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달료하악 작성일 16.09.27 11: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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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알아보고 혼자 생각하는 것도 이제 조금 지쳐서

짱공 형님들의 조언을 받고자 글을 올립니다...ㅋㅋ 조금 긴 내용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단 저와 여자친구의 나이는 28살 동갑입니다.

둘다 같은 직종(병원)에서 근무하고 있고 제 연봉은 약 3400정도 여친은 2600정도 받고 있습니다.

만난지 한 100일 정도 밖에 안됬습니다만, 너무 성격이 잘 맞아서 서로 현실적인 결혼얘기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저라는 사람의 이해를 하시기 쉽도록 과거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저는 소년가장이었습니다. 좀 이상하시겠지만 부모님이 다 살아계신데 소년가장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버지는 사업이 망하고 어머니는 정동장애를 앓고계신분이라

20살에 바로 부사관 입대해서 조모부, 4살 어린 여동생, 어머니 등 보살펴야하는 가족이 너무 많았죠.

 

월급 100여 만원 받으면서 감당하기 너무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부사관으로 짱박을 생각도 있었지만 할아버지가 아주 많이 편찮아지시면서 전역을 했고,

우연찮게 병원에 취업하게 되어서 월 118만원 쯤이나 받으면서 어찌어찌 아둥바둥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할아버지가 중환자실 들어가시고, 할머니의 무릎 인공관절 수술에, 결국 할아버지 돌아가시지만

아는 지인 친척들이 별로 없어 손해만 난 장례비에, 여동생 대학 기숙사비 지원 등

빚을 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잘 몰랐습니다. 빚을 진다는게 얼마나 무서운건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알려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월급 100여만원 받으면서 빛이 1500만원 정도 쯤 되니까 당연히 무너지는건 시간수순이었습니다.

월급을 한번 몰수당하고나니 죽고싶다는 생각에 자살시도도 하고 그랬었죠.

 

방구석 폐인처럼 1년여간 방황하고(채무에 시달리고) 정신과 외래치료를 받으면서 지내다가보니

어느샌가 다시 일어서서 일을 시작하게 됬습니다. 조금 뻔뻔해진 상태로요.

채무에 관한건 마음 한구석에 고이 모셔놓고, 상환도 안하고 개인회생도 신청안하면서

통장에 압류가 들어오면 다시 만들어서 월급을 받고 하는 등 그냥 그러려니하고

월급이 들어오는데로 탕진(방탕한 것은 아니고 집안 생활비로)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니 어느샌가 과장직도 달고 연봉도 많이 올라가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이라던가 여자라던가 그런 생각은 저에게 아주 먼 이야기였습니다.

신용불량자에 보살필 가족이 있는데다가 모아둔 돈도 당연히 없고 하고싶은 꿈도 있었기 때문에요.

 

그러다가 지금 여자친구를 정말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이 좋아하게 되버렸습니다.

 

여자친구도 마찬가지로 집안이 좋은 형편은 아닙니다. 저희 집안 만큼은 아니지만

순탄하게 자라오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불행 중 다행일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자위합니다.

모아둔 돈은 대략 천만원 정도 있더군요.

 

저희는 아주 솔직하게 현실적인 부분을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과거에 대한 얘기, 채무에 관한 얘기, 연봉 등 전부 다 이야기 했습니다.

앞으로 미래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가

 

여자친구는 이제 할만큼 했으니 가족부양은 그만하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노력하자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그냥 가족과 인연을 끊으라는 겁니다.

참 아이러니한게, 이 말이 기분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절 구원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아버지도 빚더미에 계시고 연락도 안되니 상속포기를 하지 않으면 언제 저에게 또 빚이 넘어올지도 모르고,

여동생도 이제 다 컸으니 알아서 해야할테고, 어머니와는 진작 관계가 끊겼고...

할머니야 기초생활수급자로 만들어놓았으니... 이제 가족과는 정말 헤어지고 싶은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근데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서 정말 이래도 될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힘들다고 다 포기하면, 나중에 가정을 꾸리고 살다가 힘들어지면 그때도 포기해버리는 건 아닐지

이 불편한 마음이 양심인건지 어쩐건지.

 

그런 문제와...

제가 앞으로 3년간 150에서 200만원씩 달로 모으기 시작하면 여자친구와 합산해서 1억은 충분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집을 구할때 신혼부부전세자금대출이라던지, 여러가지를 좀 알아봤는데 제가 신용불량 상태인게 많이 걸립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개인회생을 신청해서 돈 모으는데 지장을 받고싶지는않고 (양아치같은 생각입니다.)

 

어떻게든 순탄한 결혼에 골인이나 하고나서 빚을 상환하고 싶은데

나중에 집을 구할때는 어떤 식으로 구해야할지...

방법이 있기는 한건지, 물론 빚을 상환하고 돈을 모으는게 정상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이제와서 이자가 얼마나 불어나있는지도 모르겠고 참 답답합니다.

 

어쩌면 물어보는 제가 이미 최선의 방법을 알면서도 생각을 안할려고 기를 쓰는건지 복잡해 죽겠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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