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주식 때문에 죽고 싶었습니다 #1

고고나인 작성일 17.11.14 01: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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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혼자 끄적인 글이 있어 한번 올려 봅니다.
전에 반말로 작성했던거라 말투는 양해 바랍니다.

올해 3월쯤 썼던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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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퇴근 후 집에 와서 홀로 맥주를 마시다
우리집 강아지를 들어올려 그 어리둥절해 하는 눈을 바라보며 하소연을 했다.

"해피야, 형 진짜 힘들다.....
진짜 많이 힘들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
해피야 당연히 알아들었을리 없건만...
하소연 하다보니 갑자기 내 스스로 감정이 북받쳐 올라 큰소리로 엉엉 소리내어 한참을 울었다.
혹여나 이웃집에 들리면 참 창피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참 착잡하다.

내 인생을 어쩌면 좋을까? 죽으면 편해질까 생각도 하지만...
내가 허무하게 죽으면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는거라 생각되서
죽지도 못하고 있다. 정말이지 죽지 못해 살고 있다.

내일은, 내 여자친구가 정식으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식사를 함께 하기로 한 날이다.
즉 슬며시 결혼얘기가 나올지도 모르는 자리다. 결혼? 물론 하고 싶다.

그러나 문제는... 난 돈이 없다. 직장생활 이제 한 4년 가까이 했나?....
주식하는 친구 꼬득임에 못이겨 어물쩡 주식을 시작해 버린 나....
초심자의 행운이 따랐는지 푼돈 몇푼을 며칠 연속으로 따버렸고....
멍청하게도 그런 행운이 계속 될거라는 착각 하에, 그간 모아두었돈 돈을
대부분 주식계좌에 밀어 넣었다. 그러나... 그게 깡통이 되어 돌아온다.
진짜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내 최악의 재정 상황을 우리 부모님은 물론이오.
내 여자친구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제 혼기가 차서 자꾸 결혼을 보채는 여자친구...
그리고...가끔 돈 얼마나 모았냐며. 장가가려면 부지런히 모아라.라고 하시는 부모님을 볼때마다
정말이지 죽고만 싶다.

여튼 내가 이런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버리게 된 썰을 좀 풀어 보도록 하자.
그간 모아두었던 돈을 대부분 주식계좌로 밀어넣었다고 한 그 대목부터 다시 이어가자면,

뭐 그때는 호가창의 체결원리도 몰랐다. 매수세, 매도세... 체결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기본적인 개념조차 잘 모를때다. 그러니 당연히 '이거... 오를거 같다! 느낌와!'라는
생각만으로 막무가내식 투자를 하게 되는데

그때 잘못건드린게... '중국원양자원'이라는 천하의 개잡주다...
그런데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하필 그 시기에 극악무도한 세력이 그 종목에 입성하면서
2014년 11월? 즈음이었나 12월이었나? 1~2천원대에서 놀고 있던 주식이 갑자기 연일 상한가를
치기 시작한다. 아까 얘기한 날 주식 세계로 꼬드겼다는 그 친구가... 나한테 주식 얘기를 하며
처음 소개해 준 종목이 이 '중국원양자원'이었다. 한때 만원 초반대 주식이었으나
각종 악재가 겹치며 공매도의 집중포화를 받고 줄하락을 해... 주가가 10분의 1토막이 났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그 주식이 연일 상한가(15%이었을때) 를 치고 있는 것이다.... 어라... 뭐지??
지금이라도 잡아야 하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천원대에서 5천원 중반대에서 이미 오를대로 올라버린 그 주식을
매수해버린다.(800만원 정도 였을거다)
그런데 .... 얼씨구나? 내가 산 이후에도 몇번이나 장시작과 동시에 상한가로 말아올리버린다는
그 '쩜상' 이 내 눈앞에 펼쳐졌고.... 내 계좌는 빨갛게 물들어 가는 것이었다. 난 그 짜릿함에 온몸을 부르르 떨며.... 눈이 돌아가 버렸던 듯 하다

그리고 당시 네이버 주식게시판에 떠도는 그 얘기들.... 이렇게 쩜상을 치기 시작했으니 그간 실컷 이 종목에 공매도를 엄청나게 때렸던 녀석들이 지레 겁을 먹고 (혹은 강제로) 숏커버링이 나오기 시작할거다라는 말에 기가 막히게 현혹되어 버린다. 그래서 5천원대에 매수한 주식의 목표가를 2만원정도로 잡아 버리는 미련한 실수를 하게 된다.(지금 생각해 봐도 기가 찰 노릇이다. 어떻게 그렇게 멍청했는지....)

여튼 그렇게 맛이 간 상태가 되니... 수익률이 200%를 찍었는데도 더 오를것만 같아서 도저히 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만원을 넘긴지 얼마 안되서 그간 쩜상으로 가볍게 장 초반에 상한가로 직행하던
이 종목이 드디어 저항을 받기 시작한다. 매수세와 매도세의 힘겨루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지금이었으면 당연히 그때 뒤도 안돌아보고 털었겠지만.... 내가 얘기했듯 난 이미 그때 반쯤 맛이 간 뒤였다. 매도세를 힘겹게...힘겹게.... 이겨내고 다시 상승(상한가였나? 기억이 잘 안난다)하는 그 종목을 보며.... 아 숏커버링이 일어날거라는 그 게시판 얘기들이 다 진짜구나....!! 오오라...!! 좋았어!! 라고
오히려 더욱 굳게 믿어버리는 미친짓을 하고야 만다.

그 이후에 어떻게 됐겠는가... 다음날부턴 날개없는 추락이 시작됐다. 그러나 그때도 도저히 팔지를 못하겠더라..... 이미 목표가에 도달했을 때의 기분을 상상으로 만끽하며 온갖 핑크빛 미래를 그려보고
있던 나였으니....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건 일시적인 조정일거야... 이 조정만 끝나면 다시 계속 승승장구하며 올라가지 않을까... 그때의 난 이성이 마비된 머저리였다.

내가 수익률 200%였을때 팔지 못했던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머지 않아 내 평단 밑으로 주가는 땅굴을 파듯 떨어졌고... 평가손은 -30% ~ -40%까지 되버리고 만다.
그제서야 주식시장의 무서움을 알게 된 나.... 하지만 손절할 용기따윈 없었다.

그러다가 한 반년쯤? 이었나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중간중간 물타기도 했던 것 같다) 중국원양자원에
다시 상한가가 찾아왔고... 이번에는 미련없이 털고 나올 수 있었지.... 한 500만원 수익이었나....ㅎㅎ
그래 그걸 마지막으로 이 중국원양자원이란 녀석과 이별을 고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말 멍.청.하.게.도 난 이 종목을 오랜시간 보유하다보니 이 종목과 사랑에 빠졌나 보다.
매도 후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었고... 중국원양자원 카페에도 가입하여 이 종목의 최신정보를 항상 받아보고 카페에 넘쳐나는, 헛된 희망을 주는 글들에 매료되어 엄청난 성장성이 있는
이 회사의 주식이 일단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쩜상의 짜릿함을 느끼게 해줄것이라는 허무맹랑한 믿음을 갖게 된다.

그러던 와중... 이 종목에 가히 특급 호재급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 굿 뉴스가 터졌고
('우럭바리'라는 고급 어종에 대한 어획권을 잃었다가 다시 수복했다라는 취지였다. 이 우럭바리를 잡았을때 중국원양자원의 이익률이 어마무시 했었다고 전해진다.)
난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수익을 보고야 말겠어! 하며 은행에 대출까지 받아서 그야말로 몰빵을 해버린다. 그러나 이미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탓이었을까. 종목의 호재가 공시된 직후에도 별다른 파급효과가 없었는데...그럼에도 난 조만간 크게 상승할거라는 믿음에...그냥 계속 보유해 버린다.

그리고 이것이 .... 돌이킬 수 없는.... 내 전재산을 날려버리게 되는.... 끔찍한 실수가 된다.

어후.... 길게도 썼는데 이 이후를 간단히 요약하면 보유한 후에 주식은 계속 하락하기만 했고
그러던 어느날 중국원양자원이 허위공시 논란에 휩싸이며 몇달간 거래정지가 되버린다;;
그리고 거래재개가 되는 순간 주가가 반토막되더라.... 뭐 그 이후에 상한가가 몇번나왔지만...
여튼 -70% 정도 되는 손해를 보면서..그렇게 피눈물을 흘리며 이 주식을 정리한다.
연봉에 가까운 손실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은행빚말고는 남은게 없더라. 이게 작년인 2016년 8월초의 일이다.

그 이후에 어떻게든 다른 종목으로 복구해 보리라... 대출을 더 받았다.(복구하기에는 투자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막무가내식 단타를 해보기도 하고 뒤늦게 주식 공부도 해보고... 수급 연구도 해보고....차트도 봐 보고... 나름 시뮬레이션도 돌려보고 반년간 주식생각만 하며 살았다.... (난 좀 지나치게 긍정적인 성격인듯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 내 돈도 아닌 은행에서 빌려온 돈을 더 까먹고 손실은 계속 늘어나고만 있는 상태다. 내가 이태껏 주식시장에다가 갖다바친 수업료(잃은돈)만 이제 한 4~5천만원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은행 빚도 한 4천만원 정도 있는 상태다. 아 증권담보대출도 한 3천만원쯤?
하하 막상 정리해보니 정말 답이 없는 내 인생이구나......ㅠㅠ

로또라도 됐으면 좋겠다.... 하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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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어떤 상황이었는지 감이 오시죠? 이 긴 글을 읽으신 분이 있으신 줄
모르겠지만... 한분이라도 있다면 나중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일단 자야 겠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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