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Kirth 작성일 15.10.27 23: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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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IT업종 종사자입니다

나름 경력도 좀 쌓이고 IT 업종에서 드문편인 개발/기획과 영업을 동시에 합니다

물론 지금은 개발 쪽은 거의 손을 놓고 있긴하지만요...

 

대외활동이 좀 많다보니.. 어쩌다가 대학에 강의를 나가게 된지 이제 3년차입니다

겸임교수라는 직함으로 말이죠

 

근데.. 수업에 갔다오고 나면

정말 기분이 더럽습니다

 

학생들 진짜 공부 너무 안해요

지방 사립대입니다

그래도.. 20살 넘었잖아요... 요즘 취업난이라고 맨날 뉴스에 나오잖아요...

3포세대니 n포 세대니 맨날 청년들 힘들다고 기사 올라오잖아요...

그런데도 안합니다...

 

수업시간에 애들 다 앉아서 딴 짓합니다

심지어는 제가 강의실 뒤에 서 있는데도 게임하고 있어요

과제요? 진짜 농담 안하고 길가던 중학생들이 써서 제출하는 수준 정도 되려나요?

시험 치면 백지가 아닐 뿐이지 백지 수준의 답지가 절반 이상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시험을 안치고 과제로 내줍니다

그나마 제출은 하거든요

 

제 수업하는 애들만 그러면 다행입니다

그러면 제가 수업을 똑바로 못해서 애들이 못 따라오는거고

제가 학교 강의를 그만 두던지 제가 공부를 더 해야 겠지요

 

그런데

다른 과 교수님들, 다른 학교 교수님들 이야기 들어봐도 다 똑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나름 이름있는 국립대 교수님들도 똑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혹시나 해서 다른 지방에 있는 학교 교수님들과도 교류 기회가 있어서 여쭤봤습니다

근데 다들 하시는 말씀이 요즘 학생들 가르치기 정말 힘들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도 애들이 공부를 안한대요...

 

물론 잘하는 애들도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애들도 있습니다

문제는 뭐냐면요

중간이 없어요

잘하는 애들 소수와 못하는 애들 다수입니다

잘하는 애들은 취업도 잘됩니다

어디 회사에 추천해 주기도 좋아요

그런 애들 졸업 시키고 취업 시키고 나면.. 나머지 애들은 답이 없습니다

20명 중에 잘하는 2~3명 취업시키고 나면 나머지 애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청년 실업 심각합니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IMF 겪으면서 대학 다녔거든요..

근데 애들 이야기하는거 듣고 있으면 기가 막힙니다

대통령만 바뀌면 세상이 뒤집어질거라고 생각하는 애들 너무 많아요

아니 막말로..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서 세상이 뒤집어 진다고 해도 말이죠

기업들이 지금 제가 가르치는 애들 막 취업 시켜 줄까요?

당장 저희 회사에 데려 갈만한 애들도 없는데 다른 회사에 얘들을 데려가려고 할까요?

 

뭐 본업이 애들 가르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사명감 가지고 일을 하려고 하는데... 진짜 너무 힘드네요

 

제가 하도 짜증나서 한달 정도 수업시간에 게임 못하게 해봤습니다

(과목 특성상 컴퓨터가 수업시간에 필요해서 컴퓨터를 못 쓰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랬더니 학교에서 경고 날아왔어요

강의 평가에 제가 수업을 너무 강압적으로 한다고요

정말 하늘에 맹세하고 전 학생들한테 반말도 안합니다

수업시간에 늦어본적도 없고

30분 정도 지각하면 지각처리도 안합니다

그런데 게임 못하게 했다고 강의 평가가 저렇게 나왔어요 ㅋㅋ

제가 가르치는 다른 학년 애들은 비슷하게 수업하는데 오히려 강의 평점이 상위 1%에 들었고요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수업하다가 애들 보면요

다들 모니터에 얼굴 쳐박고 마우스 엄청 클릭하고 있습니다

제 수업시간엔 마우스를 쓸 일이 없는데 말이죠

다 LOL 하고 있어요

학교에 이야기해서 IP 좀 막아달라고 신청해놨는데.. 이게 또 한 세월 걸리네요

그리고 LOL못하면 다른 게임으로 갈아타겠죠?

 

저는 주말 반납하고 본업이 바쁘면 자는 시간 줄여가며 새벽까지 수업 자료 준비해서 가는데...

이걸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 받네요

칠판에 필기라도 좀 하면 받아쓰는 애들은 한 5명도 안됩니다

애들 대부분 그냥 폰으로 사진 한장 틱 찍고 넘어가요

그거 보고 있으면 진짜 기가 막힙니다

꼭 받아쓰는게 맞지는 않지만 막상 당해보면 정말 기도 안찹니다

 

그거 하루에 해봐야 A4 용지 반장 정도 필기해 주는 것도 귀찮아서 사진찍는 애들이

다른 일은 부지런히 어떤걸 할 수 있을까 싶어요

 

그런 애들한테

"너희는 장래희망이 뭐냐"라고 물어보면 뭐래는 줄 아시나요?

 

대답 안합니다

그런 생각을 안하고 사는거 같아 보일 정도로...

 

모르겠습니다...

청년 실업이 정말 큰 문제라고 공감은 하고 있지만

정말 그 모든게 기업들의 문제인건지

아니면 학교의 문제인건지

가정의 문제인건지

 

이젠 정말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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