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한테 고백했는데 답은....

그립다는건 작성일 17.10.18 16: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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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ㅎ

머리 슬슬 벗겨지기 시작하는 30대 중반 머스마입니다.

 

거의 3년째 일하고 있는 직장에 동료를 좋아하게 됐어요. 입사를 같이 한 7살 연하구요.

처음에 봤을 땐 별 감흥이 없었는데, 최근 1년 사이에 정이 든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소개팅도 안하고 자연스럽게 알아가는걸 좋아하는 타입이라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3년 동안 초창기에 이 친구_당시에 연애 중_가 내가 외로워하는 것 같다며 친구 소개시켜줬던거랑

최근에 소개팅 한번 사무실 옆 작업실 계시는 분이 소개시켜준거랑 2번 함, 그 2번이 다임 생을 통틀어)

이 친구가 나와는 반대로 흥도 있고, 성실하고, 강아지도 키우고 등등 최근에 같이 있으면 안아주고 싶고 

그런 마음이 들더라구요. 퇴근을 하면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는데 5분 정도 되는 거리 같이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했구요. 고민이나 강아지 키우는 얘기나 뭐 자질구레한 것들도요.

 

제가 강아지를 좋아하는거 아니까 한달에 한번 정도 우리집에 아이들 데리고 놀러오기도 해요. 

오면 요리해주고 몇시간 티비보거나 낮잠자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고 그렇게 몇번 했더랬죠.

울집이랑 그 친구 집이랑 지하철로 한시간 거리인데 강아지 둘 데리고 오는거 힘드니까 저도 집으로 놀러 갔구요.

제가 가면 그 친구가 요리하고~, 이런 것도 있고 그 친구가 사무실에서 해외파트를 담당하는데 가끔 해외로 길게 출장을

가기도 해요. 오빠랑 같이 살아서 돌봐주는 사람이 있긴 한데,내가 아이들 좋아하는거 아니까 한 열흘 정도 저한테 맡기기도 했고요. 물론 오빠도 바쁘고 그래서 잘 못 봐주니까 오랫동안 집 비우면 강아지호텔에 맡기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나중에 맛있는거 사달라고 하면서 내가 봐준다고 했죠. 

아무튼 시작은 강아지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ㅋㅋ

내가 사진 보내달라고 하면 자주는 아닌데 영상이랑 사진도 보내주고. 

이런 관계 계속 유지하다가 정이 많이 들었나봐요. 

사무실에서도 맨날 보고. 일하는거 보면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궂은 일 있으면 빼지 않고 챱챱 하는거 이뻐보이고.

언제부턴가 옆에 있으면 손 잡아보고 싶고, 잘해주고 싶고 그러더라구요 ㅋㅋ

자주는 아니지만 같이 영화도 보러 다니고. 뭔가 옆에 있으면 내가 더 잘보이려고 엄청 꾸미지 않아도 되는 그런 

편안한 사람 있잖아요. 물론 연애의 감정이 설레임도 중요하고 저도 그런게 있으면 좋은데 이 친구 자체가

워낙 털털한 성격이라 그렇기도 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날 보여줘도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서 좋았어요.

왜 요즘 사람들 얘기하는거 들어보면 손해보고 싶지 않아서 자기 약점이나 감정 숨겨야하고 그런 경우 많잖아요.

경계하게 되고. 근데 이 친구랑 있으면 그런거 안해도 돼서 편하더라구요. 애초에 만남자체가 별 감정없는

직장동료로 시작해서 그런건지 몰라도...

 

아무튼 올해 초부터 약간에 마음이 생기기 시작해서 최근에 좀 더 많이 좋아하게 된거 같아요. 

그래서! 추석 연휴 전에 사무실에서 하는 큰 행사가 있었는데 그것도 끝났고! 얘기해보자!하고는 타이밍을 잡고 있었죠.

한창 행사 준비하고 있던 9월에 이번 추석에 고향 안가고 통영으로 여행 갈 계획인데, 

추석 때 고향 내려가는거면 통영이랑 가깝기도 하니까(진해가 고향임) 놀러오라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하는거에요. 

사실 애초에 계획은 좀 달랐어요. 추석에 강아지를 데리고 버스타고 내려간다는거에요. 두마리인데 혼자 가능하냐

물었더니 친구랑 같이 내려가게 돼서 괜찮다라고 하더라구요. 며칠 뒤에 갑자기 그 친구가 사정이 생겨서 못 가게 됐다고

하길래 그럼 나 근처로 여행이나 갈테니 고향 같이 내려가자 했죠. 그래서 생각한게 통영이었고, 결국은 엄마랑 같이

내려간다고 하고 강아지는 그냥 서울에 두고 간다고 하더라구요 ㅎㅎ 틀어지긴 했지만 기왕에 가기로 한거 

가보자 하고 통영여행은 그대로 진행했던거거든요. 암튼 그렇게 통영에 가게 됐고, 물어봤더니 친구들이랑

경주 가기로 했다고  봐야한다고 하더니 뭐 큰 고민없이 알았다고 가서 보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숙소도 잡아놓고 보여주면서 나름 괜찮은 숙소니까 하룻밤 자고 가라고 했더니 그것도 ㅇㅋ 했구요 ㅎ...

 

그렇게 추석연휴에 통영에 갔고 도착한 다음날 그 친구 만나서 밥 먹고 좀 둘러보고 장 봐와서 숙소로 들어왔어요.

고기 구워먹고 전부터 같이 보자고 했던 영화 usb에 넣어와서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재밌게 보고...

드라마 좀 보다가 잘 시간이 돼서 자기는 쇼파에 가서 자겠다며 이불을 가지고 가는거죠. 

괜찮다고 그냥 와서 자라고 불편하지 않냐고 오라고 몇번 했더니 오더라구요. 

그렇게 한 침대에 한 이불 덮고 누워서 불끄고 자려고 하는데 잠이 오나요 ㅋ...

타이밍이 안좋았던게 제가 좀 자신만만했어가지고 안아보겠다고 물어보고 안으려고 하는데 싫다고 다시 쇼파로 가는거에요.

뭔가 나는 무언의 동의?라고 정말 심각하게 착각을 했던거죠 ㅋㅋㅋㅋ

그리고는 나 너 좋아하는데, 너는 나한테 아무 감정 없냐니까 그냥 친구로 생각했대요.

몰랐다고 미안하다면서 ㅋㅋ 

그냥 뭔가 생각치도 못했다는 거에요. 물론 티는 안냈죠. 같이 일하는 동료이기도 하고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 말고 

좋다고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거든요. 제가 좀 쑥맥이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잘해주니까 구분이 안됐나봐요.

그러면서 전혀 몰랐다고 자기도 눈치가 빠른 사람인데 그런 이성의 감정은 느끼지 못했다면서 되게 놀란 반응이었어요.

표현을 안해서 딱히 반박할 말은 없었지만 그래도 뭔가 그렇게 서로 집 드나들고 같이 침대에 누워서 tv보고

(통영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집에서도 그랬음) 그랬던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면 받아줄줄 알았거든요 ㅋㅋㅋㅋㅋㅋ 근자감 ㅋㅋ

아무튼 그땐 플랜b도 없었고(사실 저도 놀랐음...) 뭔가 외딴 타지 숙소에서 단 둘이 있는데 더 이야기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서 알았다고 쇼파에서 자라고 하고는(사실 내가 쇼파에서 잤어야 하는건데...

그땐 저도 충격이어서... 화도 났고 ㅋㅋ 그냥 에라 모르겠다 침대서 잤죠) 그렇게 어색한 하룻밤을 보냈어요.

 

저녁에 이야기한거는 다음날에 같이 섬에 가자고 했거든요. 그래서 그날밤에 자기 전에 불편하니까

내일 아침에 일찍 간다고 하면서 잤죠. 저는 뭐 아무 대꾸도 안했구요. 

그리고 막상 다음날 돼서 제가 그냥 뭐 어때요 거절한거 밉지만 기왕에 온거 예쁜거 보고 가자고해서 

결국엔 섬에까지 다녀왔어요 ㅋㅋㅋ 공교롭게도 외국인이 우리 둘 사이에 끼게 돼서 덜 어색하긴 했지만 ㅎ

그렇게 통영에서 돌아오고 나서 긴 연휴를 보내고 제가 딱히 뭐 연락을 하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냥 되게 장난스럽게 밉다고 메세지 날리고 ㅋㅋ 그 친구가 숙소에 화장품을 하나 냅두고 갔는데,

빈정상해서 그거 버리고 왔다고 농담따먹기하고 ㅎ

 

그리고는 지난주 화요일에 사무실 출근해서 어색한 얼굴을 봤죠. 뭔가 찝찝하고 그냥 포기하고 싶지도 않고,

못한 이야기도 있고 선물 줄 것도 있다고 해서 일 끝나고 보자고 하고 봤어요. 

저녁먹고 차까지 마시면서 선물도 전해주고. 그때는 이랬다. 올해 초부터 좋아했던거 같다. 

그날에는 단둘이 있기도 했고 어두컴컴하고 제한된 공간에서 뭔가를 더 이야기하다보면 너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더는 이야기 안했다. 사실 예상을 못해서 플랜 b도 없어서 나도 당황했다 ㅋㅋ 당시 상황 이야기하고

좋아한다. 나 싫어하는건 아니지 않냐(ㅋㅋ 자기주관적 이분법). 뭐 이런 얘기를 하니까.

그 친구도 뭐 그렇다. 우리가 안맞는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자기 친한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막 제가 불쌍하다고 그러더라는 거에요. 니가 잘못했네 이러면서 ㅎㅎㅎ 나같으면 만나본다!라고 했더래요.

근데 진짜 털털한 친구이긴 하지만 그정도로 털털할 줄은 저도 몰랐던거죠. 친구라니! 

그러면서 그 친구가 남녀사이에 친구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나랑 지내다보니 아 이런 관계가 있을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는거에요. 제 입장에서 보면 되게 자존심 상하는거잖아요 ㅋㅋ 그렇게 옆에 같이 있었는데 아무 감정도 없다니 ㅜ

그런 얘기를 하다가 다시 생각해봐요~ 그러니까 그러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는 영화보러 가자고 그랬더니 알겠다고. 라이언 고슬링 좋아하니까 블레이드러너 보자고 했더니 생각해본다고 했더랬죠.

아무튼 지난주 만남까지는 이랬고, 

어제는 제가 압구정에 친척이 삼겹살집을 하는데 저녁 먹으러 가자니까 지난주에 주말 낀 출장도 다녀왔고 강아지들이랑 

오래 못 있었다고 다음주에 가자고 하더라구요. 그래 좋다 가자라고 했고, 내일 개봉하는 마더보러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냥 같이 일하고 있어서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인 상황인지 ㅎㅎ

아니면 뭐 좋은 징조인지 잘 모르겠네요.

 

선물로 줬던 건 이거에요. 

제가 만드는게 취미이기도 하고, 이 친구가 분신신고했다가 다시 찾은 빨간색 카드를 저한테 장난식으로 이걸로 

뭐 사먹으로고 주길래 보자마자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좋다고 받아서 만든거에요. 

사실 여유가 잇었으면 통영가기 전에 만들어서 줄 수 있었는데 ㅜㅜ

그때 줬어도 뭐 상황이 크게 바뀌진 않았겠죠 ㅎㅎ

아무튼 버리는 걸로 업사이클링해서 만든 조그만 액자에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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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렇네요. 

진짜 털털한 친구여서 그래 그냥 아무일 없던 듯 예전같이 지내자인지...

아니면 긍정적인 반응인지... 

모르겠네요. 다시 생각해보고 얘기하자고 했는데 딱히 언제까지라고는 말 안했거든요.

물어볼 수도 있는데 뭔가 보채고 싶지 않고...

겉으로 보면 그냥 예전처럼 지내고 있어요 ㅋㅋ

사실 나야 그냥 후련하게 고백하고 차인건데, 그 친구는 거절했다는 마음에 나한테 미안해할 가능성이 더 커서...

뭔가 저는 연애는 이제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은 느낌이 있네요.

고백하면 죄다 차이고 ㅋㅋ 소개팅도 다 안되고, 좋다고 해주는 사람은 있는데 되려 먼저 떠나거나 맘에 안차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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