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첫사랑은 누구인가요? (추억..그리고..)

pplove 작성일 15.10.07 16: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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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 아들 그리고 세상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무뚝뚝하지만 속깊은 아내를 둔 80년대생 유부짱공인입니다.

정말 사실만 말씀드리자면 이글을 쓰게 된 계기는 별것 아니었습니다.

전 한국서 비행기로 15시간정도를 날아와야 도착하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습니다.

지방대 나와서 해외라고는 한번도 가보지 않았을 뿐더러 초중고..대학교까지 집에서 벗어나본적이 없는 촌뜨기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나름 한국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파란눈들 사이서 자존심 챙겨가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ㅜㅜ) 

보람도 있지만 가끔 가족들이 너무 그립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마치고 혼자 남아있는 시간엔 주로 그날 그날 했던 한국방송보는 걸로 시간을 보내다 잠이 들곤 하는데요...며칠 전에 비정상회담을 보다가 깔리는 음악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사실 잊고 있었지만 의미있었던 노래였구요...

제목은...I don't wanna miss a thing...

 

20여년전으로 돌아갑니다. 휴~~ 중학교때 첨으로 어머니의 성화에 못이겨 학원이라는 곳을 처음 가보게 됩니다.

첫날 수업을 끝내고 당시 학원 내 자습실이란 곳을 처음 갔다가...가슴벅찬 먼가를 느끼게 해준 그녀를 처음 보게 됩니다.

용기를 낸 저에게 다가와 준 그 친구가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학원보내줬더니 연애질이나 하고...ㅋㅋㅋ)

생머리에 하얀 백바지가 정말 잘 어울리는 친구였고 눈웃음이 짙지만 저보다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는 바른 친구였습니다.

주로 넓디 넓은 언덕이 펼쳐진 인적이 흔치 않은 곳에서 같이 그네도 타고 이런 저런 얘기도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같이 보냈습니다. 너무 좋았고 행복했습니다. 마냥 좋았습니다...무엇보다 순수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시간은 흘러흘러 전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한살 어린 그 친구는 아직 고3이었고 자연스레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었습니다. 그때는 왜그랬을까 모르겠지만 저때엔 대학생이 되면 어른이 다 된 것 같았습니다.

다들 하던것 처럼 매일 술이었고 새로운 친구들 그리고 여자들...사실 전 공대나왔으나 화학쪽전공이라 여학생들이 괘 있었습니다. 전공나뉘기 전엔 6대4정도? 아무튼 그랬습니다.

하지만 맘속엔 그 친구가 항상 있었습니다. 그게 크든 작든 제가 돌아갈 곳은 거기뿐이라 생각했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찾아갈 수 있는 곳에 살고 있었지만 맘속으로 항상 그리웠습니다. 아마 그랬을 겁니다.

 

대학1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또 다른 시작이 저에게 찾아왔을때즈음 강의마치고 과친구들고 단대(저희쪽은 단대라고 했는데...이거 공용어맞죠? ㅋ)한답시고 학교 근처서 술자리를 하고 있었는데 삐삐에 메시지가 왔습니다.

그 친구였습니다. 꽤 간만에 연락이라 너무 반가워 단대고 머고 바로 자리를 떳습니다.

하지만 가면서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에겐 한창 수능준비할 시기였고 고민도 많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지만 딱히 제가 그 고민을 들어주거나 좋은 충고를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생각했기 때문에 (그 친구가 저보다 공부를 잘했음) 좀 뜬금없단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더더군다나 그녀의 통금시간이 8시라는 걸 감안하면 돌아가는 버스안에서 7시가 넘어가는 걸 확인하고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었었죠.

 

저희는 바닷가를 걸었습니다. 간만에 보는 거라 너무 반가웠고 가슴벅찼지만 술도 한잔 했었고 혹시나 술냄새 담배냄새 날까봐 말을 아꼈었죠. 그냥 한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앉았습니다. 할말이 있다네요.

부모님 하시는 사업이 미국쪽으로 확장되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네요. 그것도 갑자기...사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이유가 그러했던것 같습니다. 수속밟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것 같지만 그 해 안에는 간다고 했습니다.

 

그 얘길 듣자마자 눈물이 났습니다. 이루고자 했던 마음이나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어렸을 땐 제가 정말 좋아했던 김건모 노래 가사처럼 (소중한 사랑일 수록 아껴줘야 하는 것....김건모 3집 너에게 中 )지켜주고만 싶었고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그 친구를 위한 것이라 수만번 되뇌였었죠...

왜 그런거 있잖아요. 좋은데 너무 좋은데 제 자신이 왠지 그 친구 손에 물을 뭍힐 것 만 같고 고생만 시킬 것 같고

어릴 때 그 마음이 사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큰 마음 뒤엔 자신이 없었습니다...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한심한거죠.

그래서 눈물이 났습니다. 안가면 안돼? 왜 가야 하는데? 라고 말할 용기도 없이...

그런데 그 얘길하고 난 후 저에게 물어봅니다.

'근데 오빤 나 보면 막 설레이지 않아? 막 안아보고도 싶고 입도 맞추고 싶고...그렇지 않았어?' 

허걱...순간 얼었습니다. 10초정도 적막했습니다. 귀도 안들리고 그 친구 눈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눈물이 더 흘렀습니다. 그리고 말없이 안아주고 그때 첫키스란 걸 처음했습니다.

 

미안했습니다. 제가 아직 어린 것이 미안했고 멀리서 행복하기만을 바랄수 밖에 없는 제 자신에 더 미안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연락이 끊겼습니다. 거짓말같이...정말 거짓말 같이...

 

누구나에게나 잠깐이지만 영화같았던 순간들...추억은 다들 가지고 계실거라 믿습니다.

대학합격..취직...부모님 상견례...첫째가 태어나던 순간...

그 친구와의 시간들도 저에겐 영화같은 추억입니다.

얼마전에 엽게에 어느분이 첫사랑과 관련된 만화를 올려주셨었는데 만화보다 울컥했네요. ㅎㅎ

 

시간이 흘러 몇년이 지나서 미국서 보내온 소포를 하나 받게 됩니다. 두둥...

꽤나 묵직했던걸로 기억하는데...그 안에는 토익책이랑 그리고 사진...편지 5통...테잎하나...

활짝웃고 있는 그 친구 사진...최근사진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몇번을 끄적였던 흔적의 편지들...

한통은 영어로 다 쓰여져 있었는데...그 편지는 한참을 지난 후에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테잎에는 단 한곡의 노래가 들어있었는데요...그 노래가 I don't wanna miss a thing 입니다.

 

아직도 가끔 생각납니다. 이렇게 혼자 별별 생각을 다하며 지낼땐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제 보내려합니다. 가슴한쪽을 일부러 도려내는 느낌이지만 없는게 차라리 절 더 강하게 만들어줄테니까요.

 

저에게 첫사랑은 누구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흔들리지 않고 그래도 나름 순수함을 지키려고 했던 제 마음이었음을

다행이라 여기고 그만 글을 줄입니다. 읽어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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