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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거지 작성일 16.11.19 02: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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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프다. 자고 있는데도 아프다는 걸 느낀다. 잠에서 깨기전 이다. 자는 거라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일어난다. 그는 그 날 아침에 그렇게 일어났다. 겨울 아침은 어떻게 자고 나도 개운 하지가 않다. 아무리 난방이 좋아도 어깨는 드러나게 마련이어서 시큰거린다. 

'나이 탓이야.' 그의 중얼거림은 몇년 되었다. 이제는 새끼기자들의 기사를 취합하는 위치에 올라있지만 불과 몇년전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이미 학교에 간것 같다. 아이들 얼굴을 못 본지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아내의 아침은 성찬이다. 항상 그랬다. 깔끔한 아내의 성격상 아이들이 먹다 남은 음식으로 차릴 지언정 정갈하게 내어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은 항상 갖고 있다.

"요즘 정국이 혼란스러운데 괜찮겠어요?"

아내의 걱정은 당연하다. 기자의 아내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물어오는 질문 처럼 들린다.

"우리 정치가 하루이틀 그랬어? 너무 걱정마. 그러다가 또 그렇게 되겠지."

그의 대답은 자조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힘있는 자들의 힘 겨루기에 힘든것은 항상 소시민들이고 서민들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상조차도 할 수없다. 가려지고 지워진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스토리가 없는 사건들은 아예 제껴진다. 지금은 또 정치가 저 모양이라 사회부는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되었고 그나마도 정치부에 배속되어 경찰서 출입은 신입들이 떠안고 있다시피 한다.

이상한것은 시기가 이럴때는 그렇게 자주 일어나던 엽기적인 일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현관 문을 나서며 현수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이잖아.'

오늘은 가야 할 곳이 있었다. 그제 저녁에 수도방위령부의 임모 중령이라는 사람으로 부터 한번 만나자는 연락이 있었다. 개나 소나 다아는 기자 전화번호라지만 군인의 전화를 받기는 처음이었다.

"조기자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임헌기중령이라고 합니다. 수방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 네. 근데 누구시라구요?"

"임헌기중령 입니다."

그는 사실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오는 말은 딱딱한 업무적인 물음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일 때문이신지..?"

"모레 아침에 시간을 내어 주실수 있을까 해서요."

"글쎄요, 갑작스러워서. 전화로 대충 무슨 일인지 알려주시면..."

"전화로 하기에는 좀 시간이 걸립니다. 내일 모레 아침 여덟시에 괜찮은 신지 확인해서 연락 주실수 있을까요?"

"연락을 따로 하실건 없을것 같고요, 어차피 출근 시간일것이니까 출근 하는길에 뵙죠 머."

"그러시면 제가 만나는 장소를 문자로 입력해 놓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따로 행선지를 알리시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혹시 불안하실까봐 장소는 좀 밝은 곳으로 했습니다.그럼 그 날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고나서야 어던 느낌이 찾아들었다. 그것은 소름끼치는 상상이었는데, 사회가 혼란스럽고 정치가 갈피를 잡기 어려울때 항상 그 빈틈을 군대가 메워온것이 우리 역사다.

그것이 또 찾아온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는 왜 나에게 연락을 한걸까?'

'그는 내부고발자인걸까?'

이거나 저거나 일생일대의 대사건이 될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리고 왠지 모를 위기감도 마찬가지 였다. 

"상직아, 국방부 출입을 요즘에 누가하지?"

"음, 김선배가 할 껄요?"

"요새 국방부 쪽에 별 다른 소식 없냐?"

"요즘 같을 때 국방부쪽에 어떤 움직임이 있으면 난리가 날 껄요?"

"하긴 그렇지?"

"김상우말고 또 누가 출입해?"

"제 동기 이경식요."

"걔한테 수방사 중령급 이상 명단하고 편제 좀 보내 달라고 그래."

"왜요?"

"하 씨발, 요새 좀 바빴나 보네." 

"아, 왜 욕을 하고 그래요. 알았어요."

박상직이 자기 동기에게 전화를 거는 사이 그는 다시 생각에 빠져 들었다. 

어느새 시간이 흘렀나 보다 박기자가 어깨를 흔든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하세요. 데스크에서 회의 하잡니다."

"응? 그래, 알았어. 오늘 기사들은 정리 다 된거지?"

"넵. 그리고 아까 말씀 하신것도 책상위에 있어요."

"그래, 땡큐."

 

"우리 부장 오늘 좀 이상해."

"뭐가?"

"왜 군인들에 대해서 궁금해 하지?"

"너 기자 맞냐? 요새 돌아다는 이야기 몰라?"

"뭐, 계엄령?"

"그래, 요새 찌라시 뿐만 아니라 우리 부장도 눈에서 불이나."

"그럴수는 있는거냐?"

"계엄령이야 위에서 내리면 밑에 있는 군바리들이야 까라면 까는 족속들이 잖아. 그 다음이 문제라서 그렇지."

"그렇겠지. 정말 칠 팔십년대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이야."

경식의 표정이 답답해 하는 표정이다.

"와 이자식 이거 너 정치부 기자 맞냐? 정말 답답하네. 계엄령이 단순한 계엄령이 아니예요."

"그럼?"

"계엄령이 내려지면 군인 공식적으로 민간에 내려와. 총들고 공식적으로 서울로 들어온다고."

"뭐, 그러면 그 총을 민간인들에게 쏘는거 말고...아! 이런."

"이제 알겠냐? 실제적인 힘이 작용하는 거라고. 폭력 앞에 누군들 무릎꿇지 않겠어."

"그럼 뭐여 우리 부장 무슨 이야기 들은거 아냐?"

"야. 우리가 국방부를 출입하는데 아직은 아무런 낌새도 없었고 윗대가리들도 여전해."

"그럼 뭐야. 왜 그런 자료를 달라고 하는 거지?"

"알게 뭐야. 일 시키면서 별다른 말 하디?"

"아니, 그런 말은 없었어."

"그럼 뭘까?"

박상직과 이경식의 표정은 생각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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