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여자..

불연화 작성일 08.04.09 02: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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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 아버지께선 심장이 안좋아서 시골에서 요양겸 소일거리를 하며 지내십니다.

워낙 개를 좋아하셔서 한시도 안키운 적이 없으시죠..지금도..

이 이야기도 그와 관련된 조금은 기괴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막 제대를 하고 복학 전에 아버지 계신곳에 내려가있던 때였습니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던 때라서 곳곳에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죠..

 

사실 전 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어릴때 물렸던 기억이 있어서..

어릴때도 아버지 대신에 사료를 챙겨주고 뒤치닥거리를 하곤 했지만 그다지 내키진 않았었죠..

 

이 이야기의 배경 당시 키우던 녀석은 세퍼트였습니다..암놈이었는데 덩치도 크고...이름은 둥이였습니다.

무엇보다 아주 순하고 영리해서 밥주는 주인을 알아보고 친근감을 표시하는게 

개를 싫어하는 저도 싫지만은 않더군요..

 

아버지 계신 곳은 동네 가장 안쪽에 땅을 사서 지은 집인데..올라오는 길 옆쪽은 아주 경치가 좋죠..

대문 앞쪽 바로 옆 개울 건너편에는 무덤도 있었죠..

그림으로 설명하면 좋겠지만 아무튼 집 마당에서 그쪽 무덤이 보입니다..골반높이의 담장을 사이로 두고..

 

그날도 여느날 처럼 점심을 먹고 응가-.- 를 치워주러 나갔죠..

한참을 흙을 버무리고(?) 있는데..

어떤 한 젊은 여자가 개울 건너 편 길을 따라 올라오는게 보였습니다..

명절때면 벌초하러 간혹 사람들이 다니기에..별로 신경 안쓰이지는 않더라구요..왜냐 젊은 여자니까..^^;

투피스를 입었는데 윗쪽은 붉은색 옷이고 아래쪽은 검은색 옷을 입은...결코 이상해 보인다거나 하진 않고 오히려 화사한 밝은 이미지의 여자였습니다.

 

나름 신경쓰며 하던 일을 멋지게(?) 하려고 애쓰는 동안 그여자는 마당에서 보이는 무덤가에 앉더니 꽃 몇송이를 내려놓고 조금 있다가 다시 내려가더라구요..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은 제가 요란스럽게 일을 하는데도 한번도 이 쪽을 보지 않더라구요..

그러다가 집 마당과 건너편길이 가장 가까워지는 곳 쯤 오더니(약 30미터쯤) 멈춰서서는 제쪽을 보고 고개를 약간 숙이며 인사를 하더군요,,얼떨결에 저도 인사를 했죠,,

멀어지는 뒷모습을 한참을 봤습니다..누굴까..궁금해하며..하던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개 나오는 티비프로^^;를 보시던 아버지옆에 가서 물었죠..

건너편 무덤이 누구 무덤이냐고..(사실 한번도 궁금해본적이 없었는데..)

 

아버지 설명인 즉슨..동네에 소위 지주집에 외아들이 있었는데..그만 오토바이 사고로 대학때 죽었다고 합니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으면 무덤을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하던데..암튼 이건 잘 모르겠고..

그 아들의 무덤이라는 겁니다..그럼 그여자는 누구지? 아버지에게 여자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날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멀쩡하던 둥이(하도 순하고 사람만 보면 좋아죽어서 순둥이하려다 지은 이름)가 아주 이상해진거 였습니다. 으르렁 거리며 저한테 이빨를 드러내고 위협을 하더군요..

아버지도 나와 보았지만 역시나 미치버린건지..금방이라도 공격할 자세로 짖기 까지 하더라구요..

저녁 무렵이 되어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밥도 줄 수 없겠더라구요..가까이 가면 공격할거 같아서..

어쩔수 없이 다음날 수의사를 불렀습니다..도저히 손쓸 방도가 없어서.

아버지를 도와서 목에 올가미를 매고 제압한 다음 마취제를 투여하니 한참을 난리를 치다가 잠잠해지더군요..

입도 뒤집어보고 눈도 보고..똥꼬에 온도계를 넣고..고개를 갸웃거리더니..수의사가 이상하다고 하더군요..

광견병 증상은 전혀 없는데 왜 이러냐고..그걸 전문가인 당신이 알지 우리가 아냐고..ㅡㅡ;;

아버지와 저는 얼굴만 서로 처다보았습니다..일단 주사를 놓고 갈테니..다시 이러면 연락하라더군요.

 

다음날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개 마냥 사방을 보고 짖어대고 지칠 때쯤은 무덤쪽을 보고 끙끙거리며...

아버지께서 조금만 더 지켜보자고 해서 어쩔수 없이 3일을 보낸후..둥이가 굶어죽을까봐 염려하시는 아버지의 명으로 ..

밥을 또다시 던져 주러 나갔습니다.

으르렁 거리는 둥이녀석과 한 몇발짝 대치하고 서선 눌린 돼지머리를 몇점 툭툭 던져주었습니다..

안먹더군요..간혹 물만 할짝거릴뿐...저러다 죽지..너 도대체 왜그러냐..쯧...

그런데 저 밑에서 그때 보았던 여자가 올라오는게 보였습니다..

무덤쪽에 이르러선 우리쪽 마당을 쓰윽 보더니..그러고 내 쪽을 보고 목례를 하는데..눈은 그대로 날 응시하며 마치 키득키득 비웃는것처럼 표정을 지으며..서늘한 느낌이 목덜미를 스쳐가는게 느껴졌지요..

옆에서 갑자기 둥이가 입을 실룩실룩 거리더니..오줌을 질질 싸는게 아닙니까..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며..

...

그여자 다시 길 아래로..내려가는데..부를려고 해도 입도 꼼작 달싹 하지 않고,,따라가보려는데 다리도 안 움직여 졌습니다.

정말 괴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부터 둥이는 말짱해진거 였습니다.

그런데...더 이상한 것은...그 여자의 얼굴이 도저히 기억이 안나더라구요...

그도 그런것이 제가 사람얼굴과 이름은 정말 기가 막히게 외웁니다..시내에서 마주치는 행인들도 몇십명씩 다시 마주쳐도 기억할 만큼..

그래서 그 여자의 얼굴이 안떠오르는건 설명이 안되더군요..그것도 두번이나 본 얼굴을...

둥이가 갑자기 나아진것에 의아해하시는 아버지께 말씀드리려 했지만 괜히 심장도 안좋으신데..말자..하고 그만 두었습니다..

 

그리고 추석이 왔고 친지들 시끌벅적,,,분주한 저녁..

의구심에 도저히 못이겨..조심스럽게 아버지에게 술한잔 하며 그 얘기를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마을회관에서 들었다던 뒷이야기는 과히 충격이었습니다..

 

그 지주내 외아들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을 당시 뒷자석에 한 여자가 같이 타고 있었답니다..

아들은 죽었지만..같이 병원에 실려갔던 그 여자는 얼굴이 아스팔트에 완전히 갈려 처참해졌지만 목숨은 건졌답니다..

회복후 신원을 파악하려 했지만..실어증 증세와 정신착란 증세까지 보여..정신과로 보내지고..얼마후 행방이 묘연해졌다더군요..지주네 부모님들이 몇번이나 찾아갔지만 붕대감은 얼굴밖에 못봤다던..그 여자..

얼굴이 모조리 망가져 숨구멍과 입만 겨우 붙어있던 그 여자..

 

전 아버지에게 그 여자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었습니다..

 

아직도 명절때면 시골집에 내려가 그 무덤을 보며 그 여자의 얼굴을 생각해보곤 합니다..
하얀 얼굴 바탕에 검은색 머리결만 떠오르는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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