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군대에 텔레비전이 없을 때와 있을 때의 차이

babyARA 작성일 13.06.28 14: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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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D- day 340일

군대에 T.V가 설치되니 세상의 변화를 알게된다.

때는 바야흐로 1981년 11월 초순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제 제대날짜가 340일 정도 남았으니 1년도 안 남았다. 
하지만 군부대 울타리 안쪽에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세월이 흐름을 알뿐이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부대 안에서는 외부 세계의 소식을 알 수 있는 신문이나 라디오 방송도 전혀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폐쇄된 군부대 울타리 안에도 세상이  바뀌기 시작함을 느낄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가 시도 되었다.

어느날 중대 내무반에 텔레비전이 보급되니, 모두들 입이 벌어져서 다물지를 못했다.

텔레비전이라 봐야 당시에 24인치 흑백텔레비전이다.
그나마 군부대에서 텔레비전 시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변화였다.
하지만 텔레비전이라는 기계는 있는데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실내 안테나를 뽑아 올려보니 와글와글 물결만 보이고 그림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내무반에 텔레비전은 줘도 시청을 할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모두들 텔레비전을 못 봐서 안달을 하고 있었고, 드디어 중대 간부들이 나서서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렇게 답답해 한때 내가 한발 앞으로 나서서 한마디 했다.

"이곳은 난시청 지역이라서 공청시설 아니면 안나옵니다."

난 이미 입대하기 전 고향의 난청지역에 17인치 흑백텔레비전을 보기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었고, 1km정도 산위에 올라가서 안테나를 세우고 마을로 끌어내려 텔레비전을 본 경험이 있었다. 

"시간을 주시면 제가 알아 보겠습니다."

난 통신하사와 함께 읍내에 있는 유선방송을 찾아가 협의를 했다.
군부대에서 텔레비전 시청을 하도록 협조해 달라고............

그러나 부대까지 유선을 연결하려면 거리가 너무 멀고, 설치비용이 많이 들어서 못해주겠다는 것이다.

사실 부대는 산중에 있었으며, 마을까지 가려면 산을 넘어 최소한 1.5km는 선로를 깔아야 했다.

"그럼 직접 설치를 못해주신다면, 제가 직접 유선에 연결해도 설치해도 되겠습니까? "
군대서 안되는일이 어디 있어^^

어차피 유선방송에서는 수입은 포기하고, 유선연결은 승인해 주었다.

부대에 복귀해서 이제 산 넘어 마지막 집에서 부대까지 유선을 끌고 오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중대 간부들에게 이런 사실을 통보하고 동축케이블 1500미터 정도와 라인부스터 몇 대를 구해달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동축케이블과 라인부스터등 부품을 구입하게 되고 부대에서 산을 넘어 마을까지 유선을 연결했다.

드디어 내무반에 텔레비전 개통 되던 날 모두들 환호성 했다.

갑자기 세상의 변화를 수시로 알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획기적인 발전인가.
하루의 일과가 종료되면 모두들 텔레비전 보는 재미에 푸욱 빠져서 모두들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취향이 틀리다보니, 소음문제, 채널문제가 은연중에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중대 선임하사가 텔레비전 관리자를 나에게 맡기고 일체의 모든 권한을 주었다.

하기에 나보다 선임들도 많이 있었지만 텔레비전 채널을 움직이려면 승인을 받아야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관리자를 하늘처럼 우러러 보더니 나중에는 점점 흐지부지 되는 듯 했다.

이럴 때 한 번씩 자극을 주는 것은 일도 아니다. 



유선 왹곽선로를 나 혼자만 알도록 살짝 만져서 고장 내버린다.
텔레비전 때문에 분위기가 혼란스러우면 이런 방법을 써 먹었다.

그날부터 텔레비전이 안나오면, 모두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고, 하루쯤 고장 난 텔레비전을 쳐다보게 만들었다.

다음날 후임을 대동하고 선로 점검에 나간다고 산을 넘어 읍내에서 바람도 쏘이고 외식도 하고 들어온다.

이미 아는 병이라 고장 난 부위를 가볍게 치료해주고 중대내무반에 들어오면 큰소리 한번 칠수있었다.

이렇게 풀었다, 조였다, 반복하면서 나는 유선에 대해서는 박사로 통했고, 텔레비전 때문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완전 난시청지역에서 텔레비전 시청을 하려니 선로가 자연스럽게 고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바람이 심하게 불 때 케이블이 못 견디고 끊어지기도 하고, 천둥번개로 인하여 라인부스터가 고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없는 일이기에 열심히 선로를 점검하고 중대원들을 즐겁게 해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많은 중대원들이 같이 사용하는 내무반이라 또 채널권 때문에 문제를 일으켰다.

어느 날 심통이 보통을 넘는 선임하사가 당직을 맡게 되었다.

노란색에 세 개의 줄이 그어진 완장을 두르고 허리에는 권총을 차고 무개를 잡으며 내무반에 들어온다.
그때 중대원들은 현란한 율동을 하는 걸들의 모습에 도취되어 침을 흘리고 있는데, 드라마를 보기위해 채널을 돌렸다.
모두들 말도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누군가 한마디 던진다.

"선임하사님 가요톱10이 더 재미있지 않나요?"

선임하사는 대꾸도 않고 침상에 걸터앉아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잠시 후 선임하사가 전화를 받으러간 사이에 얼른 채널을 돌려서 걸 그룹의 율동에 또 빠져들었다.
그러나 전화가 끝나고, 선임하사가 들어와서 말없이 또 채널을 드라마로 돌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채널권 때문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가, 선임하사가 일어서기에 나가려나보다 생각하고 얼른 채널을 돌렸다.

그러나 결국은 채널권 신경전에서 선임하사는 직권남용에 당할 수밖에 없다.

선임하사는 리모컨을 빼앗더니, 전원을 눌러서 텔레비전을 꺼버린다.
내무반에 잠시 침묵이 흐르면서 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을 때, 선임하사는 얼굴에는 심통이 가득했다.

"점오준비 해" 짧은 한마디만 남기도 찬바람을 일으키면서 내무반을 빠져나갔다.................ㅠㅠ

그날 우리 중대 내무반은 일석점오 시간에 일 년 동안 한 번도 보지 않은 구석구석 관물대 안쪽까지 뒤집었다.
결과는 말로 표현을 하기 어렵다.그 당시 말투는 이 새끼 저 새끼는 욕도 아니니까............
그러나......... 거꾸로 매달아 놓아도 국방부 시계는 계속해서 차각차각 잘도 돌아가고 있었다.


출처: http://boskim.tistory.com/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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