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양이.

박상운님 작성일 07.07.01 01: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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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어떤분께서 써주신 고양이 시체 이야기를 보니 저도 떠오르는 바 있어 살짝 끄적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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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년전, 내가 중학생일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무개념 탑재 중학생이었다. 아직 세상을 몰랐으며, 열정만으로 모든것을 할수있다고 믿는,

 

감정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다닐때도 항상 개깡을 부리고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참 철없는 짓이었지만, 그때는 그게 최고인줄 알았다.

 

지금 처럼 장마가 다가오고 있는 여름날 오후였다.

 

친구들과 같이 하교하는길에, 길가에 고양이 시체가 언뜻 눈에 띄었다. 친구들은 무시하고 지나갔는데,

 

나는 징그러운거 구경한답시고 주위를 서성였다. 그때 한친구가 교회를 진득하게 다니는 친구였는데,

 

"야, 고양이는 영물이야. 괜히 지랄하다 귀신보지말고 가자"

 

라는 한마디에, 나는 괜시리 더 흥미가 돋았다.

 

"야, 내가 이 시체에 손가락 10초만 찌르고 있으면 1000원, 어때?"

 

나는 의기양양 해져서 그런 제안을 했고, 다른 친구가 재미있어 하는 바람에, 나는 객기를 부리듯

 

고양이 시체에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그 시체는 회색고양이 였는데, 교통사로를 당한듯 배가 터져서 내장이 나와있었고, 나는 그 내장부위에

 

손가락을 찔러넣은 것이었다. 정말 꺼림칙 하기는 했지만, 철없는 객기가 그걸 짓누르고 있었다.

 

9...10...!!

 

10초가 지난후 손가락을 뺀 나는, 문득 앞에 시선이 느껴져 쳐다 봤는데, 길건너에 검은색 고양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 때 처음으로 알았다. '아. 고양이도 표정이 있구나'

 

정말 씹스러운 표정으로 세로찢어진 눈을 하고 나를 노려보는 그 고양이를 보면서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약간 오한이 치밀었다.

 

그 일이 있은지 약 3 일이 지났을까.

 

밤늦은 시각, 야자가 끝나고 나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골목길을 쭐래쭐래 가고 있었다.

 

바닥을 보며 길을 길을걷다가 앞을 보니. 길 정가운데에 검은 고양이가 있었다. 아 그놈이다...라고 생각

 

이 드는 순간 그녀석은 슬그머니 뒷걸음질을 치는것이다.

 

'요놈봐라..!' 나는 다시 객기가 발동해서 그녀석을 마구 쫓아갔다. 쫄아서 도망갈것을 상상하면서..

 

역시나, 그녀석은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검은 고양이는 담이나 구멍으로 들어가지 않고 길 한복판을

 

달리고 있었다. 얼마나 따라갔을까. 긴 골목길의 커브를 꺽는순간

 

 

 

 

 

훅 ---------

 

내 앞에 지나치는 대형쓰레기차.

 

하마터면 그대로 치여서 골로 갈뻔했다.

 

순간 멍 해져서 길건너를 보자 그 고양이 녀석이 다시 표정을 짓는다. 마치 아깝다는 듯이...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고양이는 물끄러미 날 바라보다가 그대로  등을 돌려 밤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한동안 그녀석이 사라진곳을 보고있던 나는, 길가에 뭔가 떨어져 있는걸 보았다.

 

 

 

회색 고양이.

 

3일전에 본 고양이 시체였다.

 

'이녀석이 그때 내 행동을 보고..!'

 

 

 

 

라는 생각이 드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 고양이는 '영물' 로서 인식되고 있다.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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