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에 관한 진지한 고찰

dldlffo 작성일 12.09.07 16: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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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살면서 귀신을 경험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귀신이 인간 모두의 육안으로 관찰되는 상황이라면 귀신은 곧 전멸할 거란 지론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과학자들이 가만히 두지 않겠죠.

형체가 있는데 물리적인 투사는 될 수 없는 귀신의 초자연적 성분.

자유롭게 시공간을 넘나들고 인간의 범용한 수준을 넘어선 귀신의 전능한 능력.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는 인간에겐 너무나 좋은 실험 대상일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귀신의 실체란 결국,

인간의 인지 능력에서는 감지할 수 없는 미지의 공포와 호기심에서 기인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형태도 각 나라마다 다르고 처벌이나 복수의 방식도 민족과 다양한 문화적 특성에서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또한 생전 인간이었을 때의 본 모습. 어떠한 동기로 원한을 품고 귀신이 되었는지.

복수가 성취되었을때 어떤 식으로 승화되는지도 전부 다릅니다.

심지어 무장 수준(?)도 다릅니다. (처녀 귀신이 아무래도 최고 유단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설화나 민담 전설에서 전해지는 초자연적 존재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학자들이 이런 결론을 냅니다.

'인간의 유한함을 영생의 욕구로'  '권선징악의 심판자들' 

'이승에서의 불행과 고난을 사후 세계에서 보상받으려는 욕구' 등

 

어떠한 것이든 개개인의 공포에 노출되는 빈도와 저항치가 다름에,겪어내는 공포와 강도와 밀도도 다릅니다.

그리고 평소의 정신 건강이 분명히 작용하는 것도 정설입니다.

공포 역시 사회적 학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귀신의 매개는 한이나 억울하게 죽은 시체나 당사자가 특별히 여긴 개인 소지품일 겁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시체를 은연중에 무서워하고 죽음이란 존재를 시체를 통해 상기합니다.

허나 생로병사는 인간의 순리로 자연의 섭리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습니다. 사물도 그저 사물일 뿐이죠.

 

제가 고등학교 1학년때 할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1년 이상을 병치레를 하셨고 뼈만 앙상해서 너무 참혹했었습니다.

돌아가시고 할아버지가 쓰시던 방을 제가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늘 누워계시던 자리에 그대로 이불을 깔고 자곤 했습니다.

(이쯤되면 무언가 극적인 전개가 있어야겠죠?)

네. 저는 그 이후로도 그 방에서 잘 생활했습니다.

 

어릴때 자란 시골에선 여름때마다 피서객들이 많았습니다.

한해에 곧잘 1~2명씩 익사 사고가 있곤 했습니다.

어느날 아는 동네 형이 시골에 놀러온 사촌 동생을 데리고 수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형이 수영을 잘못하는 사촌 동생을 수심이 깊고 유속이 센 곳으로 데려갔다가 사촌 동생이 익사를 했습니다.

제가 바로 그 근방에 있었고 사촌 동생이 몇번 허우적거리다 빠지는 것 까지 그대로 보왔죠.

그 동생은 그날 온 동네 아저씨들이 수색을 했는데도 못 찾았고

이후 장마철이라 보름후에 한참 떨어진 강하류에서 건져냈습니다.

동네 아이들과 저는 그 이후에도 그 동네 형 사촌 동생이 빠진 부근에서 수영도 많이 하고 고기도 실컷 잡고

밤에도 수영을 즐겼고 비가 올때에도 놀았습니다. 한번도 저의 발을 누가 잡거나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하루는 피서객 중에서 어른이 술먹고 수영하다 익사를 했습니다.

여울 있는 곳이라 또 바로 못찾고 며칠 후에 전문 잠수부가 동원되어 찾았습니다.

평일에 익사했는데 토요일에 수영하러 갔더니 온갖 사람들이 다 몰려와 구경하더라구요.

가서 구경하고 있자니 두어시간 후에 잠수부가 시체를 찾아서 뭍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먼 발치에서 봤는데 살결이 무슨 천엽처럼 되었고 나풀거리는 두부같았습니다.

다슬기 (저희는 골뱅이라 했는데)가 온몸에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그 어른이 익사했던 지점에서도 늘 실컷 수영하고 놀았습니다.

 

2009년에 제 친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1년이 훨씬 지나서 알게되었는데 그 심정이 너무 고통스럽더군요.

자주 만나지 않아도 어딘가에 있다고만 알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을텐데.

이제 만날 수도, 이야기 할 수도, 장난도 칠 수 없다는게 무참했습니다. 그냥 단절인 것이죠.

지금도 새벽에 홀로 있으면 가슴이 옥죄이는 느낌이 듭니다.

그 친구가 죽기 1년 전에 저한테 한번 만나자고 문자를 했는데 제가 그때 다음에 만나자고 얼버무렸죠.

그게 회한이 되어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다시는 못본다는 현실이 까마득한 느낌이 된 것이죠.

그렇게 생각했건만 그 친구는 제 꿈에 한번도 나온적이 없습니다.

 

초등학교때 학교 가는게 싫어서 2개월을 땡땡이를 쳤습니다.

지금이야 난리나지만 당시엔 딱히 학교에서 연락도 없었습니다. 저희 집이 전화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산속에서 하루종일 빈둥대다 오곤 했는데 거의 산소 옆에서 놀았습니다.

터가 넓고 트여서 혼자 자고 도시락 먹고 놀기엔 제격이었죠. 저녁 어스름때도 놀았습니다.

간혹 서낭당 안에서도 놀았습니다. 요란한 그림들과 생쌀과 촛불이 켜져있던게 생각납니다.

그래도 아무 일이 절대 없었습니다.

 

시골 구석에 아스팔트로 포장을 한 도로가 생겼습니다.

인적이 없으니 차가 쌩쌩 다녔습니다.

어느날 동네 연로한 할아버지가 만취해서 도로에서 취침을 하시다

달려오는 차에 목이 훼손되어 절단이 되어 사망했습니다.

1주일 후에 피의자도 구속되었죠. 당시에 cctv가 없어서 가가호호 경찰이 탐문

수사를 해서 피의자의 차에서 나온 혈흔과 살점으로 혐의를 확인했습니다.

그 사건 바로 옆에 구멍가게가 있었는데 그 구멍가게 할아버지가 피해자 할아버지가 자꾸 꿈에 나타난다고 해서

동네 사람들이 굿을 했습니다.

밤에 저는 그 현장에 이따금씩 자전거를 타고 가서 기다려보았습니다.

네 저에게는 아무일도 없더군요.

 

교회를 다녔는데 후배 한명이 어느날 청년부 예배때 솔직하게 털어놓더군요.

자기 눈에는 귀신이 보인다고.

그래서 제가 귀신이 보일때 이야기좀 해달라고 했습니다.

제 눈에는 아무 것도 전혀 안보였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어떤 후배가 자기는 귀신을 본다고 했습니다.

너무 자주 본다고 무서워하더군요.

어느날 사무실 구석에 귀신이 있다고 그러는데

아무리 들여보고 손으로 휙휙 저어봐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어 자주 장례식을 참여해도 살아 생전의 고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궁금할 뿐이고.

여행을 다니다 폐가가 있으면 들어가서 누가 여기 살았을까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폐가 방안에 나뒹구는 물품들을 보면서 생활 수준이나 기호. 가족 구성 같은걸 추리해봅니다.

고고학자들이 이러겠죠.

 

얼마전에 고성에 있는 송지호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다녀왔습니다.

서울 춘천 고속도로를 타고 홍천과 인제로 해서 고성을 경유하고,

속초로 내려와서 영동으로 돌아오는 재밌는 여행이었습니다.

서울 춘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묘지가 잔뜩 있는 곳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지명을 모르겠습니다)

거기에서 제가 와이프에게 문득 그런 이야기를 했죠.

" 여기 누워있는 이들이 생전에 여기 와서 안식을 하게 될 것을 알았을까? 다들 무섭고 혐오하는 묘에 자신들도 언젠가 들어가 뉘일텐데 왜 묘만 보면 생전의 고인의 삶이나 남은 가족의 추모된 마음보다는 귀신이나 좀비만 잔뜩 생각할까? "

 

저는 귀신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표현은 자유니까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밤 낚시도 숱하게 다녀보고 캠핑도 실컷 해보고 밤에 산속이나 묘를 지나다녀봐도 귀신을 본 일이 한번도 없네요.

은근히 한번 보여주길 바라며 기원해봐도 제가 살아온 삶에는 그런 초자연적 존재가 드러난 적이 없습니다.

 

무서운 글터를 수년동안 너무 재밌게 보고는 있는데,

좀더 극적이고 개연성 있는 글에서 저는 일부나마 공포의 원형과 실체를 파악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귀신은 없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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