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신도림역에서.

사랑방거지 작성일 17.01.18 01: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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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좋아해."라고 말했던것 같다. 

많은 시간이 흘려버려서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렇게 길지 않은 말이어서 그렇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날, 신도림역은, 봄이어서 먼지 조차도 들떠있었다. 개나리가 피기 시작했고 보도블럭위에 눈 녹은 얼룩이 새겨져있었다. 신도림역에서 내려서 역 바깥으로 나온것은 처음이었다. 1호선 지하철을 타면 지나는 역이었을 뿐이었다. 철공소들, 자그마한 식당들, 분주한 사람들, 그리고 소음들.

"그렇구나. 좀 이상하다고 했어."

그녀는 말을 하면서 계속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따라 걸었다. 신도림역앞 대로변 버스정류장에 그녀가 멈추어 섰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 나는 그냥 좋은 친구였으면 좋겠어."

그녀는 말을 마치자 시선을 나에게서 거두어 멀리 우리에게 다가오는 차들에게 던졌다.

그녀는 버스를 타고 떠났고 나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신도림역을 향해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입은 옷이 신도림역앞과 잘 어울렸다. 바람이 불어와서 먼지들이 날렸다.

염화칼슘을 마셔도 되는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먼지에는 아마도 염화칼슘이 남아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봄은 아직 멀어서 내가 입은 봄 점퍼가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했다.

형이 아끼는 점퍼를 훔쳐입고 나온 길이었다.회색빛나는 점퍼였는데 비싼메이커였다. 

내가 조금 만 더 키가 컸다면 좋았을까라는 생각도 했던것 같다.

배가 고파왔고 걸음을 빨리 하기 시작했다. 신도림역은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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