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중 아찔했던 기억~~ㅎㅎ

louiss 작성일 14.01.15 14: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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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09년도 이기자부대 카페에 썼었던 글인데 옮겨서 올려봅니다..

다소 길지만 재밌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제 덥다못해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해가지면 제법 선선해지는 계절을 맞고 있습니다..

고참님~~ 후배님(별로 없는 듯~~^^) 환절기에 모두 건강하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많이 잊고 있던 군대에서의 기억들이 이 카페를 들리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생각이 나네요..

군생활 중 정말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얘기 하나만 쓰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기자카페에 그동안 글도 안올리고 눈팅만 했던 것에 대한 죄송함도 갚고자 합니다.

이 얘기의 처음 시작은 93년도 3월달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 거의 마지막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2월말에 T.S(팀스피리트)훈련이 끝나고 부대로

복귀한지 얼마되지 않았던때였습니다. 그때 저는 큰 훈련을 하나 뛰고 오긴 했지만 아직 중대

막내였고 소대배치도 훈련지 현지(충청도 박달재 어디쯤으로 기억합니다)에서 급하게 이뤄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중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슨일이 생기고 있는지 전혀 감각이 없던 그런 완전

초짜 이등병이었습니다.. 당시까지는 사병들이 일직사관을 서는 그런 구조(제가 상병때쯤 간부들이

일직사관을 서는 시스템으로 바뀜)였고 저녁점호시간만 되면 여기저기서 쿵쿵 떨어지는

소리(상관물대 발올리고 머리박기 얼차려받다가 침상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징그럽게 듣던 암울한 시기였습니다.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짬밥 한 두달 먹고 분위기 파악이 좀 될때 보니 중대에 병장이 너무 많았습니다.

7-80명 T/O에 50명이상이 병장이었던걸로 기억이 됩니다. 그러니 상병말호봉도 짬을 놓지못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고 상병이하 쫄다구들은 숨도 함부로 쉴 수 없는 그런 시간들이었죠.

각설하고~~

팀스피리트라는 큰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뒤라 고참들은 자질구레한걸로 갈구거나 하지

않았고 소대분위기도 낮에는 대체로 좋았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점호시간엔 어김없이 얼차려를

받았죠) 그리고 성공적인 훈련에 따라 대대잔치도 예고되어 있었죠. 아시다시피 부대내에서 합법적

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행사는 별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고참들은 많이 기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 분위기로 하루이틀을 지내던 중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습니다. 행사당일날 저희 소대에 수색정찰

이 걸린 것이었습니다. 수색정찰 다들 아시죠? 지역이 정해지면 오전 내내 걸어 갔다가 가서 점심먹고

좀 분산해서 앉아있다가 다시 오후 내내 걸어서 돌아오는 그런 훈련이요..그날 분위기 살벌했습니다.

점호시간에 병장들끼리 야삽 던지면서 싸우는데 숨도 못쉴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날 싸움은 병장들끼리

하는데 그로인한 화는 짬이하 쫄다구들한테 다 오더군요.아예 저녁점호시작을 상관물대 발올리고

머리박는걸로 시작을 하니까요..ㅎㅎ 그렇게 행사날은 왔고 저희는 훈련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날씨도 우중충해서 당장이라도 비가 올것 같은 그런 날씨였습니다. 행군중에 병장들 투덜투덜대면서..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더군요.. 상병들은 분위기파악하느라 분주한 상황이었구요.

이때까지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렇게 수색정찰할 곳에 도착을 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상병들은 점심준비에 들어가고.. 저는

어찌할 줄 몰라서 그냥 어리버리하고 있었죠.. 그때 분대장 한분이 고참상병 하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

습니다.. 무슨 말을 서로 하고난 이후에 그 상병이 저를 불렀습니다.. 같이 술을 사러가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술을 사왔고(1.5리터짜리 막소주를 열개정도 산것 같습니다)..그걸로 소대원들끼리 참 기분좋게

마셨습니다. 그러다보니 취한 사람도 나왔고..병장들끼리 서로 욕도하고(사이가 안좋아서가 아니라 서로

일주이주 고참,후임이라서 친하면서도 격이 없었던걸로 기억함)..하면서 말이죠..ㅎ

참가하지 못하는 부대잔치대신 소대 자체적으로 훈련뒷풀이를 한거죠..

이때까지도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다시 부대로 복귀하기 위해 행군을 하였습니다. 만취한 병장 하나를 제외하고는

다들 기분 좋게 취한 그런 상황이었습니다..어느듯 비는 내리기 시작했구요.. 보통 2-3시간 행군거리였는

데 그때는 좀 취기도 돌고 비도 내리는 상황이라 그저 어슬렁 어슬렁 걸어가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취한데다가 비까지 오니 기분이 좀 그렇더군요... 그렇게 얼마정도를 걸어갔는데..

이때부터가 사건의 시작입니다...

술에취한 병장을 한 사람이 부축해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위치가 2대대에서 연대로 가는 큰 길로

나와 춘천방향으로 한-두시간정도지점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짚차 몇대가 비를 헤치고 저희 행열을

쑥 지나가더군요...저희는 아무 생각 없었습니다. 비때문에 누구 차인지 보이지도 않았구요...

그대로 저희는 계속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 지나갔던 짚차가 다시 저희쪽으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가까이 왔을때보니 별판이 박혀있더라구요. 짐작하시겠지만 사단장 차였습니다.

그 차가 저희 행열 맨앞을 딱 가로막고 섰습니다. 그 뒤로 짚차 두세대 정도가 더 와서 섰구요..

그러더니 뒤에서 무궁화 세개다신 분들이 몇명 내리더라구요. 그리고 맨 앞차량으로 가서 앞문을 열더군요.

그리고 사단장이 차에서 내렸습니다. 사단장께서 행열 맨앞에서부터 맨뒤까지 한번 둘러보시더니

"고생이 많구나".이런 말을 했고...말 끝에 "다들 술 한잔 했구만" 하는 말도 하더군요..그러자 대령 하나가

"네 전 인원 다 음주한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을 했구요. 그리고 소속도 물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그 취한 병장은 정신 못차리고 주사를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ㅎㅎ

그렇게 황감한 순간이 지나고 짚차들은 원래의 목적지로 가는 듯 차를 돌려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뭔일 있겠냐는 생각으로 다시 걸었습니다.. 얼마를 걸었을까.. 먼곳에서 차량 한대가 다가왔습니다.

교회갈때 타는 그런차 있죠? 식사추진할때 사용하는..차가 또 저희를 딱 막더군요. 대대 지원장교가 내렸습니다.

저희를 태우고 돌아갈 차량이었습니다. 어느사이 대대까지 보고가 된거죠. 그때부터 고참들에서부터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그런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소대원 전부 다 영창이라느니 군생활 꼬였다느니 하는

그런 말들이었습니다.

차가 멈추고 저희가 내린 곳은 대대 CP앞이었습니다. 대대장은 없었고 행정병들만 앞에 몇명 있었습니다.

저희는 분대별로 정렬해서 서 있었습니다.물론 술냄새 풀풀 풍기면서요..ㅎㅎ

얼마후 저 위에서 중대장이 뛰어내려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길로 내려오는것이 아니라 중대사이에

풀밭(2대대의 중대와 중대사이에 있는 계단식풀밭)이 있는데 그 위로 미끄러지듯이 내려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그대로 분대장 한분을 날라차기로 차더군요. 그 뒤로 앞차기,옆차기,뒤돌려차기(이건 아닌가?)등등

순간 무슨 무협영화 속에 있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ㅎㅎㅎ

그 이후로는 짧게 얘기하겠습니다...고참님들 지루해 하실것 같네요..ㅎㅎ

그 후로 병들 모두 대대장 면담을 했구요.. 그 취했던 병장분은 바로 헌병대로 끌려갔습니다..

헌병들은 우리가 소대에 올라가기도 전에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더랍니다.. 소대장님도 같이 끌려갔구요..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소대장님은 말뚝박았다는 소리가 들렸고... 그 취했던 병장은 영창에 갔고...

당시의 분대장님들은 모두 이등병으로 강등이 되었습니다...그리고 네분이 모두 다른 소대로 배치를 받았죠..

참 난감한 일이었습니다..하루는 중대장이 이등병 간담회를 하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제 저 네명은 니네 고참이 아니다..같은 이등병이다"라고 말이죠..ㅎㅎ

그렇게 얼마간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는 백일휴가를 갔습니다...^^

사실 백일휴가를 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휴가전날 그 강등된 분대장님 중 한분(저의 원래 분대장)이 제 옷을 다려주었습니다..물광도 내주시구요..ㅠㅠ

그 강등된 분대장님들은 전역을 얼마 앞두고서야 원래 계급이 회복이 되었습니다.

이등병 계급달고 병장이나 하사님들한테 반말하고 아무때나 침상에 누워있는걸 영문 모르는

다른 중대 사람들이 봤다면 참으로 황당해 할 일이었겠죠?ㅎㅎㅎ

다시 생각해보면 섬칫하면서도 경험하기 힘든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것들이 또 추억의 얘기꺼리가 되곤 하네요..

짧게 쓰려했는데 글재주가 없어서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제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환절기에 고참님..후배님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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