 그렇게 사람이 많았었나?

장난치는 건가 싶었지만, [네 명 아니었어?], [아니, 일고여덟 명은 됐는데.]

 


[진짜? 어디? 차 안에 타고 있었어?],

[있었잖아, 다들 차 주변에!] 하고 다들 의견이 갈렸다.

나도 거기서 한 마디 보탰다.

 


[차 주변에는 네 명 밖에 없었어. 너희가 말하는 주변이라는 건 어디 이야기냐.]

[아니.. 차 주변이라고, 차..]

말이 맞던 여자아이에게도 물었다.

 


[봤어?]

[응, 나도 일고여덟 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라?]

[나.. 네 명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네 명밖에 못 봤어. 문마다 한 명씩.]

[그렇지? 나도 그랬는데.]

차 안에 정적이 감돈다.

 


[아니 아니, 여덟 명까지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네 명은 확실히 아니야.]

[그러면 다 어디 있었다는 건데?]

[차 주변에..]

[네 명 밖에 없었다니까!]

 


말싸움같이 되어갈 무렵,

운전하던 녀석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두 명밖에 못 봤어.]

결국 제대로 답은 나오지 않고,

다들 등골만 오싹해졌다.

 


그 후 여자아이들은 다 집까지 데려다주고

남자 세 명만 남았다.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싶어,

다시 한 번 소녀원에 가보기로 했다.

 


소녀원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지만,

새벽 아무도 없는 길을 달려 도착했다.

 


시간도 꽤 흘렀기에,

솔직히 이미 없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소녀원에 접어드는 입구가 보이는 코너를 돈 순간,

운전하던 녀석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직 있어.]

[거짓말.. 진짜로?]

보니까 차 주변에.. 4명이 있었다.

 


[4명이지..?]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1, 2, 3, 4.. 4명이지..?]

[너... 어디 보고 있는 거야?]

다들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것보다 저 녀석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거지?

갑자기 무서워진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운전하던 녀석은 급히 후진했다.

 


다들 입을 다문 채,

그 후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 정도 지난 뒤,

다른 친구들과 소녀원에 갈 일이 있었다.

 


정말 다시 가고 싶지 않았지만,

무섭다고 말하면 겁쟁이 취급 당할 것 같아 말도 못 꺼냈다.

 


소녀원의 입구가 보이는 순간,

그때까지 느껴본 적 없는 한기가 나를 덮쳤다.

그날 봤던 세단이 여전히 거기 서 있었다.

 


처음에는 비슷한 다른 차인가 싶었지만,

가까이서 보니 역시 그때 그 차였다.

 


그때부터 계속 거기 있었다는 듯,

먼지투성이에 주변에 풀이 무성했다.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만약 그 사람들을 다시 마주치기라도 하면 죽을 것 같았기에,

그날은 소녀원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뒤,

소녀원은 담력 시험이 시끄러워 주변에 민폐라는 민원 때문에 헐렸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안심했다.

마음 한구석에는 늘 걸리는 것이 남아있다.

 


소녀원 앞에 차가 있는 한,

언젠가 어디선가 그 녀석들과 갑자기 마주칠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1997년 전후해서,

하얀색 오래된 카롤라였다.

 


그게 언제까지 있었는지 신경 쓰이기도 하지만,

역시 모르고 사는 게 더 좋을 거 같다.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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