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일 구라인의 하루

달커벨 작성일 18.12.19 22: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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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험이 3개 분반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분반의 시험이 끝나고, 두 번째 시험이 진행되고 있던 중이였습니다.

앞서 나갔던 학생들이 돌아왔습니다.

입을 모아 "누구누구가 잠시 어수선한 틈을 타서 컨닝했어요."

그럼 출석부를 보여줄테니 누군지 찍어봐라.

대여섯 명이 지명됐습니다.

제가 특별히 아끼고, 열심히 하는걸 아는 학생이 지목됩니다.
(학생 편애요? 인간인지라 내색은 안해도 더 이쁜 아이들이 있습니다)
"대체 니가 왜?"

그 학생들 주변에 앉아있던 학생들을 하나씩 불렀습니다.

"이런이런일이 있다던데 니들은 알고 있었니?"

열 명 가량의 학생들에게 하나씩 확인했습니다.

절반 정도의 학생들이 심증이 간다 말합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제 보스께서 이전에 시키신 일처리를 재촉하십니다.

오늘은 정말 죽고 싶군요.

어찌됐건 수습은 해야하니, 당사자들과 연락했습니다.

역시나 자백은 없습니다.

내가 이 아이들에게 뭐라 타박해본들 뭐합니까.. 다 내 새끼들인데요.

다수의 학생들이 문제가 있다 말할 땐 없는 소리 하는 것이 아닐건데..

그래서 점수분포를 바라봤습니다.

컨닝의 정황이 거의 보이질 않습니다. 문제는 워낙 쉬우니까요.

"대체 왜 그랬니? 내가 학점 안 준다고 했던 것도 아니고, 조금만 노력 하면 얼마든지 학점 준다갰는데 왜? 니들이 뭐가 아쉬워서?"

여기선 혼자 해결을 할 수가 없습니다.

지원팀 과장님께 S.O.S.를 청했습니다.

역시나.. 현장 검거가 아닌 이상 어떤 조치를 취하는게 불가능하다 였습니다.

정도가 거의 미약하고 당사자들의 문제 인식도 가벼울 정도입니다. 모두 제가 아끼던 학생들입니다.

속으로 "씨봘!"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모두가 해피하지 않는 결말이 나올 거라는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오늘은 정말 재수가 없군요.

제가 받을 피해는 별로 겁나지 않습니다. 모두가 해피할 순 없을까요?

그래서 재시험도 검토해 봤습니다만, 지원팀 과장님은 방법이 좋지 않을거라 조언하십니다.

재시험을 검토할 경우 밤새 3개 정도의 시험지를 준비해야합니다. 그 정도 수고는 기꺼이 할 각오가 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쯤에서 마무리 짓는게 제일 나이스해 보입니다.

결국 그냥 조치 없이 수습하는걸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지쳐요. 오늘은 내 아이들도 더 이상 보기가 싫어졌습니다.

인생은 왜 살까..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나는 페어 플레이를 선호한다고 했지만, 나만 페어해본들 손해인가 봅니다.

우리들은 그렇지 않나요?

내가 좀 손해보고 여럿이 해피하면 나 하나 정도야 희생해주마.

하루가 참 길고, 인생이 참 길게 느껴지는 하루입니다.

자 기도하십시다..갓갓 구라교를 믿는자에게 복이 있나니..

구라신경 5장 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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