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무실 이야기 1.

hyundc 작성일 23.09.20 19: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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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들려드릴 이야기는 어디서 부터 어떻게 시작 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가공된 이야기 라면 이렇게 시작 해서 이런 저런 일을 엮고 이렇게 마무리 해야겠다 라는  

얽개를 생각해 놓고 시작 하는데,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 드리는건 생각 보다 까다롭습니다.  

사실 실제 경험들은 생각만큼 드라마틱한 서사로 벌어지는게 아닌 까닭에 이 이야기도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말씀 드리자면 글을 시작하면서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 하겠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오랜만에 들려 드리는 실제 경험담 입니다.

그런데 이게 워낙 황당한 이야기라 어떤식으로 전개 해야 할지는 쓰면서 결정 해야 겠습니다.  

너무 비 현살적인 이야기들이라 현실감 있게 느껴지게 하려면 가공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가공을 하는게 맞는지 그냥 그대로 쓰는게 맞는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사업을 새로 시작하기 위해 경기도 모 위치에 있는 지식 산업 센터에 입주했습니다.  

지식 산업 센터라고 말하면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말하자면 아파트형 공장과 일반 사무실 빌딩 중간 형태라고 이해 하시면 됩니다.  

큰 평수도 있지만 보통 20~30평대가 많아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회사가 많이 입주 합니다.  

 

저도 새로 사업을 시작 하지만 전 직장 직원 1명과(똘이군 이라 칭하겠습니다) 같이 시작 하기로 한터라 큰 사무실이 필요 없었습니다.  

계획만큼 커질때까지 일단 둘이 대부분 일들을 소화 하자는 계획 이었습니다.  

저는 기존 회사에서 먼저 나왔고 같이 하기로 한 똘이군은 여러 사정이 있어 한달 후 회사에 합류 하기로 했습니다.  

 

경기도 외곽에 있는만큼 빌딩 임대료가 많이 저렴 했습니다.  

관리비도 저렴하고.  

처음 산업 센터 단지가 조성 될 시기라 주위 공사 소음, 대형 트럭, 분진 같은 환경과

식당이나 여타 다른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이라는 문제가 있었지만, 워낙 임대료가 저렴해 이것저것 가릴 게재가 아니었습니다.  

 

임대 했던 사무실은 12층 이었는데 긴 복도에 다닥다닥 양쪽으로 사무실이 쭉 나열돼 있는 구조 입니다.  

제가 거의 초기 임대자였습니다.  

출퇴근 하는 사람 보다 공사를 마무리 하는 인부들이 더 많이 눈에 뛸 정도 였으니까요.

임대 계약을 하고 혼자 사무실 세팅하고 며칠간 바쁘게 지냈습니다.  

보아하니 다른 사무실은 아직 임대전이라 텅비어 있는 것 같고 저희 옆옆 사무실 복도 맨 끝 위치에 있는 1206호 문이 잠깐 열렸던 걸로 봐선  

저희 회사와 1206호 두군데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듯 했습니다.  

 

초기에는 별 일 없었습니다.  

저도 사무실 세팅 하느라 바빳고 세팅 마무리 후에는 똘이군이 오기전까지 미라 해놔야할 서류 작업들이나 회사 설립 문제들로 정신 없었으니까요.  

출 퇴근도 맘에 내키는 시간에 나갔다 마음 내키는 시간에 퇴근하고 그랬습니다.  

 

 

 

 

2.

 

 

어느 날 저녁까지 사무실에 앉아 있는 날 이 있었습니다.  

일곱시는 넘었고 여덞시는 되지 않던 시간 이었습니다.  

회사 문이 커다란 쇠문 입니다.  

보통 회사들은 입주하면서 유리문으로 인테리어를 하는데

어차피 빨리 회사를 키워 큰 곳으로 나갈 욕심에 그냥 쇠문 그대로 달아 두고 있었습니다.  

평소 있을때는 그냥 닫아 둔채로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복도에서 누군가 스윽스윽 걸어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슬리퍼를 신은체 천천히 걸아가며 신발이 철벅철벅 끌리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처음에는 그저 아! 1026호에 누군가 입주해 있긴 있구나 라고 생각 했습니다.  

막연히 나 혼자 입주해 있는건 아닐까? 라고 생각하다 보이지도 않고 실체도 없지만 누군가 동지가 있는걸 확인한 듯한 어설픈 반가움이 밀려 왔습니다.  

그런데 1026호로 가려면 가고 말려면 말 것이지 계속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뭐지 저 양반? 자기 사무실 가려면 빨리 갈것이지 뭘 이리 방황해? 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 귀를 기울여 보니 낮은 목소리로 뭔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듯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려려니 하다가 오분이 지나고 십분이 지나도 계속 복도를 그렇게 걸어 다니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가서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복도를 바라 봤어요.

어? 그런데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복도에 불을 켜놓지 않아서 복도 전체가 시커멓습니다.  

아니, 아무리 사무실 입주를 안했다고 저녁인데 불도 안켜놓고..........

뭔지 이유를 모르지만 불쾌한 기분이 쫙 몰려 옵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그저 누군가 지나갔는데 내가 보지 못했거니 생각 했습니다.  

이유 모를 찜찜함에 그 날은 바로 정리하고 나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나흘 정도 지났을 겁니다.  

그때는 여덞시가 조금 지난 시점 이었는데 또 누군가 복도에서 철벅철벅 슬리퍼 소리를 내면서 걸어 갑니다.  

이상하게 그때는 쮸뼛 하더니 피가 꺼꾸로 도는 느낌이 듭니다.  

예의 그 노래를 낮게 조용히 부르면서 걸어 가고 있더군요.  

아무래도 지금 입주한 사무실은 1026호 하고 내 사무실 밖에 없는데 이 양반 참 매너 없는 양반이네 라고 생각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조금씩 노래 소리가 자세히 들리기 시작 하더군요.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 잎처럼~~~'  

 

이 노래를 아주 굵은 목소리 저음으로 뇌까리듯 부르며 다니고 있습니다.  

와씨, 갑자기 이유를 알 수 없게 오싹하며 공포감에 휩싸입니다.  

야 밤에 저 노래를 부르면서 슬리퍼를 끌고 복도를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거예요.

그 것도 복도는 불도 안켜져 깜깜 한데.

 

저는 숨을 죽인체 바깥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 합니다.  

신발끄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습니다.  

뭐지? 왜 걷다 멈추지? 노래 소리는 계속 들리는데.........

이상 합니다.  

많이 이상 합니다.  

어? 이 소리는 분명 저희 사무실 현관 문에 대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게 틀림 없습니다.  

 

'가고 없는 날 들을~~잡으려 잡으려~~~'

 

온 몸에 털듯이 일시에 비명을 지르며 일어 섭니다.  

이거 뭐지? 저 인간 뭐야?

그런데 노래 소리가 뭐랄까? 웃음기가 가득 서려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 놀릴때 한껏 웃음을 참으려 속으로 킥킥 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너무 놀라 비명도 나오니 않는데 12층 사무실에 갖혀 있으니 도망갈 곳도 없습니다.

저는 뭐에 홀린듯 벌떡 일어나 아주 빠른 속도로 현관 쪽으로 튀어 나가 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이게 무슨 용기가 나서 문을 연게 아니라 너무 겁에 질려서 연거예요.  

 

그런데..........

아무도 없습니다.  

사무실 복도는 예의 시커먼 어둠만 웅크리고 앉아 있어요.  

그러다 갑자기 굉장한 분노가 일어 납니다.  

1026호 사람이 그런 것이라 생각 했거든요.  

내친 김에 문을 열어 고정 시켜놓고 1026호로 향했습니다.  

복도가 너무 컴컴해 저희 사무실 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밝혀 두려구요..

그리고 문을 쾅쾅 두들 겼습니다.  

 

"저기요. 여기 사람 계시죠?"

 

하...........

 

아무런 인기척이 없습니다.  

몇번 더 두들기고 기다렸는데 안에서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자 저는 다시 굉장한 공포감에 휩쌓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그 날도 사무실 정리 하는둥 마는둥 빠르게 빠져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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