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일당 줬다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거짓말

쌍방울날리며 작성일 16.06.27 12: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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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안녕을 위해 언제든 다시 불려갈 준비가 돼 있는 노병들.”

지난 26일 JT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동원된 노병들의 집합소, ‘어버이연합’을 추적했다. 

 

JTBC는 어버이연합 핵심 인사 추선희 사무총장을 단독 인터뷰하며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지원 논란을 되짚었고 이들의 반인권적 행태에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빨갱이는 목을 쳐도 돼 상관없어”, “종북주의자 척결” 등 막말과 욕설은 어버이연합의 상징이다. JTBC 취재진은 서울 종로구 어버이연합 사무실을 찾아 그들의 일상을 조명했다. 

130706_173227_0205.jpg▲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한 장면.130706_173228_0256.jpg▲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한 장면.

 

 

회원들은 운영자금을 위해 이른바 거리에서 ‘애국파지’를 주워왔다. 다른 회원들은 커피믹스를 나눠 먹으며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여기는 우리의 학교”(어버이연합의 한 회원)라는 말도 인상깊다.

 

 

애국가가 제창되고 묵념을 마치면 정치, 시사, 안보와 관련한 시국 강연이 시작된다.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를 신봉하는 이들은 박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인사에 대해서는 조리돌림을 가한다.

 

이를 테면 박정희, 박근혜 모녀는 “하나님이 보우하사 박근혜 대통령이 됐고, 나는 오늘 맥도날드 빵을 사와서 먹었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없었으면 맥도날드 빵도 못 먹었어”(어버이연합 회원)라고 칭송의 대상이지만, 의사 출신 ‘비박’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정신질환자를 상담하다 전이된 또라이”(어버이연합의 안보교육강사)에 불과하다.

강연을 하던 한 보수 인사는 “대통령답게 하지 않으면 하야해야 한다”고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어버이연합 간부에게 마이크를 빼앗기고 발길질까지 당했다. “대통령을 성토하고 현 정부를 성토하는 사람은 추방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는 어버이연합이란 성지에서 추방당했다. 

 

이들이 말하는 종북은 야당 인사, 진보 단체, 노동조합은 물론 세월호 유가족, 이명박 전 대통령,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이재오 전 의원, 정대협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어버이연합 집회 500여 건을 보면, 여당 및 여당인사 비판은 54회였고 야당 및 야당인사 비판은 121회였다.

 

 

비판 횟수로 보면 야권 인사들의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 고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 순이다. 여권 인사 가운데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박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는 이들이 자주 입길에 오르내렸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연 110회 이상의 집회가 이뤄졌다. 하지만 왕성한 활동은 각종 의혹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 4월 언론은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반대 집회나 정부가 주도한 경제입법촉구 서명 등에 일당을 주고 탈북자들을 동원했다고 보도했다.

전경련이 2012년부터 2014년 말까지 어버이연합에 5억2300만 원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청와대 행정관이 어버이연합 집회를 사주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며 한국사회는 ‘어버이연합 게이트’로 발칵 뒤집어졌다.

 

 

130706_173229_0334.jpg▲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한 장면.추 총장은 JTBC 스포트라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전경련 지원금 5억여 원을) 노인 복지(무료 급식 등)와 사무실 운영비로 썼다”고 주장했다. 탈북자에 지급된 일당 2만 원에 대해서는 “내가 빚을 져서 (지급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버이연합이 FTA 비준 통과 찬성 집회나 국정원 옹호 집회 등을 할 때마다 전경련에서 거액을 입금했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것이다. 

 

추선희 총장은 이와 관련해 “언론이 의혹을 제기한 것 일뿐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검찰에 출석한 추 총장은 “(청와대의) 집회 지시를 받은 적 없다”며 ‘관제 데모’ 의혹도 부인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추 총장과 또 다른 실세인 김미화 탈북어버이연합 대표가 다투는 장면도 방영됐다. 이들은 분을 못 참고 모니터와 집기를 던지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어버이연합 게이트’ 이후 극우단체 인사들간 갈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130706_173230_0354.jpg▲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한 장면.방송에 출연한 어버이연합 회원들의 발언도 흥미롭다. 김현경(86)씨는 날마다 고지를 점령하는 심정으로 어버이연합에 출근한다. 6.25 직전 18세 나이로 국군 1기에 입대했다. 그에게 젊은 시절은 전쟁과 훈장으로 기억됐다. 그런 그가 왜 어버이연합에 출근할까.

 

 

“다른 데 다닐 데가 없잖아. 길거리 나가면 노인들하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같은 전우들끼리, 늙은이들끼리 (이야기할 수 있잖아.) 젊은 애들이 늙은이에게 먼저 이야기하는 줄 알아? 요즘 애들은 늙은 사람은 보기 싫어 하잖아.”

 

 

어버이연합의 ‘만행’에 피해를 보는 것은 사회적 약자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딸을 잃고 46일간 단식을 강행했던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대표적 피해자다. 

 

어버이연합은 단식 도중 그의 사생활을 비난하는 집회를 열었다. 급기야 치킨을 들고 나타나 폭식 투쟁’이라는 괴이한 방식으로, 목숨을 건 김씨의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를 조롱하기도 했다. 

130706_173231_0415.jpg▲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한 장면.
김씨는 어버이연합 공격에 대해 “가만히 놔둬도 저희는 아프다”며 “(어버이연합의 폭식 투쟁 등은) 우리의 상처를 도려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창현 군의 어머니 최순화씨는 어버이연합으로부터 “야 저것들 봐. 아직도 (세월호에) 사람이 살아있대”, “2년이나 넘었는데 살아있다고 저짓을 해”라는 폭언을 들었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어버이연합이 있던 자리는 또 다른 보수단체가 채웠다.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맞은 편에 거대 철제 국기게양대를 설치하고 대형 태극기 앞에서 애국가를 틀고 세월호를 폄하하는 보수단체 월드피스자유연합.

 

이 단체의 안재철 대표는 “세월호는 불법 천막”이라며 “반드시 철수해야 한다. 세월호 특조위도 이미 정치적으로 전락해 반드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도 어버이연합 회원과 탈북자들처럼 누군가로부터 동원된 것일까.

 

방송 진행을 맡은 이규연 JTBC 탐사기획국장은 “우리가 만난 상당수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애국파지’를 줍고 있었고 어르신 세대의 경험을 근거로 애국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한 뒤 “이런 어르신들, 애국시민단체는 당연히 필요하다”며 “다만 시민단체의 존립 근거인 공익성과 자발성은 적어도 존재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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