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작전중 생긴일

coqltjr 작성일 07.08.06 13: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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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이름모를 골짜기... 저주받은 땅에서 국가방위에 전념하고 있을 당시의 이야기다....

 

상병 8호봉 곧 병장을 눈앞에 두고 분대장이 됐다.
그리고 이어지는 중대ATT 훈련... 대부분 1월경 정말 추운 날... 무박삼일(잠 안자고 삼일)작전을 나간다.

작전 이틀째... 추위와 바람에 노출되어 있었더니 두껍게 껴입고 왔는데 아무것도 안입고 온 것처럼 춥다. 이제 해가 다 저물어간다.... 젠장, 죽었다.... 뼈속가지 파고드는 추위가 느껴진다.... 세상이 끝난것도 아니건만 알수 없는 절망감이 나를 휘감는다. 

집합신호다....

 

분대장 회의에서 작전 개요를 하달받았다. 23:00시 까지 매복하며 대기하다가 공격한다.

대기 시간이 정말 싫었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 어금니가 부서질듯이 깨물고 몇시간을 앉아서 기다려야 했다.... 추위로 몸이 찠겨나가는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저 멀리 마을이 보이는 야산 중턱에 매복을 했다. 해가 지고 겨울바람은 더 매섭게 몰아쳤는데 멀리 아롱거리는 불빛을 보며 저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싶다는 상상을 했다. 청색으로 물들어가는 붉은 하늘에 총총히 별이 떠올라 장관을 이루었지만 경관이야 알바아니었다. 화장실이라도 좋으니 바람만이라도 피할수 있으면 좋겠다.

 

22:30분 소대장에게서 무전이 왔다. 분대원들과 장비를 점검하고 공격준비 하라는 내용이다.

달빛은 얼음처럼 차디차게 교교히 빛을 뿜고 있었다.

-자, 준비한다. 이동이다.

다들 얼어서 대답도 잘 못한다. 시파... 힘내 임마. 오늘만 참으면 복귀야. 따뜻하게 잘 수 있어...
숲에 달빛마져 막혀 분대원들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23:00시... 이동명령이 떨어지고 우린 소대장과 합류했다.

산을 몇개나 오르내렸는지 기억도 안난다.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춥지도 않다. 입김에 안면바스크가 얼어붙었다.... 얼마나 뛰어다녔을까.... 다시 분대장 회의가 열렸다.

 

03:00시... 우리 소대는 다시 방어 대형으로 산개하여 내일 아침까지 매복한다. 청군이 사거리에 들어오면 총쏘는 소리를 내고(어이없음...-_-;;) 무선으로 연락한다. 각 분대별로 교통로를 차단한다. 철마(가명)분대는 여기 산 굽이를 돌아 언덕 두개를 넘어가서 화망을 구성한다. 차후 다른 명령이 있을때 까지는 기도비닉(조용히하기)을 유지한체 대기하라.


난 명령대로 분대원들을 이끌고 매복지로 향했다. 그런데 산 중턱에 와보니.... 바로 아래 건물이 하나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도 직통으로 불어대는 바람막이 구실만 해줘도 어디인가? 원칙적으로는 산 중턱에 매복해야 하지만 소대장이 여기까지 혼자 와서 우리를 감시할리도 없다.

 

-가자, 내려가서 건물 뒤에 몸을 숨긴다.

나름대로 만약에 정말 만약에 청군이 여길 지나가거나 통제관(훈련중에 딴짓하는놈 검사하는 장교다)을 대비하여 우린 산과 건물 사이에 몸을 숨기고 도로를 향해서 매복했다. 마을 회관이나 그런 건물처럼 보였는데 마을에서 너무 떨어져 있었다. 저~ 멀리 마을 불빛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건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우선 피곤하고 춥고 배고팠으며 어서 빨리 날이 밝아 복귀하기만을 바랬다. 우리 분대원은 나까지 6명이었는데 3명이서 돌아가며 눈을 좀 붙이려고 노력했다.... 너무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차례가 돌아와서 웅크리고 있는데 어디서 두런두런 소리가났다.

 

-야, 쉬파 다 일어나 !!조용히해! 청군이다!

다들 긴장하고 도로를 노려보는데 아무도 안지나간다. 그리고 그 소리... 어디서 나는지 모르겠다. 전부 산간지에 그 사이사이는 논으로 구획되어있어 소리가 퍼져나가기 때문에 사실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여하튼 어떤 쉐키들이 근처에 있다는것은 확실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인적이 없자 2명을 남기고 각2명씩 한 조를 이루어 주변 정찰을 나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지만.... 아무것도 발견 못했다.

 

아군인가? 그럴것 같지도 않았다. 하다못해 우리 분대와 가장 가까이 위치한 다른 분대도 언덕 1-2개는 넘어가야 있을거다. 그렇게 한참을 긴장하고 있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그렇게 죽음의 06:00시가 찾아왔다(별 뜻은 없음. 해가없는 새벽보다 해 뜨기직전 온도가 2-3도 더 내려가기 때문에 이렇게 부르기도 함).

 

07:00시... 상황종료라는 소대장의 무전이 왔다. 길을 따라 이동하며 각 분대와 합류하고 있으니 우리 분대도 합류 준비를 하라고 했다. 오... 신이시여 이렇게 살아 돌아가는군요... 아.. 햇살의 따뜻함이여....
우리는 그 건물이 뭐였는지 돌아보지도 않고 서둘러 짐을 챙겼다. 그리고 한참 후에 우리 소대가 나타나서 합류하려는 찰나 소대장이 소리쳤다.

-야, 니들 안무섭드나?

뭔소리여... 씨파 우리를 붤로보고...

-거기 납골당인데 거기서 날셋나?

 ....-_- ...-_-;;...T-T;;

별... 희안한 곳에서 하루 보냇구만... 하면서 복귀했다.

그때는 무서운줄도 몰랐고 일단 너무 춥고 배고팠다. 그리고 그날 밤에 알았다.

우리 근처에 청군은 얼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럼 그 시간에 우리 근처에서 떠들던 놈들은 누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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