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고속도로에서 있었던일..

고고황대장 작성일 11.12.30 11: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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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쪽에 랜트카 업체분이야기 읽고 저도 버뜩 생각나서 글올립니다.

 

1999년 대학시절 여름방학때였습니다.

집에서 자고 있는데 밤 12쯤 전화가 왔습니다.

'아무게 형 방금 사고로 돌아가셨다. 시간되면 쫌 내려와서 도와줘..'

강릉에 있는 친한선배 한분이 낚시 하러갔다가 실족해서 사고를 당하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너무 친하게 지냈던 선배라 경황도 없고 무조건 차키들고 냅다 밟았습니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밤시간이라 속도좀 내면 2시간이면 충분하다 싶었지요.

정신없이 운전하다 영동고속도로 이천부근을 지날때였습니다.

이곳은 지형때문인지 새벽시간에는 유난히도 안개가 많이 끼는곳이죠.

안개가 너무 짖게 끼어서 어쩔수 없이 속도를 줄이고 깜박이 까지 키면서 60키로 정도로 운전했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가는데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안개구간은 사실 그리 길지 않거든요 60정도로 간다고 해도 5분정도만 가면 통과하는데

문득 바라본 시계는 거의 10분이상을 안개속을 달리고 있었구요..

더 무서워진건 그 10분동안 마주오는 차선의 차도, 나를 추월해간 차도, 그리고 내가 추월한 차도, 그리고 주변에

차량의 미등이나 헤드램프하나 볼수 없었던 겁니다.

망망대해같은 안개속을 10분동안 혼자서 운전하고 있었던거죠.

친한 형님의 사망소식과 이런 묘한 상황이 정말 오금이 저려와서..

안개속인데도 불구하고 엑셀을 힘껏 밟았습니다.

쭉!쭉! 밟아 엄청난 속도로 그냥 달렸습니다.

그러자 바로 안개가 사라지고 탁 트인시야가 나왔구요..

하지만 무서움은 사라지지 않고 더 심해지더군요...

아직도 차가 한대도 나타나지 않았으니까요.. 여기가 무슨 캐나다 로키산맥도 아니고..

대한민국 휴가철 영동고속도로에 차 한대 안지나간다니..

근데 바로 이때..

룸밀러너머로 밝은 불빛이 보였습니다.

이 차도 안개속을 지나와서인지 하이빔을 켜고 운전중이더군요.

뒷차가 나타나서 안심도 되고 맘이 좀 놓였습니다.

근데 순간적으로 뒷차가 사라진듯 하더니 바로 제옆에서 달리고 있더군요..

차종을 보니 겔로퍼인데 아주 다 떨어진 걸레같은 차더라구요..

겔로퍼 주제에 무지 빠르네 생각하고 제차 속도계를 봤는데 160이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얼마나 밟고 있는거야하고 다시 옆을 봤는데 겔로퍼는 사라지고 없더군요..

앞쪽도 뒷쪽도 옆에도... 증발해 버렸습니다.

전 바로 문막휴게소로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이 좀 있는곳에 오니 무서움은 가셨지만..

손이 덜덜 떨려서 도저히 운전을 못하겠더군요..

화장실조차도 사람이 너무 없어서 못갔구요..

앉아서 담배 반값 커피 서너잔을 마신후에야 겨우겨우 강릉으로 갈수 있었습니다.

그 날 그 곳 그 시간에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많은 우연이 겹친건지..

겔로퍼는 너무 밟아서 사고가 나버린건지..

머리속으로는 이렇게 이해하고 싶은데.

아직도 슬쩍본 겔로퍼의 비현실적인 표현할수 없는 느낌은 이해할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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