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텁가위 작성일 08.07.24 14: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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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네..정말."

한참을 달려온뒤에도 여전히 비는 그치지 않고 하늘에서 주르륵 주르륵 내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건만
지금은 비때문에 아무도 없었다..
영업을 끝마치기엔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이런 날씨엔 장사를 할 순 없었다..


" 오늘도 공쳤네..마누라가 또 잔소리 하겠구만.."

김씨의 투덜거림이 계속 택시안에 울렸다.
사람이라곤, 아니 개미새끼 한마리라곤 없는
비오는 밤거리를 오로지 김씨의 고물택시 한대만 털털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김씨의 눈앞에 갑자기 무언가가 휙 지나가는게 보였다.



"어억!!!"


[콰앙]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알수없는 물체 하나가 택시앞 유리창으로 튀어올랐다.
비에 가려 도무지 확인할수가 없었지만 분면 사람 같았다..

김씨의 안색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사람인가..설마..설마!!!!'


김씨가 떨리는 손으로 차안의 내부등을 켰다.

유리창에 쳐발라 있는 시뻘건 피와 바닥에 놓여있는 남자의 찢겨진 머리.


"이럴수....가..."


김씨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젊은 남자의 시체가 김씨의 택시앞에 찢겨진 채로 놓여져 있다.
피는 흥건하고...몸은 갈기갈기 찢어지고...택시앞은 온통 피투성이에...
그리고 빛 한줄 없이 기분나쁘게 쏟아지는 비.


"어..어떡하지? 난...어떻게....해야..."


일단 주위를 살펴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김씨의 사고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했다.
바닥또한 쏟아지는 비가 핏자국들을 흔적없이 씻겨 내려주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김씨에겐 천우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김씨의 머리속에 온통 한가지 생각만 가득차기 시작했다.



도망가자..


"...이...일단 이 시체를 어..어떻게 처리해야 하는데...
제기랄...왜 이리..손이 떨려..."


김씨의 떨리는 손이 남자의 몸을 들이켰다. 목이 없는 남자의 몸은 마치 고깃 덩어리 같았다..

김씨의 움직임이 다급해졌다.

"..이..일단 트렁크에...전부 넣어버리고......"


김씨는 트렁크를 열고 남자의 시체를 구겨넣었다.
하지만 차 트렁크가 너무 낡아선지 머리를 집어넣자 다시 열리곤 했다.
특히 머리가 들어가면 트렁크가 계속 열리곤 하는게
김씨의 마음을 더욱 다급하게 만들었다.


"비..빌어먹을!!!!"


어쩔수 없이 일단 남자의 머리를 비닐봉지에 싸 조수석에 놔 둘수 밖에 없었다.
날이 개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
비가 그치면 시신이 발견 되기 쉬운 곳이 였기 때문에
어디에도 버릴만한 공간이 없었다.

또 섣불리 버렸다간 누군가 발견해 신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김씨의 두려움을 더욱 크게 만들어 이성적인 생각을 못하게 만들었다..


김씨가 시동을 걸자 털털거리며 차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는 계속 쏟아지고 있었고 김씨의 차와 바닥에 흥건했던 피를 전부 씻어주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김씨의 머리에 문득 떠올랐다.


"비오는 날 이런 사고가 난게 오히려 다행인거야..아무도 안본게 정말 다행이지..."


다시 비오는 밤길을 김씨의 택시가 달리기 시작했다.


"어.엇!!! 뭐야!!!!!"


[끼이익!!!]



사람이였다.
택시앞을 누군가 가로막고 서있었다. 조금만 브레이크가 늦었어도 택시로 칠 뻔한 순간이었다.

불빛 사이로 여자 한 명이 비를 맞으며 차앞에 양손을 벌리고 서있었다.


"태워줘요!!"


김씨는 순간 화가나 소리쳣다..


"다..당신 미쳤어??"

"태워줘요...이렇게 안하면 어느 누가 세우겠어요? 이 비오는 밤에..좀 태워줘요."

"아..안돼요..영업 다 끝..."

"승차거부로 신고해버릴거에요!!"




'이런..!!'

김씨의 머리속에 온갖 욕들이 들이차올랐다.
하지만 진짜로 신고할지도 모르고..그러면 이 사고도 들키고 말지 모른다...

태워줘야만 한다...



여자가 차안으로 들어서며 뒷자석에 앉아 비에 젖은 머리를 매만졋다.

"어휴!! 왜 이리 비가 많이 와..술 좀 그만 마셔대야지
..미안해요? 호호.."


술냄새가 차안에 진동하고 있었다. 술에 잔뜩 취한 듯 한 여자의 흐트러진 모습이
김씨의 두근거리는 마음을 조금 진정시키고 있었다.
아무래도, 술에 취하면 제대로 기억하지는 못할 테니까..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다. 태우고 내려주면 그만이야.



"......어디로 가요?"

"oo아파트로 가주세요.."




김씨의 택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동안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김씨가 룸미러로 흘깃 보니 여자의 얼굴은 매우 아름다웠다.
차갑고 냉정한 성격같은데 술에 너무 취해 약간 흥분한 듯 보였다.

여자가 술냄새를 풍기며 조용했던 침묵을 깨고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이...나 기다린다고 그이가 나와 있으면 안되는데..."

'!!!!!!'


김씨의 심장을 멈추게 할뻔 한 여자의 말.

'쿵쿵..'

"그..이라뇨? 이 밤중에 마중..나오기는..좀..그렇지..않나요?"


여자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아저씨이..우리 그이는 날 너무 사랑해서 맨날 나를 마중나오곤 한다고요..
근데 이렇게 비가 온다고 안 나온다면 나에 대한 사랑이 식은거죠..뭐"


김씨의 심장이 빨라졌다.

'쿵..쿵..'

"기다리다가 날보고 웃으며 반겨주는 그 이 표정이 얼마나 멋진지 알아요?
그런데 이상하죠..이미 그이가 나올시간이 지났는데."


'쿵..쿵..쿵..쾅..'


"안나오나? 전화를 해봐야 하나?"


'전화???'


여자가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조금후 신호음이 가면서 전화가 걸리는게 김씨의 귓가에도 들렸다.



김씨의 머리속이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심장이 이젠 터질듯이 튀어오르고 있었다.



[띠리리리리리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작은 신호음 소리.
여자가 뒤를 돌아봤다. 차 뒤에서 들리는 작은 벨소리...

여자가 갸우뚱거렸다.

[띠리리리리리리리리]



"...아저씨....차 뒤에서....벨소리가 나는 것 같네..호호..내가 술이 넘 취했나..."



[띠리리리리리리리리]



"아닌데...이상하네.."


순간, 김씨의 귓가에 나직한 말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김씨는 공포에 질린 눈이 서서히 옆자리의 비닐봉지를 향해 돌아갔다.
그의 옆에 있는 머리가 든 비닐 봉지가 작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말도 안되..."

김씨의 눈이 다시 천천히 룸미러를 향해 돌아갔다...


가만히 여자가 차갑게 그를 응시하면 입을 열었다..


"자.기. 머,리.만.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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