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위장전입

칼푸트론 작성일 09.09.17 19: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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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하니까 오래전 일이 떠오르네요. 죄송하지만 절대 소설이 아닙니다.

 

강원도 태백에 살며 광부를 하는 친구는 어머니와 친분이 있는 한 가정에게 돈을 빌려줍니다.

그 가정은 형편이 좋질 않았어도 두분이 일하여 아주 작은 연립주택을 얻으려 하였기에 3천만원이 약간 넘는 연립주택을 친구가 빌려준 1천200만원과 은행대출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친구는 그 분을 잘 모르기에 자기가 그 집에 전세를 사는 걸로 하여 금액의 보증을 받으려 하였습니다.

결국 전세권이 설정되고 친구도 그 가정의 가장을 형님으로 부르며 가끔씩 술도 마시며 이렇게 서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죠. ( 아직도 그 집 아이들이 떠오르네요. )

 

그러다 정말 이런 일이 주위에서 일어나는구나 하는 일이 터진거죠.

그 가정이 어느 사채업자에게 200만원을 빌린것이 문제였던 겁니다. 도대체 그것이 어떻게 1천만원이 넘어가게 되었는지~

그 이자는 도대체 어떻게 된건지 말이죠. 당시 불법사채에 대한 법률이 강화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순진한 가정은 그 돈을 갚으려고 악착같이 일하지만 결국 계속 불어나는 이자를 갚기에는 역부족이였습니다.

더군다나 갖은 협박은 대단하더군요. 다행이 조폭과 관계를 맺은 사채는 아니였기에 물리력은 없었습니다만 이미 지워버린 문자에는 협박이 가득했다 들었습니다.

 

우스운 점은 이 바보스러운 사채업자가 돈을 갚지 못하자 돈을 갚으라고 소송을 한 것입니다. 정말 바보스러운 행동이였죠. 결과는 뻔합니다. 기존 사채업의 이자는 완전 사라지고 법정 금리가 인정되어 400만원을 넘지 못하는 금액만이 남게 된 것이죠. 더군다나 그렇게되니 금액도 거의 갚은 셈이였습니다.

 

하지만 이 사채업자는 금액을 받으려고 할까요? 아닙니다. 자기에게는 마치 1000만원이 사라진 것 같았을 겁니다. 그래서 자신의 히든카드를 내비치고 맙니다. 그 200만원을 빌려주는데 주택을 담보로 저당권을 설정한 것입니다. 충격적이죠. 200만원에 주택을 저당잡히는 계약을 하다니 말이죠. 그것도 200만원을 빌려주는데 저당권설정 등기에는 훨씬 많은 금액(천만원선으로 기억이되네요)으로 되있더군요. 상당한 충격이였습니다. 이정도로 어리석게 계약을 할 수 있나~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왜 이렇게 했냐고 물으니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하며 그냥 다 갚으면 해지해준다고 하여서 그렇게 했답니다. 속이 답답했었지요.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아마도 사채업자는 아는 사람이였나 봅니다. 처음에는 너무 친근하게 다가왔겠지요... 담보도 괜찮다고 했겠지요...

 

결국 이 사채업자는 법원에 경매신청을 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제가 연락을 받고 태백에 올라갑니다.

친구가 저를 다급하게 찾은 것은 2순위였던 자기가 갑자기 위장전입으로 신고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 3일간 일정을 비우고 올라간 태백. 그리고 사채업자와의 판결문, 계약서, 등기 .... 앞서 말씀드린것 처럼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는 먼저 사채업자를 형사고발하자고 하였지만 이 순진한 가정 끝까지 말립니다. 가슴이 아픈 것은 그렇게 당했다면서도 미소는 잃지 않았기에 더 아팠습니다.

 

할수 없어 내용을 더욱 잘 살피니,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경매순위는 1순위가 친구, 2순위가 은행, 3순위가 사채업자였습니다.

결국 사채업자는 경매에 참여해도 받을 돈이 거의 없었던 거지요. 특히 세금이 밀려있었기 때문에 세금이 무조건 1순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1순위 세금 2순위 친구 3순위 은행 4순위 사채업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채업자는 어떻게든 돈을 뜯기 위해 제 친구를 위장전입으로 신고하였습니다.

맞습니다. 친구는 위장전입입니다. 저도 친구에게 위장전입일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실제 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우리는 이 순진한 가정과 친구의 돈을 위해 경매에 참여하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증거도 어느정도 있었습니다. 친구의 집은 개를 분양하느라 친구의 방에 개가 8마리가 살고 있었기에 친구는 근처에서 떠돌이 생활을 한것은 사실이였고, 가끔씩 그집에 가서 술도 마시고 잔데다가 실제 옆방의 텔레비젼이나 옷들은 친구의 것이였습니다. 문제는 주거지가 아니였다는 것이지요. 그집은 애들 둘이 있어서 방 두칸짜리 집인데 그곳에 전세를 산다는 것은 역시 이상하게 보이죠. 그집에서 같이 잔 저는 뭐가되는지......

저는 위장전입이 아닌것만 되면 잘 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위장전입만 해결하면 친구의 돈은 보증되고 사채업자는 손만빨고, 또 이 가정은 이중지출을 하지 않아도 되고(이중지출을 막기위해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또 친구는 그 돈을 계속 빌려줄 의사도 가지고 있었구요. 친구는 증거를 모아서 한번 가보자 합니다. 형벌까지 담당하겠다 했었죠.

 

은행까지도 와서 위장전입 조사를 하더군요. 이미 은행과 사채업자는 팀을 이룬듯 보였습니다.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이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냥 경매를 하였으면 사채업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을 신경을 써야 하니 말이죠.

법원에 갔습니다. 경매전 법원 담당자를 만나서 누가 위장전입 신고를 하였는지 등에 대한 것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죠.

뭐 너무 길어지는 줄이자면 이렇습니다.

이미 우리는 위장전입 범법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잡아갔다는 이야기는 아니구요.

처음에는 친구의 이름을 말하여도 당사자인지 믿지도 않는 눈치더군요.

 

사채업자의 말을 듣고 위장전입을 처리한 담당 법원직원 같더군요.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정황은 정말 저를 분노케했습니다. 제가 옆에서 말을 하려고 하자 당사자도 아니니 가만히 있으라더군요. 그래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손에 있는 판결문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사채업자라고 그 저당권설정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하지만 거들떠 보지도 않더군요. 계속해서 저보고는 가만히 있으랍니다. 자꾸 저보고 당신이 뭐냐고 합니다. 당신 무슨 이득이 있냐는 듯한 말로 들렸죠.

이미 신고가 되었으니 어쩔수 없다고 하네요. 신고가 된것은 어쩔수 없는 것을 알았지만 인격적인 대우와 사채업자에대한 무한 신뢰가 그날 너무 저를 흥분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채업자의 뜻대로 모든것은 돌아갑니다.

 

다음날 예비심사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거기서 친구는 판사에게 경매를 포기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저는 그럼 사채업자도 돈을 못받게 하자고, 절차를 밟자고 했지만 친구가 나보고 수고했다고 걍 있으라 합니다.

그 가정도 웃으며 저보고 고맙다고 합니다.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정말로 수고해줘서 고맙다고 합니다.

그 가정의 가장은 이야기합니다. 자기가 어리석어서 그렇다고 이야기 합니다.

친구는 이야기합니다. 지게되면 형벌이 너무 쎄서 도전할수 없다 합니다.(이 부분은 저도 사실 확신이 없어 친구에게 수긍합니다.)

하지만 사채업자를 그냥 두냐고 저렇게 경매금을 받아가게 할 수 있냐고 그렇게 이야기 해보았지만 가장은 웃으며 괜찮다고 합니다.

답답해 미칠노릇이었죠.

정말 바보같이 법도 제대로 모르는 사채업자가 멋지게 승리하는 모습을 보려니 미칠것 같았습니다. 형사고소까지 하자고 증거를 모으자고 그렇게 이야기해도 이미 이 사람들에게 포기가 모든것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내려오게 되었죠.

 

위장전입~ 누구는 쉽게 합니다. 그것도 몇번을 합니다.

그러나 그 형벌이 너무 쎄서 친구는 형님위해 한번 부딪혀보자 하면서 포기합니다.

처음에는 위장전입이 아니라고 스스로 말한 친구가 결국 자신은 위장전입이랍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친구를 위장전입이 아니라는 증거를 모아서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다행이 미수로 그쳐서 이렇게 사과로 끝냅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 법원 직원을 만나서 조용히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

 

죄송합니다. 갑자기 길게 써서,,,,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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