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옆집여자랑 부딪힌 일

한유주 작성일 16.08.23 14: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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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옆집여자랑 부딪힌 일'이라는 제목으로 정신병이 있는 옆집여자랑 부딪히게 된 사람입니다.

 

속옷도 입지 않고 눈이 풀린채로 아침 7시부터 찾아와 문을 차고 소리를 지르며 협박하던 그 여자는 그날부터 자신의 집 현관문에 이상한 경고장들을 하나씩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건들지 마라, 삶의 의욕도 없다, 무서운것도 없다는 경고장

너때문에 정신병원에 다니고 있으니 책임지라는 경고장

자신이 이사갈테니 이사비용과 복비를 모두 내놓으라는 경고장

자신이 당한만큼 갚아주겠다는 경고장 등 총 5~6개의 경고장을 종이에 써서 붙여놨습니다.

 

더군다나 주변사람들과 오피스텔 관계자들에게 전해들은 바로는 이 여자가 실제로 정신병원에 다니고 있으며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었기에 당황한 것보다 무서움이 먼저 밀려 왔습니다.

 

또한 저와 부딪힌 이후로 자신은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 있지 않으며, 너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 그래서 사망보험금이라도 타겠다라는 협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여자의 태도와 말 등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우울증+피해망상' 이 겹쳐진 우리가 요즘 뉴스를 통해 심심치않게 듣는 조현병환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여자는 실제로 약을 먹지 않고 있었기 때문인지 날마다 증상이 심해져 작은 소리조차 제가 내는 소리라 생각해 소리를 지르고, 우산 3개를 펼쳐 자신의 현관문을 막아 놓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집 밖에 나갈 엄두 조차 나지 않아 요 몇일 간은 집에서 쥐 죽은 듯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제 아침, 어김없이 아침 7시가 되자 눈이 풀리고 속옷을 입지 않은 잠옷채로 나와 큰 소리로 욕을 하며 제게 어서 나오라고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폰으로 확인해 보니 자신의 현관문을 열어 놓은 채로 자신의 집 신발장 앞에 서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한손에는 형태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어떤 물건을 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직감으로 그 여자가 들고 있는게 저를 공격하기 위한 둔기라 알아챘고, 그 여자가 잠잠해질때까지 전혀 반응을 하지 않은 채로 집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9시가 되자 본인도 지쳤는지 집으로 들어갔지만, 실제로 저를 공격하기 위해 마음먹은 정신병환자가 옆집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심스럽게 집 밖을 나갈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해봤지만 현실적으로 이사를 가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이 역시 곧바로 이사를 간다하더라도 1~2개월의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동안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고민끝에 옆집여자에게 제가 이미 저번주 주말 이사를 갔다고 속여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리소장과 경비원들은 이미 제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제 계획을 말해주니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했고, 월요일 오후 관리소장을 통해 옆집 여자에게 제가 이미 이사를 나갔으니 더이상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전했습니다. 다행스러운 상황은 옆집 여자가 제가 누군지,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등 저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충분히 속일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그 말을 믿었는지 저녁부터는 웃음소리가 나고, 다시 밝아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실제로 새로 이사온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어제 저녁 짐을 꾸려 박스에 담아 새로 이사온 집처럼 보일 수 있게 집을 꾸몄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10시, 같이 살고 있는 친구와 새로 이사온 사람들처럼 이사짐을 옮기는 연기를 하기 시작했고, 옆집 앞에서 '새로 이사온 집이 너무 좋다, 짐이 얼마나 더 있냐' 등 대화를 나눴습니다. 또한, 실제로 이사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이사짐을 옮겨서 힘들다는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경비실과 관리실에 내려가 기존에 제 이름으로 되어 있던 입주자 명단을 새로운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했고, 관리실에서는 저희 집이 이미 이사를 나간집이기 때문에 관리비 청구서 또한 우편함에 넣어 놓지 않는 등 실제로 이사온 것과 다름없이 저와 관리실에서 연기아닌 연기를 했습니다.

 

그 여자가 이 사실을 믿는지 안믿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켜본 결과 아직은 이 사실을 믿고 있는 것 같네요.

 

이렇게 쇼아닌 쇼를 한 뒤 관리소장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참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실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저도 지금껏 마음에 들지 않거나 경우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제 성질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번 계기를 통해 참는게 이기는 거다,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내가 먼저 조심해야 된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평소 이웃과의 소음문제가 별 거 아니다, 내 얘기는 아니다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상황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구제해주기 위한 법이 없다는 걸 알게 되서 더욱 분통이 터졌습니다. 특히 대부분 법들이 행동결과주의라 이 여자처럼 위협을 가하기 위한 행동을 취했다고 해서 실제로 처벌 받을 수 있는 조항도, 처벌 수위도 낮다는 걸 알게되어 이런 문제가 닥쳤을 때 도움을 청할 곳이 거의 한 군데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좋은게 좋은거라 나하나만 참으면 된다라는 생각이 가끔은 그 어떤 방법보다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여러분들도 층간소음 또는 벽간소음 문제를 겪고 계시면 최대한 직접 부딪히지 마시고, 감정대로 행동하지 마시고, 최대한 좋게 좋게 넘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P.S 앞으로 옆집여자와 충돌없이 지낼 수 있을 지는 이번주를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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