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 대한 부채의식이란...

JGE 작성일 16.06.24 06: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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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눈을 뜬 지금, 습관은 무섭다고 무의식적으로 짱공을 접속한 김에 정경사에서 직전에 쓴 댓글과 연관된 생각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겠음.

우선, 제목을 보고 오해할 사람들이 있을까 봐 하는 얘긴데 호남에 대한 부채의식을 논하는 건 진중권 류의 셀럽들과 4.13 총선 이후 일제히 커밍아웃한 호남 포비아들이 "4.13 총선의 결과로 부채의식을 덜었다" 는 얘기에 기가 차서 하는 얘기임을 밝혀 둠. (친문 팟캐스트 이이제이 같은 곳에서도 총선 이후 정확히 저런 워딩을 했음. 역시나...ㅉㅉ)

호남에 대한 부채의식은 우리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혹은 문재인이나 더민주에게 지금까지 몰표를 준 걸 고마워하는 수준의 발상으로 다루어 질 문제가 아님.

대한민국 정치지형에서 호남지역에 부채의식을 가진다면 크게 두 가지의 측면에서 가능함.

한 가지는 물론 5.18......한국식 민주주의가 아닌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민주주의는 87년에 달성되었고 이것은 결국 도시 화이트칼라 계층의 동참으로 달성되었음. 만약 5.18이 없었다면?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크게 두 가지 사실이 6월 항쟁에 대한 유혈진압 없이 87년체제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 알려져 있는데, 한 가지는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다는 점이고 다른 한 가지는 5.18 때 미국의 어그로를 크게 끌어 다시 한번 대형 유혈사태를 일으킬 생각을 전-노가 못 했다는 사실임. 다시 말해서 5.18로 군부가 벌일 수 있는 막장의 정도에 선이 그어졌다는 얘기. 이것에 의하여 우리는 호남에 대한 정치적 부채의식을 느낄 수 있음. (물론 이런 역사적 맥락을 인지하는 사람만...)

앞에서 상술한 내용이 민주국가 대한민국이란 타이틀을 자랑스러워 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부채의식이라면 두 번째는 현 여당에 반대하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부채의식. 호남은 언제나 조롱을 받으면서까지(진중권은 과거에 90 %를 찍는 게 징그럽다며 "전라인민공화국" 운운했고 유시민은 전남대 강연에서 "호남 사람들, 너무 몰표줘서 지금 부끄럽다" 는 얘기를 했음) 현 여당에 대항하는 투표를 해 왔고 이 투표성향은 현 여당을 반대하는 정치세력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 왔음. 그 최후의 보루라고 하는 것은 삼당합당 이후 14 대 대통령 선거를 보거나 MB 당선 이후 18 대 총선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현 여당세력의 어떤 정치적 술수나 야당이 크게 민심의 외면을 받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버팀목이 돼 주었다는 의미. (총선으로 보자면 최소 80 석) 만약 이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이에 대한 감사를 느껴야 하는 건 당연.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부채의식을 내려 놓을 때란 그 부채를 상환했을 때를 말함. 저 두 가지 부채에 대한 상환이 이루어졌을 때에 부채의식을 내려 놓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 그런데 대체 저 두 가지 중 무엇에 대한 상환이 이루어졌나?

이러한 비정상적인 사고방식(부채의식 운운, 호남 비난)은 일종의 지하디스트적 세계관에서만 성립 가능함. 그 세계관이란 "모든 대한민국 국민은 친일 새누리라는 악마에 대항하는 지하드적 의무를 지고 태어나며 이 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은 제 1 야당인 자신들에게 복무함으로써 이루어져야 한다"는 명제를 아무 증명 없이 선험적으로 증명완료한 사고방식을 의미하고 이것이 그들의 상식이자 "깨어 있음"임. 그리고 그들의 성격을 규정하자면 당연히 종교로밖에 정의할 수 없음.


P.S. 전에도 얘기했듯이 호남과 이른바 "깨시민"들의 관계는 이미 끝났고 복원될 수 없지만 글쓰면서 내 생각도 정리하고 혹시나 깨시민류가 아닌 사람이 짱공 정경사를 눈팅할 수도 있으므로 그들의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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