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런닝史를 말하다 보니..

새로운오후 작성일 15.01.14 17: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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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런닝史를 말하다 보니..

2012년 봄 달림의 맛을 알았다. 그해 첫 겨울 달림중 장경인대 부상이 왔다.
2013년 봄 인대증식 주사를 맞고서 가까스로 회복했다.
여러 형들과 정기적 런닝.
매주 수요일 아침 6시에 인천대공원 7km를 달리는 모임을 시작 했던게 여기까지 나를 끌고 오게 되었다.  
이때 만난 킹형님과 찌빠형님 덕분에 내 런닝 인생중 잊을 수 없는 가장 행복한 황금기를 열었다.

군살이 빠져가던 내 몸은 점점 가벼워 졌고, 나가는 대회마다 딱 그 줄은 몸무게 만큼은 기량이 향상 되었다.
다사로운 봄날 인천대공원과 함께한 우리 팀의 달림과 그 웃음소리들..
나눠 마시던 음료와 서로의 사는 얘기들..
동일 장소의 꾸준한 런닝과 함께 바뀌는 계절의 모습 그 모두는 내 눈속에 담겨져 있다.
아주 강렬히..

그해 11/3 중앙마라톤 첫풀을 정점으로 족저근막염이 찾아 온뒤 숨죽여야만 했던 동안거는 아니, 그보다 더 긴 봄, 여름을 다 지나도록 달릴 수가 없었다.  
동호회 어느 여자 회원께서는 달리지도 못하면서 활동을 열심히 하는 내가 신기하다는 말까지 했는데 나도 나를 다 이해 할수 없는건데 누가 나를 알겠나 하며 웃음을 짓고 말았다.

드디어 2014 작년 가을쯤.

형들은 괜찮으면 대회를 뻐꾸기로 함께 나가자는 권유를 해왔다.
(뻐꾸기 : 대회를 신청하지 않고 무료로 얹혀서 달리는 행위)
'내 발바닥 상태가 가능할까?' 싶었지만 끌리듯 송도하프와 일주일 간격 평택하프 출전.  
모두 17km 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를 했으나 점차 부상부위는 좋아짐을 확인 할수 있었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점차 알아가는 것은 '내 몸에 대한 무지'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용중
사람의 몸이란 사역마와 같아서 점차 조금씩 일을 시키면 근육이 적응을 하지만 움직여 주지 않으면 금새 풀린다고 하더만
그걸 직접 체험하는 경험자가 될 줄이야. ㅎ
난 결국 11월 부천 복사골 대회에서 전년 동일코스대비 2분을 향상하는 기염(?)을 토해 내었던 것이다.

아!
운동 시작 뒤 변화된 내 근력량, 폐활량의 육체적 변화는 어떤 깊은 곳에 잠자던 자아를 깨워 주었다.
엄습해 오던 일상의 불안과 근심 걱정은 아직 나를 괴롭히지만 쓸데없는 버그와 찌꺼기들은 많이 극복되었고 그것은 내 스스로 정신과 의사가 되어 달리기라는 항우울제를 처방했기 때문이였다.  

또 그전까지도 살면서 자신감 없다고 생각한적은 없지만..
나이먹은 지금이 청년기보다 더 원기 왕성한데 거기서 생긴 자신감은 또 새로운 것이다.  

이토록 고지식한 운동인 달리기는 내 인생 방향 각도를 변화 시켜 놓았는데
만일 2012년 우연히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면 분명 지금사는 모습은 달랐다고 본다.

얼마전 내 초딩아들 둘과 다른 동네를 걷다가 만난 비슷한 또래 어린이와의 대화
"몇학년이니?",
"이름이 뭐야?",
"여자친구는 있어?" 같은 장난 질문공세를 했는데
그 아이와 헤어지자마자 우리 큰 아들 왈~!

"아빠! 제발 모르는 애들하고 얘기좀 하지마"  

순수한 아이들에 비교되는 언젠가 부터 낮가림 없어진 나를 발견해준 말이였다.

요새 체육관에서 일정한 시간에 만나는 모르는 아저씨들..
그동안 인사없이 몇년간 만났던 그 아저씨들과 차례로 인사를 트고 있다.
그게 처음부터 쉬웠던것은 아니다.
누군가 딱히 소개를 해주는것도 아닌데 먼저 아는척을 하기도 멋쩍고,
그러다 보니 모르는척 살아온게 몇년째인 분들 이였다..

문득 이 얼마나 해괴한 운명의 만남들이냔 말이지.
좁은 샤워장에서 수도 없이 벌거.벗.고. 함께 씻던 그들은 전생에 어떤 인연이 있길래
친형 보다 더 많은 알.몸.을. 공유하게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의례적인 인삿말이나 목례로 조금 더 한발자국 다가서게 되었더니
그 동안 긴 어색함이 전투기 음속 돌파하듯 걷혀간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없어지는게 낮가림인듯 하지만
겨우 이 정도에  살짝 용기는 필요했던 소심함을 발견, 또 극복 ㅎ
어쩌면 내 인생에 주인이 되어가는 방법중에 하나가 낮가림을 없에는 과정과 비례하는게 아닐까 싶다.

어떤 결정과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우리가 했습니다.' 와 같이 나를 숨기고 3자화 하는 책임감 없는 말투,
'... 그것은 좋은거 같아요' 같은 자신감 결여 소심한 말투
나도 자주 사용하는 말이긴 한데
이제 그러지 않을 충분한 어른이 되어 있음을 망각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앗!
내가 나의 주인이 되지 못했던 이유를 찾았다.  
그 책임감 없고 애매 모호한 말투 사용 이였던 것이다.

일상에서 사람들과 오고가는 대화에서 많은 말들을 귓등으로 듣고, 가끔만 경청한다.
두사람이 모이고 세사람보다 많은 사람이 모인 낮선 곳에서 혼자 끼었음에도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어투를 명확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데
알게모르게 그 사람에게는 중심 자리는 양보 되어진다.

말과 행동을 일치해서 사는것은 참 어렵다.
더구나 글과 말과 행동까지 일치해서 산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난 우리 밴드에 "화와 미움에 대해서"라는 정의를 글로 남겨 보관 했지만
많은 생각을 하고 썼던 나름의 철학임에도
그 내용을 닭처럼 쉽게 잊고 '또 미움의 싹'이 자라고 있음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미워지던때 다시 만난 그 글은 선생님한테 훈계받듯 다시 나를 제자리로 객관화 시켜 주었다.

느려지고 이상한 창이 마구 열리는 김수일이란 윈도우즈는
보안이 취약해 쉽게 바이러스가 침투했던 것인데
새로운 글로 업데이트를 시켜놓고,
이렇듯 정기적인 백신을 돌려 주는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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