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집

엉덩이를씰룩 작성일 12.07.28 11: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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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입니다. 그다지 무섭지 않습니다..




삼겹살 집


가게는 아직 한산했다. 남편은 나에게 또 신경질을 부리고 있었다. 남편은 삼겹살집으로 돈이 좀 모이자 다른 사업도 해보겠다며 손을 벌렸고, 크게 실패해 빚만 잔뜩 얻었다. 이후로 가게에 손님이 없으면 툴툴거리며 이곳저곳 시비를 걸었다. 남편이 때로 나에게 욕설을 내뱉어도 그러려니 하곤 했지만, 이제 갓 돌을 지난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일까지 끄집어내면 마음이 정말 아팠다. 예전에 아이가 감기에 걸려 열이 올랐을 때, 놀란 나는 따뜻하게 하면 감기가 떨어질까 싶어 이불로 꽁꽁 감싸 보일러까지 올렸다. 그런데 그것으로 열이 더 올라 아이 눈이 뒤집히며 경련까지 일으켰다. 늦은 밤이어서 결국 구급차를 불렀고, 응급실 치료비용으로 10만원 너머가 들었다. 남편은 나를 멍청한 년이라 부르며 너 때문에 돈은 돈대로 애는 애대로 날렸다고 욕을 했다. 이후 나는 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저 죽을죄를 지은 기분으로 아이를 바라보았고 다음번엔 꼭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리라 생각했다.

저녁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들어왔다. 인건비를 줄이려고 알바생 없이 남편과 내가 일을 모두 하는데, 오늘 따라 손님이 무척 많았다. 남편은 들뜬 표정으로 바쁘게 움직였고 나도 땀을 뻘뻘 흘리며 바삐 움직였다. 평소에도 손님은 있었지만 오늘처럼 가게가 꽉 찬 적은 없었다. 한 손님이 빠지기가 무섭게 다음 손님이 들어왔고, 불판도 몇십 개나 갈아댔는지 셀 수가 없었다. 한창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기 울음소리가 크게 났다. 손님들은 불쾌한 표정으로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았고 남편은 나를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 서둘러 아이에게 가자 아이 머리가 불덩이 같았다. 물수건으로 이마와 몸을 닦아보며 열심히 달랬지만 나아질 생각을 안했고 손님들은 주문이 안 나온다고 불평을 했다. 남편은 급한 대로 일을 하면서 나에게 멍청한 년, 가게 다 말아먹을 생각이야? 하며 욕설을 했다. 빨리 아이의 열을 내리는 게 급했던 나는, 결국 아기 몸을 흠뻑 적신 물수건으로 닦아내고, 고기를 저장하는 큰 냉동고에 아이를 넣었다. 울음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손님 시중을 들던 남편도 더 이상 무어라 하지 않았다. 손님은 계속 들어왔고, 고기를 굽는 더운 열기에 우리는 온몸이 흠뻑 젖어버렸다.

한참이 지나고 늦은 시각, 마지막 손님이 나가고 우리는 기진맥진해서 쓰러졌다. 이렇게 손님이 가득했던 날은 처음이었고 오늘 매상은 톡톡했다. 오늘부로 남편의 욕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쩐지 무섭고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끈덕진 고기 냄새가 무서운 죽음의 흔적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때, 나는 화들짝 놀라 부엌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냉동고 앞에 서서, 유난히 크고 무거운 냉동실 문을 열었을 때, 나는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안에는 이제 갓 돌을 지난 아기가 냉동실 문으로 간신히 기어간 채, 얼어 죽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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