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너머 어딘가 #3. 별난 만남

백두사이다 작성일 17.09.14 22: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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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별난 만남 

 

어, 안녕.

안녕. 너 생각보다 실물이 낫네.

생각보다?

알잖아, 룸에서 보는 거랑 밖에서 보는거랑 다른거?

아, 그치. 너도 실물이 더 이쁘네. 

'헐, 대박. 진짜 이쁘네.'

멘트겠지만 진심이라 생각할께. 아 배고푸다, 뭐 사줄거야?

너가 먹고 싶은거 먹자.

난 참치회 먹고 싶은데, 어때?

참치회? 좋지. 아는데 있어?

응, 저 뒤에 참치집 있는 건 봤어.

봤어? 가 보진 않고.

응, 혼자 가긴 좀 그렇잖아. 청승맞아 보이고. 

의외네, 하나부터 열까지 뭐든 할 것 같은데.

먹는 건 좀 그래. 

참, 근데 어떻게 나한테 연락할 생각을 했어? 어제 갈 때 표정은 그냥그냥하던데.

그냥 어제 오랜만에 가서 정말 시덥지 않은 애들 멘트 듣는 게 지겨웠는데, 넌 좀 다른 것 같더라고.

설마 술주정?

그건 농담이고, 그냥 사람 대하는 게 좀 달랐어.

어떤 점에서?

어떻게든 먹자!가 아니라 그냥 사람 만나러 온 느낌. 그런 거 있잖아. 나이트 온 사람은 원나잇하러 온 사람이라는 가정하에 미친듯이 덤벼드는 불나방 같은 멘트 말이야.

불나방? 큭큭.표현 고급진데.

여튼 어제 너도 나처럼 사람 구경왔구나 싶어서 궁금했어, 어떤 사람일까 싶어서.

사람 다 똑같지 않나.

그치? 너도 노리고 온거지?

뭐 뭐.

얼굴 빨개지는 거 보니 맞구만, 변태네, 변태선생.

아, 됐고. 여기 아냐?

맞다. 들어가자. 

참치집은 다찌 좌석 6개와 테이블 좌석 3개 밖에 없는 아담한 곳이었다.

머리가 히끗하신 사장님과 사모님이 함께 장사를 하시는 듯 했다.

뭐 먹을까? 스페셜? 실장추천? 

난 뭐든 좋아.

너 은근히 먹는 것 고르는 거엔 패기가 없다. 어제 톡 할 땐 장난아니더니.

그랬나? 

어, 너 진격의 패기녀였어. 덕분에 이렇게 만나게 됐지만.

싫어?

아니 좋아, 

'뭘 드릴까요?'

실장 추천으로 주세요. 

'술은?'

사케?

아니, 사이다 주세요. 

정말?

응, 난 술 안 먹는데... 너도 술 못한다며.

그건 그래도 회에 대한 예의상 

예의는 무슨, 술 먹고 진상피는 사람 딱 질색이야. 

'사이다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난 근데 태어나서 회랑 사이다만 먹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좋지? 나 만나면 처음인게 많아질거야?

정말?

넌 정말 받게 모르냐?

그런가?

대화가 안되네, 대화가. 참, 너 이름이 뭐야?

맞다, 나도 너 이름 모르는데... 우리 완전 웃긴다. 서로 이름도 모르고 거진 삼십분째 얘기를 하고 있었다니. 

그러게, 진짜 웃긴다. 난 미선이야, 박미선.

미선? 개그맨?

하지마라, 진심으로 짜증나니까. 

아, 미안. 난 준석이야, 김준석. 

이름 진짜 범생같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생각만큼 범생은 아니야.

근데 어떻게 학원강사가 됐어?

뭐 얘기하면 긴데, 짧게 말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 그 당시엔.

그래?

여튼 뭐 재미없는 얘기는 하지 말자. 

'음식 나왔습니다.'

나 근데 궁금한게 있는데 나이가 어떻게 돼?

나이? 몇살처럼 보이는데?

뭐야, 이 친근한 나이트 멘트는?

야야, 이건 나이트 뿐 아니라 어디서든 통용되거든. 은근히 어리버리하단 말이야.

스물 여덟? 아홉?

아, 진짜. 매너 없네. 

농담이야, 스물 다섯? 여섯?

됐거든, 스물 아홉이야. 

헐 정말? 나보다 나이 많네~요. 

뭐야, 급 존댓말은. 넌 몇살인데?

스물 여덟

한살은 친구야, 그냥 말 놔. 어설프게 누나 이러면서 엥기지 말고, 피곤하니까. 

그래, 나도 그닥 누나는 싫다. 근데 술 안먹고 사이다 먹으니까 참 어색어색하다.

그래? 난 하나도 안 어색하고 좋은데.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나도 편하긴 한데 뭔가 음...

아, 너나 나나 서로 취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걸 기대한건가? 맨정신에 자신 없고?

아 아니, 그건 아니고. 

으구, 다 똑같애. 

아니, 뭐 나이트에서 만나면 뭐 좀 그런거 기대하지 않나? 여자는 안그래?

그건 그 때 그 때 다른데 늘 생각을 하고 살진 않지, 그냥 심심해서 가는거니까.

나도 마찬가지야, 뭘. 회가 맛있네.

회만?

뭐야, 이 반전 멘트는. 

이거 얼른 먹고 2차 가자. 

2차?

왜 싫어?

아니, 너무 갑작스러우니까.

싫으면 관둬. 

아니, 싫다는 게 아니라. 흠흠. 

너 여자는 사귀어 봤지?

당연하지.

그럼 됐어.

뭐가?

몰라도 돼, 어서 남은 거 먹기나 해. 말하느라고 별루 먹지도 못했잖아.

괜찮아. 

왜? 

여기 무한리필 집이야.

아 그래?  

그럼 30분 후에 2차 가자.

30분 후에?

뭔가 다음을 기다리면 설레이잖아. 나도 살짝 흥분된다.

너 진짜 최고다.

뭐가?

아 아니야.

 

- 3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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