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4

사랑방거지 작성일 19.01.20 02: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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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륙에 난 상처는 별게 아니지만 독은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킬지도 몰랐다. 친구의 순진함이랄까 단순함이랄까 행동을 생각하면 헛웃음이 났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그냥 넘길수는 없었다. 친구는 자신이 무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봐야 흔하게 보는 삼류무사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자신의 대리인으로 확실하게 교훈을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배에 난 상처에서 난 출혈은 지혈을 했고 독은 해독을 했다. 이제 몸의 준비는 끝난것이다.

"떠나기 전에 할말이 있네."

"떠나다니요?"

송교교의 얼굴에 당황이 떠올랐다.

"응, 당신도 원하는 거잖아."

"난...."

송교교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난 이제 세상 구경을 좀  해야 겠어. 그래서 뭘 할지도 생각하고 두루두루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좀 봐야 겠어. 그래서 말인데 그러자면 돈이 있어야 하잖아. 자네가 내 돈 주머니를 좀 관리해줘야 겠어."

"나를 용서해주는건가?"

"이런, 자네는 이제 나의 친구가 아닐세. 용서하고 말고가 없지. 단지 지금 자네를 죽여봐야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는 말이라네. 이해 하겠나?"

염포등은 갑자기 느껴지는 폭풍같은 살기에 서있을수가 없어 무릎을 꿇고 말았다.

살기에 놀란것은 송교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제 자네에게 하나의 교훈을 줄 것이야. 참아 보도록 하게. 그리고 앞으로 평대는 허락하지 않겠다."

말이 끝나자 진세방은 방안의 의자 다리를 하나 뜯어 내어 염포등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어느새 아혈이 제압된 염포등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맞다가 기절하고 깨어나기를 한참을 반복했다.

눈물,콧물, 침이 흘렀고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무언가가 흘러 나왔다. 너무 지독하게 아파서 나중에는 스스로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을 보는 송교교도 공포에 절어 방안 한쪽 구석에 주저앉아 매맞는 염포등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내 소식은 알아서 전 할테니 기다리지 말고."

훌쩍거리기 시작한 둘을 남겨두고 금고에서 필요한 은자와 전표를 챙겨들은 진세방은 방을 나섰다.

인생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은 전 부터 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다른 의미에서 그는 염포등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자도 돈도 친구도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갑갑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이후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애써 노력했지만 한번 시작된 마음의 균열이 걷잡을수 없이 점점 커져만 가던 싯점이었다.

오늘의 일은 자신의 결심에 모든 것을 버리기로 한 결심에 마중물이 되었다.

그는 결코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애정이 없이 얼렁뚱당한 결혼이었지만 나름 만족할수있는 결혼 생활이었다. 자신이 세류장이라고 이름 붙인 장원을 나서니 감회가 새로웠지만 고개를 저으며 항주를 벗어나기 위해 발길을 서둘렀다.

일단 항주는 벗어나야 했다. 왜 밤길을 재촉하는 이유는 자신의 결심이 흐려질까 하는 마음과 이왕 시작한 걸음을 멈추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다. 저자를 벗어나 항주 외각에 다다르자 마침내 어느 곳으로 갈수 있는 관도를 맞게 되었고 사람의 왕래가 없는 텅빈 관도를 앞에 두자 나이 서른둘에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어디로 갈지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시작하고 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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