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는 메밀국수 마지막

귀여운배 작성일 17.06.15 21: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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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은 뭐 평범합니다. 요새 유행이라고 해야하나 대세라고 해야하나 희석한 일본식 가쓰오부시 쯔유 육수에 한국식으로 면을 말아먹는 B타입니당.

 

방금 전에 먹은 비빔막국수와 장칼국수도 매우 퀄이 뛰어나네요. 순수하게 정성을 다한 맛에 사장님의 노력의 흔적이 보입니다. 아무튼 대부분 수제인 막국수집과는 달리 이 타입은 요새 가장 흔하고 대부분 공장 육수를 사서 쓰는 집들이라 맛 차이도 별로 없으니 후닥 사진만 대충 올립니다.

 

첫번째 집은 원래는 유일하게 수제로 국수와 육수를 뛰어난 완성도로 만들어서 글의 대미를 장식할 가장 뛰어난 집에 위치해야할 집인데 엉뚱한 이유로 처음으로 올라와버렸습니다.

일산 라페스타 부근의 돈까스 절대 강자 왕돈까스와 메밀 집의 8000원 메밀국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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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웨돔 쪽에 있을 때 일대에서 거의 처음으로 이 타입의 메밀을 선보였었습니다. 물론 맞은 편에 다른 경쟁자가 있었지만 이 집은 쯔유 육수를 직접 만들어서 내온다는 점에서 차원이 달라서 주변 돈까스와 메밀집들을 다 발라버렸죠. 정말로 점심시간이면 바로 옆 웨돔에도 맞은편 완돈까스집에 자리가 텅텅비어도 뙤약볓에 땀 뻘뻘 흐릴면서 이 집 앞에 대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집에 밀려 그 많던 경쟁자들이 다 사라지고 독점이 될 무렵 갑자가 임대료가 싼 라페쪽으로 이사를 가서 약간 허탈했지요.

 오랜만에 먹어본 메밀국수의 그 맛은 역시 여전했습니다. 적당한 비율의 면을 딱 맛있을 시간만큼 삶은 다음에 온도를 맞추어서 차가운 얼음 육수를 부어주면 면을 섞으면서 살얼음이 녹아서 먹기 딱 좋은 온도가 됩니다. 일본식 가스오부시 베이스 육수를 희석시켜서 한국식으로 말아먹게 만들고 마시게 만든다는 게 당시에 완전히 참신한 것이었는 데 다행히 대성공이었지요.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는데요 바로 한 접시 가득 나오던 돈까스가 정말로 반토막이 나있었습니다. 한번 고생을 해본 사장님 맘을 아예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반토막이라니.. 여전히 사람들이 대기표를 들고 있길래 여전하겠지하는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약간 배신감 실망감.. 여튼 수제로 만든 맛은 가장 대단하지만 가성비에서 오늘의 첫째로 자리잡았습니다.

 

두번째 집은 역시 집 근처의 웨스턴 돔 2층 맨 끝자락에 있는 몬스터 돈까스 집의 가성비 최고의 5000원 냉모밀 국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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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사진이 너무 똥손으로 나와서 서둘러 남의 블로그 퍼왔네요. 전형적인 공장국수에 공장육수로 담가져 나오는 평범한 동네 돈까스집 메밀국수입니다만 5000원이라는 가격대비가 좋은 집입니다. 평범한 냉모밀이지만 이걸 시키면 사이드 메뉴인 마카로니 샐러드. 야채 샐러드. 세종류 야채와 떡볶기, 스프가 무제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술먹고 위태한 날 스프로 속을 달래는 걸 매우 조아라해서 지극히 지극히 주관적선택입니다만 주말에는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가족 손님이 가득해서 먹으러 갔다가 포기하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방문하셔도 이집 왕돈까스는 절대 드시지 마십시오. 거다란 접시에 큰 돈까스가 가득 나오지만 가격을 맞추기 위해 음식의 맛을 포기하면 이렇게 되는 구나하는 큰 교훈을 얻고 돌아가게 됩니다.

 

 마지막 역시 그냥 집 부근입니다. 종로 쪽이나 합정 쪽에도 가는 집이 있지만 사실 맛 차이가 그리 큰 것도 아니고 덥고 속은 미슥거리고 할 때 주로 찾는 집들이다보니 거기가 거기여서요. 새벽에 쓰린 속을 부여잡고 달려가는 집앞 24시간 북창동 순두부의 여름 메뉴 7000원 냉모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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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여전히 이상하군요 제가 봐도 식욕 떨어집니다. 이 집은 새벽에 한잔 생각 날 때 곱창 순두부를 시키면 생선 한토막에 제법 잘 끓인 순두부와 돌솥밥이 나와서 소주 한잔하기 좋은 곳입니다. 하지만 해장을 할 때는 역시 시원한게 최고죠. 특별한 요소는 없고 메밀 비율이 조금 낮은 면을 쓰는 곳인데 특이한 것은 저 콩나물 같은 이상하게 생긴 나물입니다. 생전 처음보는 싹인데 바로 황금메밀싹을 저렇게 수북히 올려주셔서 독특한 맛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약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데 차가운 면이다보니 야채가 국물에 녹아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생생한 채로 먹다보니 면과도 조금 이질감이 있고 먹기 불편한 요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감수하면 진짜 메밀을 입에 넣고 씹는 독특한 체험을 하게 되고 나름 아삭한 식감을 즐기게도 됩니다. 면은 메밀비을 떨어뜨려서 탄력을 더하고 떨어진 메밀향을 순으로 채우려하는 의도인 모양인데 사실 따로 놀아서 실패입니다. ㅋㅋㅋㅋ

 

 묶어서 올려드리다보니 저도 이제 소재가 다 동났네요. 사실 여기저기 다니는 것보다 가성비로 여기다싶으면 최소 10년 넘게 단골집을 다니는 스타일이어서 정보도 부족하고요. 다음번에는 제가 유일하게 가는 일본 우동집과 김치찌개 집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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