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시인

흘으짜 작성일 15.04.22 07: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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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끝나고난 뒤 / 이정하

 

 

참 어이가 없네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침 뚝 떼시면 나는 어찌합니까.

 

그토록 강렬하게 흩뿌려 놓고 지금 와서 슬쩍 다른 데 가 계시면 나는 뭡니까.

 

이게 대체 무슨 경우랍니까.

 

내 몸과 마음은 이미 폭싹 다 젖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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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린 비 / 이정하

 

 

 

간밤에 비가 내렸나 봅니다

 

내 온몸이 폭삭 젖은 걸 보니

  

그대여, 멀리서 으르렁대는 구름이 되지 말고

 

가까이서 나를 적시는 비가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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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우화 / 이정하

 

 

내 사랑은 소나기였으나

 

당신의 사랑은 가랑비였습니다

 

내 사랑은 폭풍이었으나

 

당신의 사랑은 산들바람이었습니다

 

 

그땐 몰랐었지요

 

한때의 소나긴 피하면 되나

 

가랑비는 피할 수 없음을

 

한때의 폭풍 비야 비켜가면 그뿐

 

산들바람은 비켜갈 수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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