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남자들 세계에 술이 있고 여자가 있는 풍경

babyARA 작성일 13.06.28 14: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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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D- day 345일

술이 있고 여자가 있으니 왜? 아니, 즐겁겠는가

때는 바야흐로 1981년 11월 초순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제 제대날짜가 345일 정도 남았으니 1년도 안 남았다. 이제 털보의 두 번째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니 찬바람이 쌀쌀하게 부는 초겨울인 듯하다. "이제 휴가도 끝나고 나니 무슨 낙으로 살아갈꼬!" 작은 넋두리를 하고 있을 때, 실낱같은 희망을 주는 중대별로 행사가 있었다. 

좀처럼 군부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잔치가 있다고 통보를 받았다. 말하자면 농민들의 추수감사절과 비슷한 성격의 행사인데, 한 해 동안 훈련을 무사히 마친데 대한 자축행사인 셈이다. 이날은 대대식당에서 짬밥을 열심히 실어다가 키운 돼지를 중대별로 한 마리씩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 정도라면 정말 푸짐한 잔칫상이 되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날은 영외 거주하는 장교들과 간부급 하사관들의 가족들도 모두 초대해서 즐거운 잔치를 벌인다는 것이다. 이번 주말로 계획된 행사를 미리 발표하자 모두들 기분이 들떠서 여기저기서 수근 즐거운 표정들이다. 이렇게 대규모 행사를 앞두고 영외가족들까지 참석하니 특기 있는 사람들을 가려서 미리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등 수선을 떨었다. 

이렇게 기대감속에 행사를 맞이했고, 모처럼 잔칫상의 기대감에 주말 아침은 대충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내무반에 관물 정리하고 조명도 설치하는 등 수선을 떨었다. 그리고 보급계원은 이날 중대원들이 먹을 돼지고기와 안주거리 그리고 5갤런 스피아통에 막걸리를 수령하는등 만반에 준비를 한다.
 
오전 10시가 가까워지자 중대장 가족, 인사계, 선임하사, 장기하사, 가족들이 줄줄이 중대막사로 모여든다. 남자들만 득실대던 부대에 화장을 곱게 하고 나풀거리는 옷을 입은 여성들이 눈에 띄이자 모두들 황홀한 눈빛은 어디에 둘지 몰랐다.

그중에 남다른 미모를 자랑하는 중대장 사모님이 들어서자, 모두들 수군거리기도 한다.

"김병장님! 저쪽에 저분은 누굽니까?" "왜? 오랜만에 여자들 보니 마음이 싱송생송하냐? "

"아입니더^^ 궁금해서 물어본 겁니다." 이 말에 소대 막내인 박일병은 얼굴이 발갛게 변했다." 

중대막사에 내무반에 소대별로 모여앉아 지급받은 돼지고기 수육과 안주거리, 그리고 막걸리 주전자가 나란히 놓이자 침이 꼴까닥 넘어가지만 감히 젓가락을 들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중대장의 연설이 시작되고, 한 해 동안 무사히 훈련을 마친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축배를 들자는 재의로 시작해서 왁자지껄 젓가락이 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선봉 1소대부터 재롱잔치가 시작되었다. 박일병의 뱀쇼 에서부터 시작해서, 원맨쇼, 기타연주, 춤 솜씨 등 다양한 쇼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잔칫상이 벌어졌는데, 군바리들에게는 먹거리가 최고의 위안 이였다. 막걸리 주전자가 한 바퀴 두 바퀴 돌면서 점차 알코올이 몸에 들어가자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어수선해진다. 

여기저기서 건배를 제의하는 선임도 있고 한마디씩 연설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 오랜만에 마음껏 먹고 즐기자" 
그리고 중대장 부인이나 선임하사들 부인들은 얼굴도 알릴 겸,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다니면서 술을 권하기도 한다. 

옛말에 술은 장모가 따르더라도 맛이 다르더라는 말이 있는데............. 
젊은 여인네들이 분 냄새와 향수냄새를 솔솔 풍기면서 술잔을 권하는데 왜 아니 즐겁겠는가? 

"아저씨 막걸리 한잔 드릴까요?" 
생글생글 웃으며 애교스러운 선임하사 부인의 말에 막대기 같은 남자들 애간장이 다 녹는구나!  
술잔을 건내 받은 사병들은 모두 황송해서 두 손으로 술잔을 받아들고 "감사합니다."를 연발한다. 

이렇게 술잔이 오가다보니 배도 부르고 술도 취하니, 몇 명씩 담소하는 이야기가 와글와글 장내가 시끌벅적하다. 옆에서 누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간부들 사모님들과 술잔을 주고받는 사람도 있고, 가벼운 농담을 하는 사람도 생기게 마련이다.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미리 준비한 카세트 테이프를 틀어놓으니 좁은 공간에 제법 음악소리가 쟁쟁하게 울렷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서 신나게 흔들기 시작했다. 

"십오야 밝은 달이 둥실둥실 떠오면~~♬ ♬ 설레는 마음 아가씨 마음 울렁울렁 거리네!~♬ ♬" 

"오동잎 한잎 두잎 떨어지는 가을날에~~ ♬ 그 어디서 들려오나 ~ ♬ 귀뚜라미 우는 소리~~♬ " 

이렇게 음악소리와 함께 제각각 무슨 춤인지는 몰라도 그저 흔들어 대면서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른다. 

카세트가 한판 다 돌아가고 소리가 멈추자 갑자기 분위기는 정회가 되면서, 중대장이 자리를 마무리를 한다. 

"오늘 모두 즐거웠는가?" "넵!" 간단하게 중대장이 인사를 마치고 행사를 마무리 했다. 

그러나 놀 때는 즐겁고 신나게 마시고 즐겼지만, 내무반은 온통 난장판 이였다. 
막걸리와 김치냄새에, 바닥에 엎질러진 막걸리가 끈적대고.......한참동안 청소를 마치고 소대별로 인원점검에 들어간다. 

"지금부터 열외 1명도 없이 2시간동안 모두 취침에 들어간다." 

술에 취한 사병들이 혹시라도 모를 만일에 대비하기 위해 전원 취침을 지시했다. 
그렇게 어수선하던 분위기는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갑자기 중대막사가 조용해졌다. 
오랜만에 마음껏 마신 막걸리 탓에 여기저기서 코고는 소리가 내무반을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군인의 본분은 어차피 해야 할일이 있기에 저녁 5시가 되자 모두 기상 시켰다. 

모두 기상해서 정리하고 식사집합을 하라는 것이다. 한나절을 먹고 마시고 배가 빵빵한데 밥이 들어 갈리 없지만, 중대막사에서 대대식당까지는 1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지만 식판을 하나씩 들고 줄지어서 식당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기름진 돼지고기에 안주까지 싫건 먹었는데, 짬밥이 넘어 갈리 없다. 
식판에 밥을 받아서 먹는 둥 마는 둥 흉내만 내다가 결국은 모두 짬밥통에 쏟아 붓고 중대로 돌아온다. 

그러나 오늘의 일정은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선임병으로 부터 전달된 지시사항이 있었으니....6시 30분까지 중대 창고 뒤에 모두 집합하라는 지시였다. 

결국은 먹구름 같은 박병장이 하나하나 트집을 잡는다. 
"중대장이 니 친구여 새꺄? 앙!" 
"인사계 사모님이 니 마누라야? 앙!" "이 새끼들이 빠져가지고 어디 어영부영 지랄이여" 

한참동안 교육을 시키더니, 말로는 안 된다고 하면서 5파운드 곡괭이 자루로 빠따를 치기 시작한다. 
"퍽!퍽! 억~억~! " "이 자식 어디 엄살이여" "퍽퍽" "억~! 억~!"

적막한 어둠속에서 먼지가 나도록 두들겨 맞았지만, 그날 하루도 무사히 살아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출처: http://boskim.tistory.com/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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