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넋두리 입니다. 한번 읽어주시겠어요?

맛있는과일 작성일 13.04.07 2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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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사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는 대학생 입니다.  

 

정확히는 휴학이죠.

공부는 집 근처 걸어서 10분 거리의 도서관에서 합니다.

 

그런데 요즘 공부하면서 느끼는게 많아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두서없고 필력이 형편없지만, 욕은 자제해 주세요 ㅎㅎ

 

휴학을 하는 이유는 다른 대학생들과 같습니다. 형편없는 토익점수의 만회, 낮은 학점을 보완할 자격증, 그리고 해외 여행.

 

꼭 한번 '유럽'이라는 곳을 한번 가 보고 싶었습니다.

20대에 못가면 아마 신혼여행이나 백발이 되어서 회사에서 퇴직하고 나서야 가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과감히 한학기 휴학을 하고, 그 중 한달 정도를 유럽 배낭여행에 투자했습니다.

일학년 때 부터 온갖 공사판 노가다, 알바로 모은 돈 + 아버지한테 빌린 돈 + 취직한 친구들한테 빌린 돈 으로 계획을 짰고,

4월 30일 출국 할 예정입니다.

 

계획을 짜다 보니 4월 27일에 자격증 실기 최종시험일이 잡혔습니다. 그래서 시험 끝나면 바로 출국하는 상황이라서

공부도 사실은 잘 안됩니다. 들떠서요 ㅎㅎㅎ

 

그래도 실기만 두 번 떨어져서, 그리고 따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라도 날 것만 같은 자격증이라서 열심히 공부하고있습니다.

 

하루 스케쥴을 간단히 말하자면

 

6시 일어나서 씻고 밥과 찌개를 데워 얼른 먹습니다. 도시락을 싸고, 양치질하고 나면 어머니 아버지가 일어나시죠.

인근 도서관에 아침 7시 정도에 도착을 합니다.

그럼 잠깐 '큰일'을 보고 신문을 잠깐 보고 나면 7시 30분이 되죠.

7시 30분 부터 밤 9시 까지 공부를 합니다.

점심식사는 12시에, 저녁식사는 5시에 각각 15분 정도씩 소요됩니다. 잠깐 쉰다 뭐 그런거 없이 얼른 먹고 바로 공부합니다.

9시 이후에는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서 1시간 달리기를 합니다.

그리고 집 인근에 와서 공용 운동기구에도 잠깐 붙어있죠.

평소에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공부를 하다 보니 살도 많이 찌고, 몸이 버티지를 못하는 거 같아 운동을 합니다.

그리고 씻고 나서 이거저거 잠깐 하면 열두시. 곯아 떨어집니다. 그리고 다시 여섯시에 일어납니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 정말 뼈저리게 느낀건데, 도서관에 정말 사람 많습니다.

도서관에 항상 상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시생들 입니다.

딱 보면 제 또래나 +,- 한 두살 정도? 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있어요. 젊은 사람들이죠.

준비하는 고시는 공무원, 회계사, 노무사 등등 다양합니다.

 

그런데 이분들, 정말 대단합니다.

제가 가는 도서관의 최고 명당은 창가 자리 입니다.

조명도 집중되어 밝고, 사람들 움직이는 것도 안보이고, 격리되니 조용하고, 콘센트도 있어서 노트북 쓰기도 좋고.

도서관 문을 7시 정도에 여는데 제가 7시에 도착을 해도 그런 자리는 한 두석 정도 남기고 다 차 버립니다.

운이 좋으면 앉는 거죠. 거기 앉을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거니깐요. ㅎㅎ

 

그런데 '고시생' 분들....

7시에 와서 밤 11시 까지, 밥먹을 때 빼고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하나에 대해 깊이 공부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12시간 정도 집중하고 나면 진이 빠져서 못합니다. 전 그렇더라구요.

그런데 이 분들, 화장실도 안가고 16시간 중 적어도 14~15시간 눈을 안때고 책만 보십니다.

 

물도 안마십니다. 친구 중 경찰공무원 준비하는 친구의 경우 화장실 안갈려도 밥만 먹고 국물도 안마신다는 군요.

적어도 여기 있는 대부분의 고시생들은 휴대폰도 아예 가방에 넣어버리고, 정말 열심히 쓰고 읽고 외우고 읇습니다.

 

전 일부러 그런 분들 옆에 앉습니다. 잠깐이라도 폰으로 짱공에 들어올 때 마다, 그런분들한테 미안해 지거든요...

책넘기는 소리마저 미안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를 하시는 분들을 보자면, 저도 자극이 되어 공부를 하게 됩니다.

 

게다가 저는 고작 몇주동안 하루에 열두시간 조금 공부를 하는데도 이렇게 진이 빠지고 체력이 달리는데,

이분들은 자는 시간 빼고 2년에서 길게는 4년 정도를 그렇게 공부하시는 거잖습니까...

 

엉덩이가 다 헐어서 못 않을 정도가 되어야 붙는게 '고시'라고 말들은 하지만...

 

그렇게 공부를 하는 것을 보면 조금은 생각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딱 보면 제 또래, 그러니깐 이십대 초반이나 중반에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세상에 혹사되나...싶기도 하구요.

물론 그렇게 공부해서 얻게 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렇게 열심히 한 만큼 얻게되는 것은 숭고하고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또래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걸 보면 슬프기도 합니다.

 

가끔 도서관이 쉬는 날은 다른 도서관에 갑니다. 엄청 큰 데로 가죠.

그런데 거기는 제가 가는 도서관의 3~4배 되는 사람들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하는 공부는 똑같습니다. 고시, 고시, 고시.

가끔 토익이나 저 같은 자격증 정도....

 

사회구조가 어떻느니 하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너무 깊이 들어갈 자신도 없구요.

 

하지만 어찌보면 정말 '꿈'을 향해 뛰어야 허는 시기에 '고시'에 매달리는 젊은 층들을 보면 슬프기도 하고, 화도 납니다.

단언하겠는데, 그 중 절반은 '꿈 = 고시로 얻은 자리'가 아닐 겁니다. 그냥 사회에서 알아주니깐, 먹고 살아야 하니깐...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제가 굉장히 호강하는거 같습니다.

 

대학생이고, 휴학해서 고작 자격증 공부나 깔짝깔짝 하고 있고 그런 주제에 해외 배낭여행을 간다고?

 

이렇게 하루하루 전쟁같은 나날인데?

 

고시를 준비하는 그 분들이 보는 전 어떤 모습일까...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요즘 이런 생각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서 이렇게 글을 올려보았습니다.

전 정말, 적어도 제 주변에, 저하고 일면식이라도 잠깐 있으신 모든 고시생분들에게 좋은 소식이 꼭 들렸으면 합니다.

 

오늘 제 옆에 앉으신 분...4년 째 공부하시고 계십니다.

저 군대가기 전 부터 방학 되어서 잠깐잠깐 공부하러 오면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키고 계시더라구요...ㅠㅠ

 

이런 말이 그 분들에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힘내시고 꼭 좋은 소식들 빨리 들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들도 혹시나 주변에 지인이 고시생이라면 식사나 영양제 같은거, 조금씩 챙겨드리세요. 큰 힘이 될 겁니다.

 

두서없이 썼네요. 오늘은 책이 눈에 들어오지를 않아 일찍 퇴근해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내일이 되면 실기 1차시험이 2주 남는데, 불의 전차 처럼 달려야겠습니다. ㅎㅎㅎㅎㅎ

 

재미없이 길게만 썼다고 욕은 말아주세요...저도 나름 반은 고시생인데, 힘빠져요...

 

 

 

 

 

 

 

 

 

 

P.S....

'중,고등학교 중간고사'라는 퀘스트 때문에, 도서관에 난데 없이 '헬게이트'가 열렸습니다....

'열람실'에 지옥의 마수들이 갑자기 출몰, 괴성을 지르며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도서관의 '로비'와 '휴게실'에는 보스들이 상주를 하며 아주 쑥대밭을 만들고 있습니다...(NPC아주머니...ㅠㅠ)

평일에는 밤에만 열리는데, 주말에는 아침부터 열립니다...

 

이러다 정말 렙업하러 가버릴 지도 모르니...주변에 그런 친구들 있거나 본인이 해당된다면...

헬게이트는 밖에 열어주세요...부탁입니다...

도서관에 정말 고생하시는 분들 많으니깐요....

 

그리고 저와 같이 자격증 준비하시는 모든 대학생 여러분들도 좋은 소식 들리길 기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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