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두명을 잃었습니다

로져스미스 작성일 16.09.13 01: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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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동창으로 오늘 31살 생일이 지나면서 14년을 함께했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 마누라를 만나고 전공도 달라진 친구들은 몸과 마음도 좀 멀어져버렸죠 셋다 작년에 결혼을 하면서 더욱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근데 어느날 동창 중 또 한명의 친구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그 친구는 평소 단톡방에도 없고 가끔 얼굴만 보던 친구였죠 그 친구 말이 두명의 친구들 와이프들이랑 다 같이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네요

나한테는 말도 없이 끼리끼리 계획 짜서 여행을 갔더군요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저한테는 말을 안 했던 친구들은 단체 사진
한장 sns에 안 올리고 자기들만의 추억으로 간직하려했지만 제가 알게 되었네요

그 이후로 이 일이 너무 신경 쓰였고 왜 난 부르지도 함께 여행을 갈지 말 한마디 없었을까를 고민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생일날 와이프와 아기 데리고 맛있는것도 먹고 하루 종일 집에서 빈둥 빈둥 굴러다녔습니다 휴가도 내고 너무 편하고 즐거웠지만 매년 생일이면 축하한다고 메세지 주고 받던 친구들은 말 한마디 없고 ... 물론 화가나서 단톡방도 나가버린 상태였죠 평소 같으면 바로 초대하는데 초대도 없고 이미 그 방은 유령 방이였습니다

여튼 생일날 와이프도 잠들고 아기도 옆에서 자고 있는데 도통 잠이 안 와서 두명 중 한명.. 어찌보면 서로 더 잘 통한다고 생각했던 사이의 친구에게 카톡을 했습니다 이 친구도 며칠전 아기 태어나서 한참 정신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너무 궁금했습니다 왜 나한테는 한마디 말이 없는지..

그래서 나에게 여행 간 사실을 말한 친구는 나에게 말을 해준거니 잘못이 없다고 말을 하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저를 안 부른 이유는 매번 불러도 거절만 당하는게 싫었다고들 그 친구가 어림잡아 다른 친구의 의견을 말해주더군요 사실 저는 장모님 생신이라서 어차피 못 갔을 거고 그 동안 집을 비우는걸 싫어하는 와이프 때문에 결혼 전이나 후에나 자주 모임에 못 나가고 있었습니다

가장 싫은건 그래도 의사 결정을 하는거 내 자신에게 ... 나에게 직접 물어봐줬으면 했습니다 가자고 한 친구도 못 간다고 말하는 저도 서로 미안하고 속상하긴 하겠지만 내일 전쟁이 나서 죽을 것도 아니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저 빼고 잘 놀고 있다고 사진도 보어주고 그럴수 있는거 아닌가요? 또 한명이 은행에서 일을 해서 최근에 집을 구매하면서 대출 관련 문의도 많이 하고 통화도 자주 했습니다 대화를 한 친구는 지방에 멀리서 일을 해서 자주 못 보고 있었죠

와이프가 이 친구들하고 연락 안 하냐구 물어보곤 하는데 할말이 없네요 이런 상황을 와이프한테 너 때문에 친구들이 떠났다 나를 버렸다 라고 말도 못 하겠고 여자친구들도 아니고 남자들끼리 이제 연락 말자는 이런 이야기 하는것도 웃기고...

그래도 더 짜증났던거는 멀어진것 같아서 안 불렀다는데 안 불러서 더 멀어지게 된거 같다는 거네요 또 한명의 말도 들어봐야겠지만 대화를 하면서 나와 내 와이프를 고작 이 정도로밖에 생각을 안 했구나 라는 걸 느껴서 다 차단 걸어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문자 한통 오네요 서로 기분이 상해서 그런거니 다음에 연락하자고.... 그 동안 와이프 눈치 보면서 만나자는 친구들께 미안해했던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오래된 친구를 잃은 것 같아서 잠을 못 잘 것 같습니다

누워서 폰으로 이렇게 글을 쓴것도 처음이네요 엄청 길고 찌질한 이야기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속 깊은 친구들이 주의에 있다면 저처럼 버려지지 마시고 연락 자주 하시길....

중요한건 진작에 이런 식으로 연락이 두절된 친구가 한명 있다는거네요 저도 그 친구 욕 많이 했는데 이번에 제가 욕을 먹고 있네요 모두들 즐거운 추석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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