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나간 노파

므흐읏 작성일 14.03.26 11: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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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낡은 슈퍼마켓 평상에는 언제나 꾸부정한 자세로 앉아있는 노파가 있었다.
평상 주변을 서성이다가 멍하니 앉은 채 시간을 보내는것이 노파의 유일한 하루일과였다.

우린 그 노파를 정신나간 할매라 여기며 일채 말을 걸지 않았다.
집에 가는길에는 반드시 마주쳐야 하는 거리였기때문에 그가 무섭기까지 했다.

어느날은 친구 A가 기분나쁜 표정으로 노파에 대해 말을 꺼냈다.
"그 할마시가 나보고 이상한 말을 했다"

A가 혼자 평상을 지나칠때 노파가 넌지시 말을 던졌다는 것이다.
"많이 아플낀데 괜찮겄나? 괜찮겄나?" 하고 말이다.

얘기를 전해들은 친구들은 너나 할것없이 노파에게 저도 한마디씩 들었다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 그! 그! 정신나간 할마시 재수없다 고마" 침을 퉤 뱉으며 A는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우리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저 노망난 노파가 헛소리를 했겠거니 싶었으나
다음날 다같이 A의 병문안을 가야만 했다.

뜬금없이 비탈길에서 굴러 떨어진 A는 목에 깁스를 한채 우리를 맞이했다.
A는 아무일도 아니라는듯 너털웃음을 지어보였지만 우린 묘한 표정을 감출수없었다.

문안을 마치고 병원문을 나서는데 하루종일 얼굴이 시퍼렇던 친구 B가 기어이 말을 꺼냈다.
"할마시가 내한테도 개소리 했는데 우짜노 우짜노 나 죽을수도 있다"

얼굴이 찌부러질듯 인상을 쓰며 B가 하는말은 다시금 우릴 긴장케 만들었다.
B는 노파에게 "칠칠맞은것도 유분수지 니 뼉다구를 흘리고 다니노" 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우린 B에게 별거 아니겠지 라는 허탈한 위로 밖에 해줄말이 없었고
다소 불안에 떨며 지내는 B를 바라보는 수 밖에 없었다.

정신병자 마냥 눈이 어두침침해져 가는 B를 놀리는 무리도 있었으나
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B는 정상적인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자신을 놀리던 무리와 치고박고 싸워 이빨이 몇개 나간것을 제외하고 말이다.

재밌는것은 나도 그 노파에게 이상한 말을 들은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홀로 집에 귀가하던중 평상에 앉은 노파가 무슨일인지 살살 웃으며 내게 말했었다.

"하이고 친구들끼리 사이좋게 집에가네" 라고....

난 아직까지도 노파에게 들은 얘기를 친구들에게 얘기한적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말하기가 꺼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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