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업]친정집의 우물

탕슉짜장짬뽕 작성일 18.07.24 01: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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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일어났던 일이다.





한 여름이었다.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몸이 별로 좋지를 않아 애가 생기지 않던 나는 남편과 상의하여 친정집에 여름 휴가차 내려가 있기로 결정했다.





때마침 엄마가 전화를 하여 잠시 내려와서 집 좀 봐달라는 얘기를 하셨고, 나에겐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이사를 했다는 말씀도 하셨다.





내 몸을 생각해서 비밀리에 이사를 한 것이지만, 내심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남동생도 누나 몸이 좋지 않으니 말하지 말라고 했으며, 이사 후 바로 내겐 알리지도 않고 군대를 가버리고 말았다.



난 엄마에게 섭섭하다고 말하긴 했어도 고마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엄마의 얘기로는 전에 살던 마을에 친한 분이 수연을 베푼다고 하셔서 3일정도 집을 비우시는데 그동안 잠시 몸도 휴양할 겸 내려와서 집도 보고 쉬라는 말씀이셨다.





남편도 동의를 했고 내가 내려가 쉬는 동안 여름 휴가를 받아서 내려오겠단 얘기를 했다. 경기도 지방이라 그리 멀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냥 나 혼자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집은 정말 고즈넉하니 아름다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집이 좀 오래되어서 그런지 약간 일본식 풍이 나고 있었으며, 마당 한가운데는 자그마한 연못까지 있어서 마음을 한결 푸근하게 만들어 주었다.





당시 방송집필 및 그림을 그리고 있던 나에겐 정말 좋은 환경이었다.





게다가 집 내부는 현대식에 맞게 화장실등이 실내에 들어가게 리노베이션을 해놓아서 재래식 화장실에 불결감을 가지고 있던 신식여성인 내겐 아주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었다.





내게 집 열쇠를 맡기고 수연에 가시는 엄마를 뒤로 하고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쉬기 시작했다.









시간은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때였을 것이다.







잠시 마루에 걸터앉아 이곳의 풍경을 어떻게 화폭에 옮길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잠깐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순간 어둑한 마루쪽에서 그곳에선 보이지 않는 화장실 쪽으로 뭔가가 살짝 움직이는 것을 본 것 같았다.





그것은 꼭 사람이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는 뒷꼭지 같았는데, 아무도 없는 집에서 누가 움직일리는 만무한 상황이니 섬뜩한 기운이 등골을 내리스쳤다.



나는 일어나서, 나무로 된 마루바닥을 밟으며 화장실 쪽으로 서서히 걸어갔다.



‘뿌드득… 뿌드득…”





마루에서 나는 나무들의 소음이 소름끼치게 들렸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길은 골목처럼 되어있었는데 빛이 닿지를 않아 어두컴컴했다.





문 앞에 선 나는 문에 귀를 대고 인기척을 느껴보려 하였다.





그러나, 안에서는 고무파킹이 완전히 물리지 않은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이 들렸다.





용기를 내어 문을 “확”하고 열어젖혔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역시나 수도에서 물방울만 똑똑 떨어지고 있었을 뿐이다.





몸이 안좋아 기가 약해져서 그런 것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사실이었다.





다시 마루를 가로질러 아까 앉아있던 곳으로 걸어갔다. 막 앉으려는 찰나, 내 옆 눈으로 분명히 뭔가 하얀 물체가 마당 뒷곁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나는 겁이 났지만 일어나서 바로 그 곳으로 뛰어가 보았다.





그러나, 그 막다른 곳엔 쥐새끼 한마리 보이질 않았다.





머리가 어질어질 해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정말 아픈걸까….





귀신이라는 존재를 내가 보게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무서웠다.





하지만, 내가 나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시의 소음에 익숙해져 있다가 그런 기계적인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는 시골에 와 있어 조금 약해진 몸이 그 익숙함에 관성이 걸려 있어 허깨비를 보는 것이라는….





물론 그런 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귀신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해가 지고 밤이 되기까지는…









저녁을 해먹고 시간을 보니 8시반이 조금 넘고 있었다.





해도 져버리고, 깜깜한 암흑이 시작되자 아까의 그 사건들이 생각나서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일부러 털레비젼을 크게 틀어놓고 책을 보고 있었는데…





9시가 조금 넘자 하늘에서 조금씩 천둥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려는 것 같았다.



나는 일어나서 창문들을 모두 닫고, 현관문을 자물쇠로 잠갔다.





그리고, 화장실을 비롯해서 4개의 방을 모두 돌아다니며 혹시 누군가 있나하는 노파심으로 조사를 했다.





물론 아무도 없는 것은 기존 사실이었고 말이다.





안심한 나는 다시 앉아서 텔레비전을 틀어놓은 상태로 책을 보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밖에서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장마도 다 지났는데 무슨 비람…”





투덜거리며 책을 덮는데…





“번쩍!!!!”





하고 하늘이 밝게 빛나더니,





“꽈과과광!!!”





하며 바로 위에서 천둥소리가 났다.





얼마나 소리가 컸는지 혼이 다 빠져나갈 지경이었다.





“아아악!!!”





하고 혼자 소리를 치며 깔고 있던 이불을 뒤집어 썼다.





그 순간, “퍽”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깜깜해져 버렸다.





정전이 된 것이다…





이 무서운 상황에서 말이다.







엄마는 왜 이런 집으로 이사를 오셨을까 하는 원망이 마음 속으로 밀려왔다.





빗소리가 미친듯이 쎄게 귓가를 때려왔다.





빗소리를 빼면 다른 소린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실질적으로 정말 조용한 상황이었다.





괘종시계가 11시를 알리는 종을 쳤다.





잠시후, 어둠이 익숙해진 후에 초를 찾아봤으나 막 이사가 끝난 뒤라 눈에 띄질 않았다.





초를 찾을 때를 대비해서 유엔팔각성냥을 머리맡에 놓고 나는 잠을 자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다듬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뚝딱 뚝딱 뚜구둑 닥닥….”







누군가 박자에 잘 맞추어 다듬이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것도 집안에서 들리는 소리같았다.





등줄기로 소름이 쫘악 훑고 지나갔다.





이 한 밤중에 웬 다듬이 소리인가..





나는 몸을 일으켜 성냥통을 들고 마루로 나갔다.





마루에 나가니 그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너무 무서웠다.





나는 성냥을 하나 켜고 방마다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방이건 다듬이를 두드리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 소리는 꼭 어딘지 방향을 알 수 없는 다른 차원에서 들리는 소리 같았다.





나는 얼른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궈 버렸고, 그렇게 울리던 다듬이 소리는 30분 정도가 지속되었다.





미칠 것만 같았다…





빗소리와 천둥소리와 다듬이 두드리는 소리…..





그 소리가 옆집에서 들리는 것이라 스스로 위안한 나는 소리가 그친 후 억지로 잠을 청하기로 했다.







괘종시계가 12시를 알렸다.







이불에 누워 빗소리와 천둥소리를 들으며 억지로 잠을 청하려는 찰나였다.



“철퍼덕…. 철퍼덕…”





마당 가운데에 있는 연못에서 나는 소리가 분명했다.





누군가 비가 쏟아지는 연못가에서 장난을 치는 소리임에 틀림없었다.





무서웠다.







하지만, 그냥 넘길 수는 없는 문제…





나는 일어나서 마당으로 향하는 방의 쪽창을 열었다.





연못가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분명히 보이고 있었다.





누가 이 비 내리는데 남의 집에 들어와 연못가에 앉아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이 한밤중에…





그 사람은 하얀 한복을 입고 쪼그리고 앉아서는 두 손바닥을 쫙펴고 연못을 향해 내리치고 있었다.



“철퍼덕…. 철퍼덕…..”





그럴 때 마다 물이 튀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번개가 번쩍이자 그 모습 또한 선명하게 순간적으로 보였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던 귀신이었다.



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난 기절할 것만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어두운데서도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었던 것은 그 여자 주위로 뭔가 희뿌연 빛이, 아주 기분 나쁜 빛이 둘려 있었던 것 같다.





그 여자는 계속 그 짓을 반복했다.





난 기절할 것 같은 두려움에 어서 창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 순간…









그 여자가 고개를 내쪽으로 “휙”하고 돌리는 것이 아닌가!!!







“아아악!!!!!!!!!!!!!!!!!!!!!!!!!!!!!!!!!!!!!!!!!!!!!!!!!!!!”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창문을 닫았지만 나는 똑똑히 보았다.





그 여자의 눈을……………





얼굴 윤곽은 잘 안보였지만, 눈만은 정확히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무것도 없는 텅빈 것 같은, 퀭……한 두개의 눈이…….







나는 창문을 얼른 닫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숨을 헐떡이며 공포에 떠는 내 모습을 느낄 수가 있었다.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어쩐일인지 아무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아마 기절한 것이 틀림 없으리라….







괘종시계가 2시를 알리는 종이 치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가 많이 아팠고, 이불속으로 얼굴까지 넣고 누워있는 상태라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비는 여전히 미친듯이 퍼붓고 있었다.





제일 먼저 이불 속에서 귀를 기울인 것은 그 철퍼덕대는 소리인데….



다행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침은 언제 오는 것일까….





나는 그리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이불을 발밑까지 걷어낸 나는 요의를 느꼈다.





화장실을 가긴 가야겠는데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고,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나가야지 생각한 나는 방문쪽을 바라보았다.





처음에 설명을 하진 않았지만, 문은 미닫이 문이었고, 아까 분명히 잠궈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누가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들어와서 가만히 서 있는 것이었다.





아까의 공포가 스멀스멀 온몸을 훑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혹시 옷을 걸어놓은게 아닌가 자세히 살펴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옷이 아니었다.





아까 연못가에서도 있었고, 지금 생각해 보니 해지기전 화장실쪽에도 있었고, 뒷곁쪽에도 있었던 그 여자였다..





번개가 번쩍였다…..





그 여자의 모습이 순간이지만 내 눈에 각인이 되었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소복을 입고 물을 뚝뚝 흘리며 서있는 그 여자….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나도 그 무엇도 아닌 어딘가를 응시하는 여자….



그러나, 느낄 수 있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느낌….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이불 위에 앉은채 바지와 이불에도 오줌을 싸버리고 말았다.





잠옷과 이불이 펑 젖어갈 때쯤 내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귀신은 분명 밤중엔 불빛을 싫어할 것이다.





난 손을 뻗어 유엔팔각성냥통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대로 떨리는 손으로 성냥을 꺼내어 한꺼번에 불을 붙혔다.





"촤악~~~~~~~~~~~”







한 개가 아닌 여러 개의 성냥이 합쳐져서 불이 붙자 방안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때였다.





그 여자가 갑자기 내 쪽으로 방향을 정확하게 튼 것은…





그리고는 내 쪽으로 서있는 상황에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또한 그 여자는 무슨 영화에서 클로즈업되듯이 점점 커지면서 굉장한 속도로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바로 눈앞에서 “퍽!!!”하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으아아아악!!!!!!!!!!!!!!!!!!!!!!!!!!!”





나는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면서 펄떡 펄떡 뛰었던 것 같고 그대로 기절해 버린 것 같다.





기절하는 내 귓가에 들려온 것은 다시 시작된 다듬이 두드리는 소리……











내가 깨었을 때는 이미 오전 10시가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얼른 일어나 집안 열쇠를 챙긴 다음 그 집을 죽어라 하고 빠져나왔다.





아직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곧 그칠 것 같았다.





우산도 못쓴 채 얼른 옆집을 찾아갔다.







문을 두드리자 아주머니가 나왔다.





내 생각에는 그 집이 바로 옆집이었는데도 아마도 50미터 이상은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내가 소릴 질러대도 못들었을 것이고, 빗소리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아주머니, 제가 사정이 있어서 그런데 저 집이 저희 집이거든요. 제가 지금 서울을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저집 할머니 돌아오시면 열쇠 좀 전해주세요. 아마 내일모레쯤 오실거예요”





그 아주머니는 알았다고 했고,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돌아서는데 한마디를 던졌다.







“그런데, 어제 웬 다듬이는 그렇게 밤새 두드렸어요?”







다듬이…..??





그럼 그 소리가 내가 들은 환청이 아니었단 말인가?









나는 서울로 올라와서 엄마에게 전화가 오기만 기다렸다.





이틀 후 전화가 왔다.







난 엄마에게 내가 돌아오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엄마가 내가 몸이 약해 그런것이라고 할 줄 알았던 나는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이사한 후로 자꾸 집안에 혼자 있으면 뭐가 있는 것 같고, 밤마다 흉측한 꿈에 가위에…. 나도 처음엔 몰랐는데 자꾸만 그래서 말이지….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얘….”









그리고 얼마 안있다 엄마는 다시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 집이 무슨 사연이 있는지 그 귀신이 무엇이었는지 지금도 나는 절대 알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난 평생을 그 공포스러웠던 추억을 간직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무척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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